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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삼성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회원과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13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앞 농성장에서 '삼성의 재발방지대책 합의내용 성실한 이행과 '사과' '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3가지 교섭의제(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중에서 '재발방지대책'만 합의되었으나 삼성측이 '모든 문제에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임의로 작성한 사과문을 보상 신청자들에게 개별 발송하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보상문제도 불투명하고 한시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반올림이 제보받은 삼성반도체와 LCD 직업병 피해자는 총222명, 사망자는 76명이지만, 실제 피해규모는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삼성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 노숙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반올림 "삼성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회원과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앞 농성장에서 '삼성의 재발방지대책 합의내용 성실한 이행과 '사과' '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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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삼성반도체 화성·기흥 사업장에서 일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협력 업체 관리 소장으로 재직하셨다. 2003년 2월 입사 뒤 2012년 8월 31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는 partners.samsung.com 메일을 가진 삼성 협력 업체 직원이었다. 아버지는 2009년 5월 급성이형성 (골수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놀란 아내를 진정시키기 위해 태연한 척 했지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암 병동으로 가는 통로에서 남몰래 눈물을 삼켰다고 하셨다. 1차 골수 이식 후 회복해 복직한다고 하셨을 때, 말렸어야 했다. 아들이 나라 지키러 군대를 가니, 자신도 가족을 지키러 회사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 때 꼭 말렸어야 했다. 아버지가 그 냄새나는 공장에 다시 제 발로 들어간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우리 가족 때문이었다.

유언처럼 남긴 기록

살아 계실 때는 산재 신청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아버지는 자기가 잘못되면, 반올림에 전화하라며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의사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복직 후 아버지는 자기가 왜 백혈병에 걸렸는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작업 환경과 관련한 업무 메일을 비공개로 운영한 가족 카페에 옮겨놓았다. 때가 되면 공장을 들락날락하는 화학물질 수거 차량 사진을 찍어뒀고, 유해물질 배출함 사진을 몰래 찍어 보관했다.

한국안전환경평가원이 제출한 '화학물질 사용 실태 통보'라는 제목의 보고서 역시 카페에 게시했다. 카페에 유언처럼 남겨 놓은 기록들을 토대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판정위원회에 총 세 차례 출석했다. 노무사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역시 불승인이었다.

사람냄새 없는 공장

아버지는 9남매 가운데 7번째다. 형제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났다. 2013년 작고하신 할아버지보다 더 일찍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는 여름엔 마라톤, 겨울엔 스키를 타는 스포츠맨이었다. 그 병에 걸릴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는 새벽 5시 50분이면 집을 나섰다. 3교대하는 직원들의 얼굴을 다 봐야 한다며 때이른 출근을 하셨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 깔린 5층 높이의 반도체 생산 공장 사이를 걷다 보면 항상 퀘퀘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사람냄새 없는 공장의 영업 비밀은 바로 이 불쾌한 냄새였다. 아버지를 비롯해 이 냄새를 맡으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아팠다. 아프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기업은 상처 받은 노동자들과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 역시 이들을 외면했다.

스트레스, 안 받으면 그만 아닌가?

삼성전자 앞 '반도체 소녀상' 13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앞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농성장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를 모델로 한 '반도체 소녀상'이 놓여 있다.
▲ 삼성전자 앞 '반도체 소녀상' 1월 13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앞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농성장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를 모델로 한 '반도체 소녀상'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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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 아버지의 병이 재발했다. 직전 해에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본다. 아버지는 정리해고를 해야 했다. 유지보수 업무를 원청인 삼성의 노동자들이 일정 부분 맡기 시작하면서 협력 업체에 불똥이 튀었다. 지각이나 무단결근을 비롯한 기록이 남아 있는 사원 위주로 퇴사시켰다고 한다. 다른 협력업체 관리소장에게 수심 가득한 얼굴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단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자기가 잘리는 것도 아니면서 왜 스트레스를 받으셨을까' 아마도 그건 자기가 채용한 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서 온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는 또 다시 고얀 병을 온몸으로 맞았다. 최근 만난 주치의는 스트레스와 백혈병은 무관하다고 확언했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라는 말은 틀린 말인가 보다.

문고리 붙잡고 서 있기로 했다

기댈 곳이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근로복지공단도, 회사도 다 아버지 탓을 했다. 병난 것도, 숨 쉬기를 그만한 것도 다 아버지 탓이란다. 그런데 반올림은 아니었다. 삼성 공장 노동자들이 향후 일하다 또 아프거나 죽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라고 외쳤다. 합당하고 배제 없는 사과, 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당사자 가족 개개인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11년간이나 지속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해결로 가는 문이 조금 열려있는 와중에 반올림에 발을 내딛었다.

반올림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삼성을 각성하게 했다. 닫힌 문을 열었다. 삼성의 막무가내 보상위원회에 아버지 이름이 적힌 서류를 들이밀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기껏 열어 놓은 문을 내가 나서서 닫는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중에 병 다 나으면 반올림 사무국장을 하실 거라고 했었다.

결국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지만,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그 약속을 기억한다. 그래서 문고리를 꼭 붙잡고 서 있기로 했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손잡고 다함께 이기는 그 날을 기대하며 불안해도 버티고 서 있기로 했다. 아버지,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손성배 기자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의 유가족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 2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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