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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회사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힙합과 EDM, 그리고 페스티벌 산업이 뛰어들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CJ E&M은 국내 힙합레이블들을 대거 인수했다. YG는 미국에 본지를 둔 '울트라뮤직페스티벌'에 발을 들였고, SM은 새로운 EDM 레이블 'ScreaM Records'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가 자본으로 시장을 선점해 몸집을 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들이 문화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사전을 찾아봤다. 문화란 자연상태를 벗어나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되고 공유되는 양식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분류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 고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게 맞다. 그런데 콘텐츠 공룡은 보장되어야 하는 문화의 다양성을 삼킬 위험이 크다. 각자의 리소스만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충당할 수 있는 독과점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소속되지 못한 아티스트들은 밥먹기가 어려워지고, 공룡이 되지 못한 문화단체들은 자연히 소멸할 수 밖에 없다.

축제시장은 어떤가. 축제는 문화를 향유하는 장이다. 문화가 축제를 낳고, 축제가 또 다른 문화를 낳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실험이 있어야 하고 참여자들끼리의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 공룡들의 축제는 보기 좋다. 화려한 시스템과 수억 원을 쏟아부은 라인업으로 관객들을 홀린다. 그런데 '단순한 공연이 아닌 새로운 경험'이라는 축제의 본질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이제 곧 EDM 축제에 아이돌들이 오를 판이다. 그 또한 생소한 볼거리겠지만.

분명 콘텐츠 공룡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가장 큰 부분이 해외아티스트 섭외다. 그들이 아니면 불러올 수 없는 아티스트들이 있고, 그 아티스트들을 보러 비행기를 탈 수 없는 대중들이 있다. 반면 다양한 타켓을 대상으로 소소하지만 큰 기획을 이어가는 단체들이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가는 주체들이다. 공룡에게 밟힐 위험을 안고 어떻게든 살 길을 모색해나간다.

지금은 기업에 들어간 친구 남편이 한동안 사업을 했었다. 팔릴만한 아이템을 찾아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을 한다기에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었다. 친구의 대답이 떠오른다.

"돈 있는 회사들이 될만한 아이템에는 다 달려드니까. 남편같은 경우에는 계속 아이템을 갈아타야 해. 그게 제일 어렵지 뭐."

공룡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공룡 키우기에 혈안이 돼 공생해야 할 다른 생물들을 잊어선 안되겠다. 문화를 선도한다고 외치는 게 다가 아니다. 몸집이 클수록 진짜 사회에 필요한 문화가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필요한 축제는 어떤 형태인지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주체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문화를 더 다채롭게 가꿔갔으면 좋겠다. 그게 대중들에게도 더 유익하지 않을까.


태그:#문화, #축제, #EDM, #콘텐츠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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