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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 나 있다.
▲ 송정 소나무 숲 소나무 숲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 나 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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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을 지키는 소나무 숲을 거닐다

송정을 중심으로 안목부터 강문까지는 바닷가를 따라 빼곡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쭉 걸을 수 있다. 바닷가의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방풍림이 사람들에게 휴식의 공간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현재의 소나무 숲과 별개로 송정은 예로부터 소나무와 연관이 깊다.

고려 충숙왕의 부마 최문한이 송도에서 강릉으로 올 때 소나무 여덟 그루를 가지고 와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팔송정(八松亭)이라 부르다가 그 후 현재의 이름인 송정(松亭)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여름에도 뜨거운 해를 피할 수 있어 송정의 소나무 숲은 가벼운 운동과 산책을 위해 강릉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청량한 소나무 향을 맡으며 걷고 있노라면 피톤치드 때문에 건강이 좋아진다고 한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 향균물질이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와 긴장완화, 혈압안정, 면역기능이 강화된다고 한다.

소나무  숲의 피톤치드 배출량이 편백나무 숲보다 4배가량 높다
(산림청 산림치유연구사업단 연구결과/ 2015년 10월발표)
▲ 피톤치드의 보고 소나무 숲 소나무 숲의 피톤치드 배출량이 편백나무 숲보다 4배가량 높다 (산림청 산림치유연구사업단 연구결과/ 2015년 10월발표)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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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작품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 솔방울 작품 숨겨진 작품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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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솔방울로 아기자기 만들어 놓은 작품과 바다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그리고 소나무 숲을 놀이터 삼아 노는 귀여운 청설모까지... 자주 걷는 길이라도 늘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이 하나 둘씩 있기 마련이다.

소나무 숲을 벗어나 바닷가 모래사장을 따라 걸어보기로 한다. 모래 위를 걸으니 소나무 숲을 걷는 것보다 훨씬 더 힘이 들어 걷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진다. 느리게 걷다보니 해변에 밀려온 온갖 것들이 다 눈에 들어온다. 해초 다발이 보여 들어보니 구멍이 뽕뽕 난 해초이다. 마치 쇠미역처럼 보인다. 구멍이 난 쇠미역을 살짝 물에 데친 후 쌈을 싸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또 그늘에 말렸다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기름에 살짝 튀긴 다음 설탕이나 소금을 뿌려 먹어도 좋다.

쇠미역을 들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적한 바닷가에 홀로 앉아 바다와 혼자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보인다. 백사장에서 누군가 남긴 특별한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헤아려본다. 색깔부터 크기까지 다양한 조개껍데기를 모으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난다. 이게 바닷가 마을에 사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바닷가에서 만난 즐거움

천천히 걷다 보면 많은 표식을 만나게 된다.
▲ 5년 천천히 걷다 보면 많은 표식을 만나게 된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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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휩쓸려온 해조류들이 많다.
▲ 해조류 바닷가에 휩쓸려온 해조류들이 많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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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크기의 조개껍데기를 주워 유리병에 담으면 예쁜 장식품이 된다.
 다양한 크기의 조개껍데기를 주워 유리병에 담으면 예쁜 장식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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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기원을 담아 빌어본다, 진또배기 마을

진또배기 마을 답게 입구에서 다양한 진또배기를 만날 수 있다.
▲ 강문 진또배기 진또배기 마을 답게 입구에서 다양한 진또배기를 만날 수 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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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을 지나면 바로 강문이다. 강문은 경포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강릉에서는 진또배기 마을로 불린다. 진또배기는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일종의 솟대인데 강문 진또배기는 약 5미터 가량의 장대 위에 세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를 얹고, 각 갈래마다 나무로 깎아 만든 오리를 앉아 있게 했다. 이 오리들은 모두 경포대를 향하고 있다.

'어느 날 대관령 쪽에서 떠내려 온 장대가 강문 바닷가에 닿자 마을 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건져 세우고 제사를 올렸더니, 마을이 번성하기 시작하여 계속 모시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강문 사람들은 여전히 이 진또배기가 바람·물·불, 즉 삼재를 막아준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일까, 경포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새로 들어선 다리 역시 진또배기를 의미하는 솟대다리로 이름이 붙었다.

강문항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호수와 대관령이 보인다.
▲ 강문항 강문항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호수와 대관령이 보인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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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년 송강 정철이 '이보다 갖가지 다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하며 감탄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문은 바다와 강, 호수가 만나는 곳이다. 멀리 대관령이 보이고 경포호수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솟대 다리에서 소원을 빌어요
경포와 강문 사이를 연결하는 인도교, 진또배기를 의미하는 솟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 강문 솟대다리 경포와 강문 사이를 연결하는 인도교, 진또배기를 의미하는 솟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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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다리 아래 있는 조형물에 동전이나 아끼는 물건을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 진또배기 소원성취 조형물 솟대 다리 아래 있는 조형물에 동전이나 아끼는 물건을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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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를 담은 맛, 부새우

