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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주류 정치인이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 후보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 개표결과,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가 넘는 득표 차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샌더스에게는 소액 기부자들의 선거 후원금이 몰려 520만 달러(약 62억3천만 원)가 모금됐다.

실제로 샌더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44년간 일관된 목소리로 중산층과 서민들을 대변해왔다. 특히 2010년 말에는 부자 감세안 통과를 비판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연설을 8시간 37분간이나 쏟아내 유명해졌다.

샌더스의 지지층은 고학력 백인과 청년 유권자다. 이들은 심화된 불평등과 이를 뚜렷하게 확인시켜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들의 마음속에서 시대착오적인 아메리칸 드림은('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은) 붕괴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과 격의 없이 만나는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미국 시민들과 격의 없이 만나는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 샌더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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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권력의 대변자들은 부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공적 건강보험, 유급 모성휴가, 공립대학 등록금 폐지 등을 주장하는 샌더스를 과격한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 사회주의자는 이렇게 답한다.

"과격이란, 부자 감세를 해준 정치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위 1%가 소득 대부분을 가져가는 상황이야말로 과격합니다. 한 집안(월마트 소유주 월튼 가)의 재산이 하위 1억3000만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현실이야말로 과격합니다."

샌더스 돌풍이 비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지 못하면 잠잠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주는 건 사실이다. 한국도 부의 격차가 심하고 재산 규모를 결정하는 데 노력이 아닌 증여나 상속의 비중이 높아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샌더스가 부자 증세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를 고집한다.

'엘리트 집단' 박근혜 정부... 왜 대안을 생각하지 못할까?

박 대통령은 '일자리 쪼개기와 쉬운 해고(노동유연화)→기업의 생산성 증가→경제 성장→창조 복지 달성'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기업이 더 배부르면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로 가난한 사람들도 잘살게 된다'(낙수효과)는 새롭지 않은 대안이며 이명박 정부도 이 논리로 법인세를 깎았다. 하지만 감세 차익은 기업의 유보금으로 흘러갔고 경제는 더 불평등하고 더 가난해졌다. 부자의 선의(善意)에 기댄 정책들이 지닌 함정이다.

정부는 기업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평가 과정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키면 공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회사 10곳 중 9곳은 노조 자체가 없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꾸준히 반 노조 정서를 드러낸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 없이 바꿀 수 없던 임금체계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문제가 없다면 동의 없이 바꿀 수 있게 하자고 말한다(관련 기사:  누구를 위한 양대지침인가).

박근혜 정부 장·차관 40명의 학력을 전수조사했다. 서울대 경영·경제 출신은 5명이지만,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송언석 2차관도 최종학력은 모두 경제학 박사다.
 박근혜 정부 장·차관 40명의 학력을 전수조사했다. 서울대 경영·경제 출신은 5명이지만,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송언석 2차관도 최종학력은 모두 경제학 박사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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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덴마크처럼 해고자에게 퇴직 전 임금 최대 90%까지 2년간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양질의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수준도 아니다. 실업급여를 받기도 어렵지만 그나마 최대 240일간 하루 최대 4만3천 원만 제공된다. 결정적으로 덴마크 정도의 실업급여 등을 제공하려면 조세부담률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 혹시 박 대통령 주변에 무능한 사람들만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위 자료에서 볼 수 있듯 국가공무원 약 101만여 명(2014년 최신통계 기준)의 우두머리들인 장·차관 중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고(18명) 전공도 경영·경제가 가장 많다(11명).

'창조 경제'라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걸맞게 3기 내각 40명 중 12명은 경영·경제 박사학위 소지자다. 12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미권 유학 출신이며 절반 이상(6명)은 또 서울대 학부 출신들이다. 요컨대 3기 내각 전체 45%가 서울대, 27.5%가 경영·경제 전공, 15%가 '영미권 경영경제 박사' 엘리트들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장·차관 배출하는 학계, 성향이 너무 '단순'하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엘리트들만 모여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또한 샌더스와 같은 '비주류'들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에 '동종교배'라는 문제가 있다. 동종교배란,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종족 구성원들끼리 폐쇄적인 근친상간 만을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종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성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도 더 높다.

