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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 북구는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유일하게 진보진영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배출한, 야성이 강한 곳이다.

근래들어 점점 보수화 되는 경향을 보이며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그동안 진보진영과 새누리당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며 당선자를 배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도 그 판세를 예측할 수가 없다.

특히 이 지역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진보진영과 새누리당 의원이 나란히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후, 다시 치러진 재선거에서는 상대진영에서 당선된 특이한 사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낙마의 사유는 모두 과장된 공약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런 북구에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불과 2개월 가량 남겨두고 치적과 관련한 때이른 선거법 위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진원지는 공천경쟁이 치열한 새누리당 내에서다. 이에 진보진영 후보가 이를 보다 못해 일침을 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울산 북구 두 번의 선거법 위반 낙마, 모두 과장된 공약 관련

현대자동차와 수많은 협력업체가 밀집한 북구는 노동자의 표심이 강하다. 이 때문에 지난 1997년 초대 구청장 선거에서 진보진영 조승수 전 의원이 당선된 데에 이어 2002년 선거에서도 진보진영 이상범 전 구청장이 당선되며 진보진영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엎치락뒤치락 양상을 보였고, 그 과정은 특이했다. 새누리당의 윤두환 의원이 2000년 4월 13일 치러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2004년 17대 선거에서는 진보진영 조승수 전 의원이 당선됐다. 하지만 조승수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1년만에 낙마, 2005년 치른 재선거에서는 윤두환 전 의원이 다시 당선됐다.

이어 2008년 치른 18대 선거에서는 윤두환 전 의원이 연이어 당선됐지만 그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해 1년만에 재선거를 치렀고, 이 선거에서는 다시 조승수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어 2012년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이 당선됐다.

특이한 점은 진보진영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1년만에 낙마한 선거법 위반이 모두 공약과 관련한 것이었다. 2008년 총선에서 당선된 후 낙마한 윤두환 전 의원은 예비후보 공보물과 토론회에서 '정부로부터 울산~언양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약속을 받았다'고 홍보했으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된 것.

진보진영 조승수 전 의원의 낙마도 마찬가지였다. 조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울산 북구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시 문제가 됐던 '음식물자원화시설'과 관련한 공약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150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낙마했던 것.

이처럼 과장된 공약으로 인해 2번이나 낙마사태를 불러온 북구에서 다시 새누리당 후보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 간 치적 공방에 진보진영 후보 '일침'

설 명절 연후가 시작되기 전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주민들에게 대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토 7호선(신답교~경주시계) 확장공사의 보상과 착공이 곧 시작된다. 2000년 윤두환 전 의원 시절부터 2009년 조승수 전 의원 시절까지 실시된 예비타당성조사가 탈락해 정부도 언론도 모두가 어렵다고 한 사업이었지만 끝까지 반대하던 정부를 설득해 결국 통과시켰다"며 자신의 치척임을 내세우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이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윤두환 전 의원이 즉각 반발하며 "울산시는 2007년에 신답교~경주시계 확장공사 실시설계를 발표했고, 2009년 12월 보고서에 국도 7호선 신답교에서 경주시계구간까지는 폭 20m에서 40m로,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박대동 의원이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박대동  의원은 다시 "윤두환 전 의원측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을 검토 중이다"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전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직전 북구청장을 지낸 후 이번 총선에 나선 민주와노동의 윤종오 전 구청장이 "국비를 놓고 벌이는 새누리당 두 후보의 진흙탕 싸움에 북구 주민만 망신스럽다"며 일침을 가했다.

윤종오 전 구청장은 설 연후 중 입장을 내고 "국도 7호선 확장공사를 놓고 새누리당 박대동, 윤두환 예비후보가 벌이는 집안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상호비방을 넘어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질 태세다"며 "이 모든 상황이 휴대폰 문자로 실시간 방송되면서 북구 주민을 망신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구청장은 "두 후보의 진흙탕 싸움에 관심 없지만, 당면한 북구 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비방만 일삼는 모습에 경쟁상대로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비는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낸 혈세로, 국회의원 개인이 지역구 선심성 공략을 위해 좌지우지할 성격이 아니며, 국가 균형발전에 맞게 적절히 분배돼야 한다"며 "국도7호선 역시 북구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배정된 것이다. 마치 두 후보가 아니면 확장하지 못한다는 식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힘들게 낸 세금을 노동자와 주민들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며 "토목중심의 국비집행을 넘어 쉬운 해고에 불안해하지 않고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있게 삶의 질을 높이는 예산편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두 후보도 비방을 멈추고 북구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일에 힘을 쏟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지난 선거 때마다 얽히고 설킨 과장된 공약에 다른 낙마와 재선거,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치적 공방과 이에 대한 진보진영 후보의 쓴소리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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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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