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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에서 만든 <고향가는 길> 잡지의 표지.
 문화부에서 만든 <고향가는 길> 잡지의 표지.
ⓒ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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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후 9시 24분]

<고향가는 길>은 올해 설날 귀성객을 대상으로 정부가 만들어 배포한 잡지다. 이 잡지는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예산 1억2000여만 원을 들여 30만 부를 찍은 뒤 KTX, 고속도로 요금소 등지에 배포한 것이다. 그런데 해당 잡지에 실린 '누리과정 바로알기'라는 학부모 방담기사가 '조작' 논란을 빚고 있다.

진짜같은 '누리과정 바로알기' 기사가 가짜?

11일 기자가 <고향가는 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다. 문화부에 확인한 결과 이 잡지에 실린 누리과정 학부모 방담 기사는 실제 진행된 것이 아닌 꾸며낸 이야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누리과정 논란,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이었다.

문화부는 이 잡지에 작성자 '○○○ 기자'를 실명으로 적어놓은 뒤 마치 3명의 학부모가 실제로 방담한 것처럼 기사를 실었다. "연이 엄마(38): 만 4세 딸을 둔 워킹맘, 산이 엄마(34): 만 3세 딸과 4세 아들을 둔 가정주부, 봄이 아빠(40): 만3세, 4세 두 딸을 둔 회사원"처럼 아이의 이름과 나이, 학부모의 나이와 직업까지 실존인물처럼 적어놓았다.

내용은 이들 학부모들이 유치원 통학버스를 기다리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에 대해 시도교육감을 비판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기사에서 거론되는 내용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25일에 한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한 교부금에는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2012년 도입 당시부터 누리과정은 교부금에서 계속 지원해오던 사업이다"와 같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가상의 학부모들 입을 빌려 적어놓았다.

하지만 시·도교육감들은 "2015년 교육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예산 2조1000억 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한 사실에서 보듯 교육청이 받은 교부금에는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누리과정 도입 당시부터 교부금에서 계속 지원해왔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교육부가 만든 '제8차 교육개혁협의회' 문서에 따르면 누리과정 확대를 위해 정부는 국고를 빼내 2012년 7747억 원, 2013년 7747억 원, 2014년 4510억 원을 시·도교육청에 지원해왔다. 과거에는 국고로도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온 것이다.

방담 '조작' 논란을 빚고 있는 기사.
 방담 '조작' 논란을 빚고 있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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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이 방담 기사가 실제로 진행된 것처럼 표현됐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화부 관계자도 "정말 방담이 진행된 것인지, 가상으로 쓴 것인지 글쓴이에게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부에서 일본 출장 중인 글쓴이에게 직접 확인해본 결과, 해당 기사는 글쓴이가 가상으로 쓴 기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문화부는 해당 기사에 "가상의 방담 기사"란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혼란을 준 셈이다.

언론계에서는 '가상의 기사'이거나 '소설'일 경우 해당 기사 앞뒤에 관련 사실을 반드시 적는 것이 관례다.

김태년 "정부가 내용과 형식 모두 거짓인 잡지로 세상 어지럽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을 학부모 입을 빌려 방담 형식으로 그대로 옮긴 이 기사는 내용도 잘못됐지만 형식도 국민을 속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거짓된 내용과 형식을 담은 잡지로 학부모와 교육감을 싸움 붙이려는 것은 매우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문화부는 국민 세금으로 '가짜' 잡지를 돌려 귀성객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 행위에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부 관계자는 "해당 기사 앞에 '가상'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맞는데, (우리가) 놓쳤다, 착오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학부모가 설명하는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을 뿐 특별히 속이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기사 처음에 '누리아파트'라고 적어놓는 등 가상의 기사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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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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