현생 고등생물들이 진화에 성공한 건 다양한 외부 종족을 배척하지 않고 구성원으로 '인정'해 이종교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족 다양성을 지켜내는 건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1972년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사고'라는 현상을 지적했다.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짓다 보면 응집성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개인들이 독립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기보다 대세를 좇아가기 급급할 정도의 응집성이 형성될 때다. 이때 생각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신선한 대안은 탄생하지 못 한다. 이 분위기를 용감하게 깨는 비판자들은 쉽게 배척당하고 존중받지 못 한다. 폐쇄성은 권위주의와 결합할 때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다. 강력한 '권력자'가 정부와 국회에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측근들을 앉혀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이 권력자의 신체 대신 심기를 보호하는 '마인드가드'가 되면 집단의 폐쇄성과 비합리성은 더 공고해진다. 권력자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때 이의를 제기할 비판자를 쫓아내고 '배신자'로 낙인 찍는 데 앞장서는 역할들을 하기 때문이다. 여당에도 낙인이 찍힌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그는 박 대통령의 대선 복지 공약들이 줄줄이 축소·파기되자, 지난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직언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고 맞받아쳤고, 유 의원은 '마인드가드'들의 압력을 받다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8시부터 6시 방향에 영미권(미국, 영국, 캐나다) 대학들에 개별적으로 유학을 다녀온 교수들은 꽤 있지만, 5시 방향의 유럽권 대학(파리 1대학, 렌느 1대학, 훔볼트 대학 등) 출신들은 훨씬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8시부터 6시 방향에 영미권(미국, 영국, 캐나다) 대학들에 개별적으로 유학을 다녀온 교수들은 꽤 있지만, 5시 방향의 유럽권 대학(파리 1대학, 렌느 1대학, 훔볼트 대학 등) 출신들은 훨씬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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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동종교배를 의도하고 모였든 아니든 간에,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만 뭉쳐있고 비주류가 멸종했다는 건 사회적 적신호다. 민주주의란 열린 진보를 지향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집단이 국회의원, 장·차관, 국책연구원,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고시출제위원, 교육부 차관, 교수 등 엘리트들의 '요람'인 학계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지난 1월 22일 비평공동체 아이리스(IRIS) 멤버 강태영씨는(서강대·사회학 2), 서울 소재 대학 8곳의 사회학·정치학과 전임교수 156명의 학력을 파이엑(Pajek)이라는 툴로 시각화했다(관련 자료: 인포그래픽으로 대학 교수들의 출신 학교를 알아보자).

기자는 강씨의 조사방법에 따라 '중앙일보 2015 대학평가' 종합순위 상위 10개 대학 경영·경제학과 전임교수 617명을 조사했다. 위 자료에서 이들의 '출신 학부'부터 살펴보자. 가운데 파란 점은 전임교수직을 뜻하며, 사방으로 뚫린 도로가 굵을 수록 해당 대학 출신들이 많다는 뜻이다.

한눈에 봐도 서울대(Seoul) 학부 출신들이 압도적인 주류를 이루는 걸 확인할 수 있다. 5시 방향 독일 훔볼트(Humboldt) 대학까지 작은 샛길이 뚫렸다면(1명), 서울대까지는 총 '286차선'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서울대가 전체 약 46.35%(286명)이며, 연세대는(Yonsei) 약 15.56%(96명)이고 고려대는(Korea) 약 11.83%(73명)으로 뒤를 잇는다. 이른바 '스카이(SKY)' 출신들이 전임교수 약 73.74%를(455명) 장악했다.

기자가 <중앙일보>가 꼽은 '우수한 대학'들의 전임교수 학력 현황을 보여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학 생태계 자체가 다양성이 빈약한 상황이므로 완전경쟁은 허구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보자는 거다. <중앙일보>는 대학에 '선의의 경쟁'을 부추겨 '교육의 질과 연구역량'을 강화하고자 줄을 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학벌은 고착화됐다. 노란불이 켜졌다.

