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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3월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장면.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3월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장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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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에 대한 '독자 제재'를 명분으로 10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유엔의 대북 제재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당사자인 우리가 '독자 제재'로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방송(10일 오후 녹음)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제재로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는 것은 그 적합성이 없다"며 "5만4천명이 1년간 임금 1억 달러를 못받는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이미 5만명이 넘는 해외노동자 파견과 미사일 등 군수품과 광산물 수출 등으로 상당한 해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장관은 "국제사회 압박으로 북한에 1억 달러의 아픔을 주겠다고 작년 한해 생산액이 5억 달러가 넘는 개성공단을 포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라며 "개성공단이 없어지면 황해북도 경제가 어려워지겠지만, 북한은 워낙 가난에 익숙하고 또 철저한 독재국가라는 점에서 불평불만도 못하면서 참고 견디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군사 조치를 제외하면,  우리가 가진 제일 센, 최고의 카드를 왜 이렇게 일찍 꺼낸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뒤 "이는 북한에 주는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제재용이라기보다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북풍몰이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이번 조치에 대해 극력 반발하면서 군사적으로 사고를 쳐주기를 바라는 계산된 행위로 본다"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 개성공단 문제로 이슈 바꿔"

그는 또 "이번 조치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와도 연결돼 보인다"며 "설 연휴가 끝나면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한미 간 사드배치 협의 공식화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연휴 마지막 날에 이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이슈를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그런 점에서는 탁월하다, 지금 야당은 도저히 못 따라간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아프기는 하지만 견딘다. 그리고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태도 아래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8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NLL(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사건을 상기하면서 "자기들이 아무 때나 남쪽을 군사적으로 괴롭힐 수 있다는 사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자리가 원래 북한군 6만5천명이 주둔하고 있던 최전방이었으나, 공단이 생김에 따라 재배치되면서 휴전선이 북한쪽으로 10~15km정도 올라간 효과가 났다"면서 "개성이 6.25남침 때 1번 루트고, 반대로 우리가 반격할 때 북진 1번루트라는 점에서 다시 군사 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한미의 사드배치 공식 협의' 발표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냉전시대의 대결구도가 완전히 부활해서 중러북 대 미일한 구도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며 "북한 압박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가 대중압박의 최전선에 선다는 점에서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군사적 보복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경제적 보복과 함께 중국의 군사적 대응도 우려했다. 영해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서해상에서 한-중 간의 갈등이 총격전으로 번질 수 있으며, 지난 1월 31일 중국의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에서 방공식별구역을 허가 없이 들어온 것도 한국을 감시하는 초계비행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 "사드 배치되면, 충분한 군사적 능력 갖춰나가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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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8일 사설에서 "중국이 사드 시스템에 대응하는 충분한 군사적 배치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면서 "사드가 일단 배치되면 인민해방군은 이를 전략적 고려와 전술계획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해, 군사 대응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정 전 장관은 "6.25가 끝난 지 63년 만에 다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 됐는데 그걸 우리가 자초했다"며 "북한의 핵과 장거리로켓 발사라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한반도 상황 관리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정부가 대전략없이 즉흥적이고 전술적으로 강경일변도 정책을 쓰면서 이렇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제정과 개성공단 1단계(330만㎡) 개발 착공을 끌어내는 등의 활동으로 개성공단 탄생의 산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 전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당시에는 (장관으로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결과적으로 내가 못할 짓을 했다"며 "중간에 정권이 바뀌기는 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개성에 간 분들인데 참 미안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반도 상황이 굉장히 불안하다. 출구가 없는 동굴속으로 자꾸 들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과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한미 간 공식협의 발표 문제를 다룬 <한통속> 87회 88회 자세한 방송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태그:#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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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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