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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복귀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망연자실한 입주업체 직원들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복귀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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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멈췄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과 '광명성 4호 탑재 장거리 로켓 발사'(2월 7일)에 대한 대응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해졌다.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지난 2013년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북한이 북쪽 노동자들을 개성공단에서 철수시키면서 4월부터 9월까지 160여 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재가동한 지 3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다시 가동이 중단돼 입주기업들은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때 입주기업이 신고한 피해액은 약 1조 500억 원이고, 이중 통일부가 증빙자료로 확인한 피해액은 7067억 원에 달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폐쇄'에 준하는 것이라, 그 피해액은 2013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입주기업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관련 업체 등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우리 밥상 스스로 걷어찼다"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14년 기준 4억6997만 달러다. 이중 북쪽노동자 총임금은 8840만 달러로 약 18.8%를 차지했다. 즉,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중간재 등의 부품 대부분을 남쪽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는 것으로, 하청업체 도미노 피해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인천지역 기업은 모두 16개이고, 노동자 총 6498명(남쪽 80명, 북쪽 6418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2013년 가동 중단 때 수백억 원대 피해를 입었다. 재가동되면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다시 중단돼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바이어에게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피해와 개성공단 내 투자시설이 방치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바이어 이탈이다. 2013년 잠정 중단 때 떠났던 바이어들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남북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번에 전면 중단으로 국제 신인도가 더 떨어지면서 바이어 이탈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어 이탈은 향후 회사 운영 정상화에 치명적이다. 2013년 중단 사태가 풀리고 2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개성공단 내 인천 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은 정상 가동 때의 50~70% 수준에 머물렀다고 했다. 이번에 기약 없는 전면 중단은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아울러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는 우리 경제에 대한 봉쇄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20일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됐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세계 3대 경제영토를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특히 한·미 FTA 달리 한·중 FTA에서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메이드인코리아)으로 인정하게 한 것을 큰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스스로 가동을 중단시키고 말았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 2004년 개성공단 가동 이후 단 한 번도 끊긴 적 없던 전력과 상수도를 최소로 줄이겠다고 했고, 또 '지금은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라며 "개성공단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장기적으로 한·중 FTA 진출의 교두보인데, 우리 정부가 스스로 밥상을 걷어차고 있다"라며 "박근혜의 벼랑 끝 전술이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북 합의 믿었던 입주기업들 '새우 등 터지는 꼴'

정부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유호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지 하루가 지난 11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유호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지 하루가 지난 11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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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은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재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가동 중단에 따른 가시적인 매출피해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전에 입주기업과 상의 없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입주기업들이 떠안게 된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가동 중단에 따라 입주기업이 북쪽노동자에 줘야할 퇴직금 총액이 약 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세금 감면 혜택의 경우도 의무기한인 15년을 못 채웠기 때문에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세금 납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는 입주기업과 북한당국 간 갈등, 그리고 입주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후자는 입주기업과 우리 정부 간 갈등을 예고한다. 남북 합의를 믿었던 기업들은 남북 갈등에 양쪽에서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됐다.

정부 발표 이후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가 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말미도 주지 않고 전면 중단 결정을 하고 일방 통보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정부의 결정에 재고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입주기업들은 1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기로 했고, 오는 15일 오후 총회를 열어 공식적인 대응을 시작하기로 했다. 비대위의 주된 활동은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과 개성공단 내 물자 후송, 개성공단 정상화 요청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갈등에 중·미 갈등 더해져 인천경제 '설상가상'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정부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논의를 시작하고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예고한 데 이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면서 동북아시아에 냉전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한반도 화약고인 북방한계선(NLL)을 끼고 있는 인천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우선 인천시가 중국과 협력으로 섬 프로젝트와 인차이나(인천-중국)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천 발전을 꾀하려던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 갈등이 지속되면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의 33%를 차지하는 항만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인천항 컨테이너물동량(2015년 약 236만TEU)의 약 6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전반적인 국제 경기 침체 속에서 한·중 FTA 발효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중국과 갈등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천의 남북 교류 사업도 기약 없이 멈췄다. 인천시가 중국에서 열기로 했다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무기한 연기된 남북 축구대회와 양궁경기는 기약하기 더 어려워졌고, 강화도와 개성을 중심으로 한 남북 역사교류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자, 인천시는 11일 오전 유정복 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는 인천 소재 개성공단 입주기업(16곳)을 위한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는 우선 정부와 긴밀한 협력·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 차원의 입주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입주기업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접수할 창구를 개설한 뒤, 단계별 비상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성공단, #박근혜, #인천, #개성공단기업협회, #한중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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