겨울이 끝나고 이른 봄이 되면 강문사람들은 경포 호수에서 부새우를 건져 올렸다. 부새우는 민물에 사는 아주 작은 새우로 잉어, 붕어의 먹잇감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호수 위로 떠오르는데 이때 뜰채를 이용하여 잡는다. 물에 뜬다고 해서 부새우로 불리는데 강릉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예전에는 이 부새우가 나는 시기가 되면 골목마다 싣고 다니며 '부새우 사세요!' 하고 외치는 장사꾼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 집은 할아버지가 부새우를 유난히 좋아하셔서 이른 봄이 되면 어머니는 부새우를 사다가 밥상에 올리곤 했다. 깨끗이 씻은 부새우에 소금을 뿌린 후 따뜻한 부뚜막에 올려 삭혀서 먹는데 먹을 때는 물을 약간 붓고 파와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끓여 먹는다. 부새우는 짜지 않아 그냥 반찬으로 먹거나 밥에 올려 비벼먹어도 좋다.

이른 봄철이면 어머니는 부새우를 사다가 뚝배기에 끓였는데 지금도 가끔 부새우 데워지는 냄새가 떠오를 때가 있다. 할아버지가 즐기던 음식이라 그런지 나에게 부새우는 어른이 드시는 아주 특별한 음식으로 기억된다. 경포호에서 더 이상 부새우를 잡을 수 없게 되니 더욱더 특별한 상상속의 음식처럼 기억되는 음식이다. 봄이 되면 부새우 그 특유의 감칠맛이 그리워진다.

요즘도 제철이면 가끔 중앙시장에 부새우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고 하니 봄이 오면 시장에 가서 추억속의 부새우 맛을 봐야겠다.

경포호 부새우잡이
▲ 부새우를 아시나요? 경포호 부새우잡이
ⓒ 한국향토문화 전자대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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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진솔함 묻어나는 강릉의 먹거리들

남항진에서 경포까지 이어지는 해변 곳곳에는 나무의자와 그네가 놓여있고 해변의 솔숲에는 걷기 편한 산책로와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정돈된 길을 따라 걷다가도 잠시 바닷가에서 쉬면서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게 바우길 5구간, '바다호숫길'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길을 걷는 동안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앞세운 엄마 그리고 여행을 온 연인과 가족,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길을 걸으며 접했던 어촌 마을의 풍부한 해산물들, 짜투리 땅을 기름지게 일구며 가꾸는 감자·배추밭, 바다를 닮은 강릉 커피의 진한 향기 등을 다시 떠올리니 소박하지만 진솔한 강릉만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솔향을 더한 바다내음과 파도소리는 강릉의 바다가 내어준 특별한 선물이다. 거기에 하나 더, 바닷가 마을이 내어준 먹거리 문화는 이곳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을 더 가깝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불가사리가 파도에 갈고 닦여 예쁜 꽃모양이 되었다.
▲ 바다가 준 선물 불가사리가 파도에 갈고 닦여 예쁜 꽃모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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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강릉 종부의 손맛, 서지초가뜰

열심히 걸은 당신, 흘린 땀방울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보너스를 선물 받았다. 이럴 때는 평소에 벼르던, 꼭 가고 싶었던 식당을 찾아 만찬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강릉시 지정 전통한식 1호점으로 알려진 서지초가뜰에는 일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창녕 조씨 종부의 솟맛을 볼수 있는 곳이다
▲ 서지초가뜰 창녕 조씨 종부의 솟맛을 볼수 있는 곳이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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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조씨 종가가 자리한 서지골은 '쥐가 곡식을 모아서 보관할 만큼 상서로운 땅'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그 덕분인지 종가는 대대로 곡식이 풍부했다. 창녕 조씨 9대 종부 최영간씨는 일꾼들이 사용하던 농막을 음식점으로 고치고 모내기 때 일꾼들에게 냈던 '못밥'과 농한기에 이웃들과 나눠 먹었던 '질상' 등을 복원해 선보이고 있다. 종가댁 전통 음식과 종부의 손맛을 볼 수 있어 좋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은 집안 전통방식으로 담그며 고추·콩 등 농산물은 직접 재배하여 사용한다.

모판에 심을 볍씨를 일부 남겼다가 질 먹는 날 빻아서 호박오가리, 밤싸라기, 감 껍질, 강낭콩, 햇쑥을 섞어 쪄서 만드는 뭉생이떡인 씨종지떡이 밥 먹기 전에 나온다.

봄에 먹을 수 있는 화전, 진달래로 빚은 두견주도 맛볼 수 있다
▲ 진달래 화전 봄에 먹을 수 있는 화전, 진달래로 빚은 두견주도 맛볼 수 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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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상에는 창녕 조씨 종가에서 내려오는 환절기 보신용 음식, 닭에 도라지를 함께 넣고 끓이는 '영계길경탕'과 어른 손바닥보다 큰 열기구이, 그리고 봄철 뜯어 놓은 진달래를 넣어 구운 화전과 문어숙회가 나온다. 찾아간 날도 마당에 찐 고추를 널어놓고 말리고 있었는데 잠시 후 밥상에 고추부각이 올라온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농사 이야기와 제철 강릉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강릉, #경포, #소나무, #바우길 5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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