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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순회강연 중인 성공회대학 한홍구 교수가 2월 7일 샌디에이고에서 동포들과 만났다.

강연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논의로 시작했다. 일제는 조선뿐 아니라 일본과 네덜란드의 여성들도 위안부로 동원했는데, 장병들에게 '깨끗한 성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국가에서 직접 성병을 관리했다.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2차대전 후 네덜란드 여성을 동원한 일본군 책임자는 실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미국이 조선위안부에 대한 상세한 조사와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해방 후에도 40년동안이나 철저히 은폐되어 있었다.

그 첫째 이유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정치적 계획과 이익 때문이었고, 둘째는 남한정부 자체가 한국전쟁 당시 위안부를 직접 운영 관리할 만큼 여성인권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으며 (월남전에도 한국군을 위한 한국위안부 파견을 논의했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군상대 기지촌을 국가에서 관리하며 이들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 셋째는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여성들의 절대다수가 무학의 빈곤층 출신이었기에 이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홍구 교수는 "위안부문제는 '일본의 조선에 대한 범죄'라는 민족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일본에서 동원된 위안부도 있었던 만큼, 국가와 남성에 의한 여성의 인권유린이라는 측면과 계급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반부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를 살해한 죄로 윤봉길 의사는 총살을 당하고 이후에도 일본의 국군묘지 가는 길에 매장당해 오가는 자동차들에 의해 끊임없이 짓밟히는 모욕을 당했으나, '시라카와 요시노리'라는 이름을 자신의 일본 이름으로 삼고 독립군을 박해했던 백선엽은 한국에서 영웅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장인환, 전명운, 송학선, 백정기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안 알려진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많았는데, 의병으로 생을 마친 남편의 뜻을 이어 손자까진 본 40대 후반의 나이에 손가락을 두 마디나 자르고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남자현 여사 (영화 "암살" 안옥윤 역의 실제 모델)는 이후 이종형 (영화 "암살"의 이정재 역)의 밀고로 붙잡혀 옥고로 사망했고, 여성 최초의 독립군 장군이었던 김명시는 해방 후 남한에서 국보법 위반으로 투옥되어 의문사했으며 (고문치사로 의심됨), 러시아 한인 중 최초로 볼세비키 고위층에 올랐고 극동인민위원회 외교부장이었던 김알렉산드리아는 피신하지 않고 당당히 죽음을 맞았다.

해방 후 반민특위는 친일파들의 훼방으로 실패로 돌아갔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들에겐 "끝까지 서울에 남아 지키라"고 해놓고 한강다리까지 폭파시켜가며 피신했다가 돌아와 '공산주의 부역'이라는 명목 하에 수십 만의 양민을 학살했는데, 전정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존 독립운동가들이 이 때 희생되었다.

한홍구 교수는 우리 세대가 할 일들에 대해 당부하는 것으로 강연을 맺었다.

"'대동아공영'이라는 일본의 명분을 순진하게 믿은 조선인들도 실제로 있었기에, 광복 후 태어난 우리들의 '행운'을 남용하여 모든 '친일파'들을 구분없이 일괄 단죄하려는 접근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까지 독립운동가들을 박해한 친일파는 용서할 수 없고, 그 후손들이 사죄까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현재의 한국을 건강히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무수한 독립운동가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일제로부터 배워 우리의 사회문화에 젖어든 나쁜 관행들(여성을 군인들의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는 것같은) 역시 반성해야 한다. 과거를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헌헌법의 정신을 실현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제헌헌법은 "개인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의 체제를 폐기하고 사회주의적 균등의 원리를 채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첩사건 조작 등의 반헌법적 행위 범죄자들을 기록하기 위해 2015년 출범한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 (https://www.facebook.com/badmen0815/)에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

대만센터에서 열린 이번 강연회에는 60여명의 현지 동포들이 참석하여 2시간 반동안 숨죽이며 집중했고,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에 기부하고 서명을 받는 등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이*란(45)씨는 "가슴뭉클해지는 명강의였다. 이런 분이 한국에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고, 소*재(37)씨는 "독립운동사에 대한 가슴아픔이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내 자신을 계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조상중에 독립운동하신 분이 계시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행적을 자세히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날은 특히, 독립운동계의 대부격이었으나 해방 후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잡혀 고문당하는 수모를 치른 후 월북한 약산 김원봉 선생의 조카 김태영 박사도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강연을 경청했다. 주최측인 '사람사는 세상 샌디에고'는 이 자리에서 재외 유권자 등록도 받았다.









태그:#친일파, #친일청산, #위안부, #독립운동, #반헌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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