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의 배우 도경수(엑소 디오)가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도경수(엑소 디오)는 영화 <순정>에서 수줍음 많지만 남자다운 소년 범실 역을 맡았다. 그의 영화 첫 주연작으로 이 캐릭터를 위해 그는 동료 배우 김소현, 이다윗, 주다영, 연준석 등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 이정민


1993년생인 도경수가 1991년을 사는 소년이 됐다. 무대 위 수많은 팬들을 바라보며 환희를 만끽하던 EXO(엑소)의 디오가 영화 <순정>에선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청춘의 진면모를  보이고 있는 그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 모든 게 정말 운이 좋아서 이뤄진 일들"이라고 운을 뗐다.

<순정> 속 17세 범실(도경수 분)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풋풋한 소년이다. 다만 그의 눈빛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흐른다. 어쩌면 이게 모든 사춘기의 초기 증상 아닐까. 전라남도 고흥에서 네 친구들과 함께 천둥벌거숭이처럼 마을을 내달리던 한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커져버린 사랑의 감정을 맞이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상대 여배우와 손 잡을 때의 수줍음

 영화 <순정>의 한 장면.

영화 <순정>의 한 장면. 전라남도 고흥을 배경으로 다섯 배우들은 마치 제 동네를 드나들듯 스스럼없이 다녔다는 후문이다. 아이돌 엑소 멤버인 도경수를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거 같다고? 오히려 이곳에선 TV드라마에 출연을 자주해온 이다윗이 인기였다고 한다. ⓒ 주피터 필름

실제 도경수와 범수는 얼마나 닮았을까. 지금에야 많이 바뀌었다지만, 도경수는 "천방지축형이기보단 조용히 자기 일만 하는 성격에 가까웠"고, 남학생이라면 흔히 했을 법한 "축구나 농구도 좋아하지 않았"다. 닮은 거라곤 범실의 묵직한 성격 정도다. 연기자로서도 아직 그의 경력은 풍부하지 않다. 영화 촬영이라고 해봐야 2014년 <카트>가 전부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이 좋은 연기를 막는 장벽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순수한 감정'을 뜻하는 영화 제목처럼 범실이라는 인물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촉매로 느껴진다.

"그 시대든 지금이든 사랑과 우정의 감정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상대역인 김소현씨와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죠. 우리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 분(이다윗, 연준석, 주다영) 모두 낯가림이 심해서 감독님이 많이 걱정했어요. 다짜고짜 첫 촬영 때 저보고 소현과 손을 잡고 다니라 하셨죠. 그때 느낀 수줍음의 감정이 촬영에 도움이 됐어요. 촬영 중반엔 다들 매우 친해졌죠. 같이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요. 감독님이 '그만 놀고 촬영 좀 하자'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사랑의 의미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고3 때 사랑다운 사랑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풋풋함 보단 슬프고 우울한 기억이 컸어요. 행복감도 물론 있었지만 그땐 미처 몰랐죠. 잠깐의 행복함 뒤에 남는 긴 슬픔. 첫사랑이 원래 이런 건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기억되는 거 같아요."

고흥 내 이곳저곳을 제 집처럼 뛰어다녔고, 연기자들과 순천시내로 나가 영화를 보러다니기도 했다. 연기를 고민하며 함께 파고들수록 도경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자유였다. 아이돌 스타로서 누리지 못했던 일상을 영화를 통해 간접경험하면서 그는 "위안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대학 생활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할 경험을 지금 하고 있는 셈이니 아쉬움은 크게 없다"고 나지막이 그가 덧붙였다.

배우들끼리 모여 연애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도경수는 자연스럽게 그때 그 소년이 되어 갔다.

감정의 득템

 영화 <순정>의 배우 도경수(엑소 디오)가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간 도경수는 내면의 상처가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순정> 이후 그는 "다윗 형처럼 개구진 캐릭터나 아주 악역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 이정민


그간 도경수가 TV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선보인 캐릭터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너를 기억해>의 사이코 패스 준영도, <괜찮아 사랑이야>의 강우도, 지금의 범실처럼 모두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있는 캐릭터다. "뭔가 끌려서 임했던 인물들이 모두 그렇다"라며 "작품을 해나갈수록 감정을 하나씩 얻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그가 말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16화 때였어요. 연기하는데 강우와 도경수의 중간 지점을 만난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평소에 눈물도 없고 냉정한 편이라는 소릴 많이 듣는데, 뭔가 울컥! 하고 올라오더라고요. 그 감정을 '득템'(게임 등에서 특정 아이템을 얻었을 때 쓰는 단어)한 거 같은. 그 이후 슬플 때나 기쁠 때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콘서트에서도 마냥 행복감을 느꼈지 한 번도 울지 않았거든요.

<순정>에선 친구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세 번 찍었어요. 상실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너무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마치 등 뒤에서 고무줄로 내 목을 쭉 당기는 느낌이랄까. 두 번째에선 그 고무줄이 마치 끊어질 거 같다가, 세 번째 찍을 때 탁! 하고 끊어졌어요. 몸이 말을 안듣고 굳어버렸는데 10분 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던 거 같아요. 이걸 광기라고 해야 할까요?"

두 작품으로 울컥하는 감정과 광기의 감정을 얻은 셈이다. 다만 그는 "스스로 공감하더라도 그게 스크린에 담길 때는 제대로 안 보일 때가 있다"며 "어떻게 표현해야 온전히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경험의 재미

소녀 팬들의 우상이라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꿈꾼다. 디지털보단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관계가 아닌 정성과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사랑을 꿈꾼다. 도경수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노래 하나하나를 테이프에 녹음하던 <순정> 속 장면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요리와 목공 등 하고 싶은 게 많았다"던 그에게 물었다. 초심의 순간을 기억하는지, 지금 대중들의 큰 관심이 부담은 아닌지 말이다.

"노래를 좋아했고 연기도 꿈꾸고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얘기 안 하고 저 혼자만 갖고 있던 때가 있었어요. 운 좋게 기회가 돼서 이렇게 가수를 하고 있고, 운 좋게 시나리오가 툭 던져진 걸 받아 <카트>와 <순정>을 찍었죠.

어릴 때 숀팬의 연기를 보고 강하게 느꼈어요. '진짜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을 어떻게 흉내 낼까', '내가 만약 이 캐릭터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저도 모르게 상상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노래도 연기도 마냥 즐겁기보단 힘들기도 해요. 그럼에도 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에 힘을 얻어요. 무대 위에서 팬 분들의 얼굴을 보면 진짜 행복해보이거든요. 몸으로 직접 그걸 느끼면 진짜 무너질 수 없습니다(웃음)."

도경수가 최근부터 애타게 찾기 시작한 게 있다. "멋진 남성이 되자고 끊임없이 다짐하고 있다"며 그가 수줍게 웃었다. "항상 변치 않고 예의를 지키며 살되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그의 지상 목표였다.

적어도 노래와 연기에 있어서 도경수는 지고지순한 순정을 품고 있다.

 영화 <순정>의 배우 도경수(엑소 디오)가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경수가 꿈꾸는 멋진남자는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그의 성정 상 충분히 이룰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실하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은 도경수의 특장점 중 하나다. ⓒ 이정민



도경수 순정 엑소 디오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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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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