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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입구.
 대구시청 입구.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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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18억 무슬림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며 할랄(Halal)산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반대여론이 일자 갑작스럽게 철회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시가 추진하는 대구경북의 지자체와 대구테크노파크(바이오헬스융합센터)가 공동으로 준비한 '한국형 할랄 6차 산업 육성' 사업이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지역행복권 선도사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시는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고 미래 농식품 수출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할랄푸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다"며 "올해부터 3년간 국비를 지원받아 무슬림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고 자화자찬하기까지 했다.

대구시는 한국형 할랄 산업 육성을 위해 ▲ 주요관광지 무슬림 환경개선과 할랄 전문 체험관 및 홍보관 운영, 할랄 등급제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할랄 비즈니스 환경조성사업 ▲ 할랄상품 개발 및 해외인증, 업종별 맞춤 할랄 제품 개발, 할랄 비즈니스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할랄 비즈니스 역량강화사업 ▲ 한국형 문화체험 투어리즘 운영, 할랄 전문 일자리 창출, 국내외 할랄 마케팅 지원 등을 위한 할랄 비즈니스 운영사업 등의 사업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사업을 바탕으로 앞으로 3년 동안 무슬림 관광객 4만5000명 유치와 고용창출 300명, 생산유발효과 1380억 원의 부가가치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하고 다른 도시보다 먼저 선점해 지역경제 및 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기독교계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이 대구시 누리집 민원게시판에 할랄산업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관련부서인 대구시청 관광과에도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다음 아고라에는 지난 4일 '대구 할랄사업 절대 반대합니다'는 내용의 이슈청원이 올라왔고 불과 일주일 만에 2만3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대구시 할랄 산업에 대한 반대 청원 글의 일부.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대구시 할랄 산업에 대한 반대 청원 글의 일부.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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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은 명백한 동물학대" 아고라에서 논란

누리꾼 '축복'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글에서 "노르웨이의 성폭행범 100%가 이슬람 무슬림이며 피해자는 모두 노르웨이 여성이었다"며 '히잡을 안 하면 창녀로 생각해 무차별 성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할랄 식품에 대해서도 "할랄은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방식"이라고 강조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처단해도 모자랄 판에 (무슬림을) 끌어들이다니요. 무슬림은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총선에 출마한 일부 후보가 할랄 단지 추진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이재만 예비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슬람 관광객 유치를 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는다고 해도 대구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대구 시민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대구 시민의 치안과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일부 몰지각한 무슬림 때문이겠으나 치안이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대구시의 일방적인 발표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방식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회도 대구시의 할랄 산업 육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은 "한국형 할랄 산업 육성사업과 관련하여 시민여론 수렴과 시의회와의 사전 협의 등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구시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할랄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 부족과 시민반대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며 '할랄 6차산업 육성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공모사업 선정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IS 테러 우려 등의 이유로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한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희 대구시의회의장은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또 일방적으로 철회하겠다고 한다"며 "졸속 행정으로 인한 대구시의 행정신뢰도가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일방적 사업 철회로 인해 중앙정부와의 불편한 관계 형성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민들이 할랄 산업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단정하는 등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대구에서 생활하는 무슬림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약 5000여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한국으로 귀화한 무슬림 김상호(40)씨는 "노르웨이에서 성폭행범 100%가 무슬림"이라는 주장에 대해 "무슬림이 없는 나라에는 성폭행 범죄가 없느냐"며 "히잡을 쓰지 않는 무슬림 국가도 많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할랄 산업을 육성할 경우 IS 등 테러리스트가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IS는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고 같은 무슬림이라 해도 IS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할랄푸드와 IS를 연게시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방글라데시는 전체 인구의 87%가 무슬림이지만 아직까지 단 한 차례의 폭탄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장도 "정부나 대구시가 무슬림을 상대로 수출이나 관광객 유치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기독교 입장에서 이단 종교를 배척할 목적으로 혐오를 조장하거나 마치 할랄 식품 사업이 무슬림의 범죄조직이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대구시, #할랄, #무글림,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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