영미권(Anglosphere) 약 91.09%(562명), 한국 약 6.16%(38명), 프랑스(France) 약 0.81%(5명), 독일(Germany) 약 0.65%(4명), 일본 약 0.49%(3명), 스페인과 포르투갈 각 0.16%(1명) 씩이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편중돼 있는 셈이다. 반면 인문학계는 역시 서울대 편중 현상이 자주 관측되지만 그 정도가 덜하고 박사취득 지역에서 다양성을 확보한다. 가령 중앙대 철학과는 4명의 교수가 있다. 이들 중 서울대 출신은 없고 박사출신도 영미 철학(인디애나대), 독일 철학(Bonn대), 동양 철학(고려대), 윤리학(중앙대) 등 다양하다.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철학과는 영미권·독일·프랑스·중국·한국 철학 등 다양한 전통의 출신들을 수용하며 나름의 다양성을 지키고 있다.
 영미권(Anglosphere) 약 91.09%(562명), 한국 약 6.16%(38명), 프랑스(France) 약 0.81%(5명), 독일(Germany) 약 0.65%(4명), 일본 약 0.49%(3명), 스페인과 포르투갈 각 0.16%(1명) 씩이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편중돼 있는 셈이다. 반면 인문학계는 역시 서울대 편중 현상이 자주 관측되지만 그 정도가 덜하고 박사취득 지역에서 다양성을 확보한다. 가령 중앙대 철학과는 4명의 교수가 있다. 이들 중 서울대 출신은 없고 박사출신도 영미 철학(인디애나대), 독일 철학(Bonn대), 동양 철학(고려대), 윤리학(중앙대) 등 다양하다.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철학과는 영미권·독일·프랑스·중국·한국 철학 등 다양한 전통의 출신들을 수용하며 나름의 다양성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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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비주류를 받아들여 종족 다양성을 살리지 못할 때, 전적으로 새로운 경제 해법이 나올 가능성도 줄어든다. 학생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모인 교수들 밑에서 비슷한 커리큘럼을 밟고 비슷한 유학코스를 다녀오거나 비슷한 자리에 진출하여 자기들끼리 비슷한 대안을 내는 일을 무한반복 하는 과정을 상상하면 된다(그 중 일부는 또 교수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드물게도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이한구 의원(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짠물학파 대 민물학파' 논쟁을 벌였다. 이 위원장은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유럽 경제학이 미국 경제학보다는 진보적 경향을 띤다는 게 통설이다(짠물 대 민물의 차이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그런데 위 자료를 보자. 교수들의 '박사학위 취득지역'이다.

국내 경영·경제 학계는 영미권의 '식민지'라 해도 과하지 않다. 미국·영국·캐나다(엄밀하게는 미국)을 통칭하는 영미권(Anglosphere) 박사 출신들이 91.09%(562명)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미권 박사가 너무 많아 프로그램이 바의 굵기를 줄여 표시하겠다는 경고창을 띄웠다. '국내' 경제를 알려면 이제 '미국 지도'를 펼쳐야 한다.

그릇이 좁으면 복지에 대한 이해도 좁을 수밖에 없다

물론 'SKY-영미권 박사' 출신 교수들을 싸잡을 이유는 없다. 전 세계 어느 학계든 서구 중심(특히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2014년 OECD가 발표한 미국 내 유학생 비중을 보면, 비 OECD 회원국 1위 중국과 2위 인도에 이어서 회원국 한국이 3위(9.5%)를 차지했다. 양국의 인구를 감안해봐도 한국의 미국 의존성은 특수한 경우다.

