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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를 전망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 대선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를 전망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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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국제정치에 대해 배우게 될 때 언급되는 저명한 국제관계 이론가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Balance of Threat' (위협 균형) 이라는 이론을 발명한 스테판 월트 (Stephen M. Walt) 하버드대 교수입니다.

국제정치에 있어 현실주의를 옹호하는 이론가의 한 사람으로 외교정책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예리하고 명료한 분석으로 유명한 이 교수가 며칠 전 학술잡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The Big 5 and the Sad State of Foreign Policy in 2016" (미국대선 후보자들과 미국의 암울한 외교정책)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미국 저명 교수의 비관

그가 왜 2016년 대선을 통해 새롭게 들어설 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암울하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관했는지는 글을 전부 읽지 않아도 소제목만으로 알 수 있습니다.

"Rubio is a naive neocon. Everybody hates Ted. Hillary is a hawk. Bernie has bigger fish to fry. And who the hell know how Trump would screw up the world."

(루비오는 순진한 네오콘에, 테드는 모두의 미움을 받고 있고, 힐러리는 '매파'에다 버니는 더 큰 문제에 집중해 있다. 거기다 트럼프가 온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현재 조명을 받고 있는 미대선 후보들의 성향을 마치 카피라이터처럼, 간결하지만 많은 것을 함축한 단어들로 표현해내는 그의 지력이 새삼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그의 '비통함'에 마치 빨려 들어가듯 단번에 공감하게 됩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힐러리는 그나마 '현실감각'과 '경험'이 풍부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지만, 월트 교수는 힐러리가 정권을 잡게 되면 '오바마의 외교정책'의 그 이상이나 그 이하도 기대하지 말라고 못을 박습니다.

'비둘기파' 보다 '매파'에 가까운 그녀의 외교정책은 '(군사적)힘의 외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데다 특히 그녀의 참모들이 '미국의 패권'을 신봉하는,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실리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까지도 정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또한 지금껏 미국이 저지른 외교정책의 실패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토대로 세계의 평화를 위해 외교정책을 펼 인물은 아니어 보인다는 게 월트 교수의 분석입니다.

왜냐하면 2003년 부시정권이 감행했던 이라크전을 반대했지만, 이것을 제외하고 그는 여러 차례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측 후보들인 마르코 루비오나 테드 쿠르즈, 도날드 트럼프에 대해선 이유만 상이할 뿐 결과적으로 미국의 패권주의에 입각한 힘의 외교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월트 교수는 아무래도 2016년 이후 미 정부의 외교정책은 후보자의 '최악의 본능' (worst instinct)에 의존해 결정되고 이행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집니다.

평화주의자도 아닌, 국가들 간의 끊임없는 경쟁과 다툼을 기본전제로 받아들이는 현실주의자인 스테판 월트 교수가 예측하는 미국의 장래 외교정책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남북관계를 회복할 길을 우리 '스스로' 찾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은 미국의 군사외교의 부속품을 자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수소탄 실험과 위성발사에 담겨있는 북한 정권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스테판 월트 교수가 말하는 암울한 미 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반도의 '암울한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에 실로 경각심이 가져지는 요즘입니다.

* 외교의 기본: 상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제3자가 아닌 상대에게 그 의도를 물어야한다.


태그:#미대선 2016,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 #도날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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