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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농성장에서 데이트 하며 사랑을 꽃피우다.
▲ 김요한, 권도란 커플 백남기 농민 농성장에서 데이트 하며 사랑을 꽃피우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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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38)·권도란(29) 커플은 설 연휴 동안 백남기 농민 농성장을 찾은 많은 시민 중 두 사람이다. 이들은 연인 사이로 평소 백남기 농민 농성장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찾는 단골(?) 시민이다.

두 사람은 백남기 농민 농성장뿐만 아니라 소녀상 농성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농성장을 순회하며 데이트를 한다고 했다. 소녀상에서는 대학생·시민들과 노숙농성도 함께하고 있다. 얼마 전 일주일 넘도록 영하 20도의 혹한이 몰아치던 때도 두 사람은 백남기 농민 농성장을 찾고 나서 소녀상에서 밤을 새웠다.

이번 설 연휴도 농성장 순회 데이트를 하며 2월 9일 백남기 농민 농성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특별히 농성장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라고 했다. 호기심에 가득 차 귀를 쫑긋 세운 농민들에게 이들은 결혼 발표를 하며 사람들을 결혼식에 초대했다. 김요한씨는 "농성장에 참여하며 한 사람의 참다운 인간으로서 거듭나고 두 사람의 사랑도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게 해줘 고맙다"라고 초대 이유를 밝혔다.

양가 상견례가 며칠 뒤로 잡혔다고 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하고 나면 신혼여행을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 백민주화씨가 사는 네덜란드로 가기로 했다. 백민주화씨와 함께 피케팅을 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년 알고 지내는 친구로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됐다고 한다. 촉매제는 경찰이 분무기로 쏘아댄 캡사이신이었다. 권도란씨가 광화문에서 경찰이 쏜 캡사이신을 눈에 맞고 고통을 겪는 걸 김요한씨가 본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본 김요한씨는 경찰의 폭력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찬찬히 생각해봤다고 한다.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백남기 농민은 왜 '살인 물대포'를 맞아야 했을까?

두 사람에게 이런 의문이 똑같이 들기 시작하며 '농성장 순례 데이트'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세월호 농성장과 백남기 농민 농성장을 자주 다녔다.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백남기 농민 막내딸 백민주화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을 걸어 나오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았다.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된 순간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29일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농성장이 생기면서 농성장 데이트 코스가 하나 더 늘어났다. 소녀상 농성장은 천막도 없이 비닐을 덮고 자야 하는, 힘겨운 현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소녀상 노숙 농성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고 한다.

3개월 '농성장 데이트'... 마침내 결혼하기로

소녀상에서 대학생, 시민들과 노숙 농성을 하는 권도란 & 김요한 커플
 소녀상에서 대학생, 시민들과 노숙 농성을 하는 권도란 & 김요한 커플
ⓒ 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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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동안 농성장 데이트를 하며 사랑의 결실을 맺은 두 사람에게 소회를 물어봤다. 김요한씨는 "남의 일로만 여기던 농성장을 막상 용기 내어 찾아보니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됐다"라면서 "우리 시민들이 같이 농성장에 참여해서 함께 공감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도란씨는 "젊은 세대가 제대로 할 일을 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부채감을 덜기 위해 농성장을 찾아다니게 됐다"라면서 "백남기 농민이 겪은 일이 곧 우리 아버지의 일이라고 공감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불의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라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설 연휴 동안 심상정 정의당 대표,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실제로 농성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건 바로 이런 깨어있는 시민들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지난 2월 4일 기준, 33일째 백남기 농민 농성장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백남기 대책위와 유기농민으로 검색하시면 농성장 활동에 대해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백남기, #민중총궐기, #가톨릭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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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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