아래는 국내 상위 10개 대학 경영·경제 교수들의 '학사-박사' 네트워크다. 그중 수적으로 많은 30개 네트워크를 뽑아보면 놀랍게도 미국 경영·경제학 생태계를 빼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민물 대학에는 시카고(Chicago), 위스콘신(Wisconsin),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로체스터(Rochester), 노스웨스턴(Northwestern), 미시건(Michigan), 인디애나(Indiana) 대학 등이 있다. 짠물 대학에는 펜실베니아(Pennsylvania), 하버드(Havard), 콜럼비아(Columbia), 스탠포드(Stanford), 예일(Yale), 캘리포니아 주립대(UC계열) 등이 있다.
 민물 대학에는 시카고(Chicago), 위스콘신(Wisconsin),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로체스터(Rochester), 노스웨스턴(Northwestern), 미시건(Michigan), 인디애나(Indiana) 대학 등이 있다. 짠물 대학에는 펜실베니아(Pennsylvania), 하버드(Havard), 콜럼비아(Columbia), 스탠포드(Stanford), 예일(Yale), 캘리포니아 주립대(UC계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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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다. 그래서 비슷한 지역에 모인 대학들끼리 자주 학술 담론을 공유하고 성향도 비슷해진다. 미국 경제학회장을 지낸 로버트 홀은 미국 북부 오대호(슈피리어·미시건·휴런·이리·온타리오 호수) 주변 민물가에 모인 대학들과 대서양과 태평양 주변 짠물가에 모인 대학들을 나눠 '짠물 대 민물'로 학파를 분류했다.

그리고 위 관계망을 보자. 30개 네트워크 중에선 6시 방향에 스카이(SKY) 학사 출신들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들이 주로 7~10시 방향의 미국의 짠물 대학들과 12~2시 방향의 민물 대학들로 박사 유학을 떠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머릿수를 따지자면 민물 109명-짠물 114명으로 짠물이 조금 앞선다).

그렇다면 민물과 짠물의 성향 차이는 무엇일까. 현재 미국 주류 경제학은 크게 새고전파(New Classical)와 뉴케인지언(New Keynesian)으로 시각차가 갈린다. 새고전파가 민물가에 많이 모여있고 뉴케인지언들은 짠물가에 많이 모여있다. 거칠게 말해 둘의 차이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까' 정도로 요약된다.

민물가의 새고전파는 2000년대까지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뒷받침한 사람들이고, 좀 더 시장을 신뢰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에 찬성하지 않는다. 반면 짠물가의 뉴케인지언들은 미국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1990년대 들어 성장했고, 시장을 비교적 덜 신뢰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에 찬성하는 편이다. 짠물파들로는 그레고리 맨큐 교수와(하버드대·<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폴 크루그먼 교수(뉴욕시립대·2008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유명하다.

특히 크루그먼은 세습자본주의를 비판해왔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옹호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짠물파들은 낡은 자본주의를 '고쳐쓰는데' 관심이 있을 뿐, 전면 비판하거나 부정할 수도 있다고 보는 비주류들보다는 덜 진보적이다. 가령 크루그먼은 샌더스를 '이상주의자'라 비난한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타협하는 힐러리를 지지한다(관련 기사: 폴 크루그먼은 왜 샌더스를 비판하고 힐러리를 지지하나).

크루그먼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는 맨큐는 2013년 말 불평등한 경제질서를 개탄한 교황에 대한 비난 글을 자기 블로그에 올린 적도 있다. 결국 주류는 주류인 셈이다. 미국 현대사를 놓고 보면 사회주의자 샌더스의 등장은 꽤 예외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예외주의>의 저자 시모어 마틴 립셋의 생각은 다르다.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가 조장한 적색공포 등으로 사회주의자가 심하게 배척됐던 미국이야말로 예외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주류 경제의 복사판인 한국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릇이 좁으면 복지에 대한 이해도 좁을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본 조사의 방법 및 과정 상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당초 조사 대상 전임교수 총 798명 중 181명이 제외됐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 학력 정보가 불충분하게 공개된 경우가(가령 박사학위만 명시 혹은 아예 기재가 안 된 경우 등) 있었기 때문이다. 각 대학 별로는 서울대 5명, 성균관대 61명, 한양대 16명, 연세대 19명, 고려대 10명, 서강대 13명, 이화여대 25명, 중앙대 26명, 한양대(ERICA) 6명은 제외됐다. 따라서 생태계의 모습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진 않을 수 있다. 다만 617명의 출신 성분의 경향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글이 시사하는 '서울대 학부-영미권 박사'의 영향력을 극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사람이 직접 학력을 열람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따라서 몇 차례 재확인을 거쳤어도 근소한 오차는 남을 수 있다. 앞으로 각 대학들이 전임교수 학력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국 전임교수들의 학력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툴이 개발된다면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태그:#샌더스, #박근혜, #폴 크루그먼, #경제학,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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