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는이야기

포토뉴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엽전 서촌 통인시장에서 사용되는 엽전, 엽전을 구입하면 빈 도시락을 주고, 시장에서 엽전으로 음식을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엽전 한냥에 오백원 꼴이다. ⓒ 김민수
설 연휴에도 설이 대목인 이들은 연휴를 다 쉬지 못하고 일터로 나온다.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서울이 고향이 나로서는 연휴에도 영업을 하는 분들이 고맙다. 그나마 그들이 있어 서울이 덜 쓸쓸하기 때문이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촌은 잘 알려졌지만 서촌은 조금 덜 알려진 편이다. 북촌보다는 약간 소외된 듯한 서촌, 그곳도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가 되었다. 명소로 알려지면서 특색있는 가게들도 많아졌고, 볼거리도 제법 많다.

서촌에는 재래시장인 통인시장이 있다. 그곳이 서촌의 바람을 타고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결과 다른 재래시장과는 다르게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 비결은 엽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인시장 통인시장에는 유명한 집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기름떡볶이가 대세인듯 하다. ⓒ 김민수
재래시장들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와중에 통인시장의 변신은 다른 재래시장의 모범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일장이든 재래시장이든,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혹은 맛볼 수 있는 특색을 갖춘다면 속수무책으로 대형마트에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이템이 공동으로 만들어지고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통인시장 구정연휴 기간이라서 그런지 식료품을 파는 곳에는 손님이 뜸하고, 젊은이들과 외국인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다. ⓒ 김민수
통인시장의 변신에도 음양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변화에 적응해서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만끽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그 변화가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서촌에 특색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상가임대료가 상승하고, 그로인해 정작 이곳을 살려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이들은 또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하는 악순환 같은 것들이 이곳에도 없지 않다고 한다.

홍대나 신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상인들의 노력과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거리가 조성되었는데 결국은 상가임대료만 천정부지로 올라서 정작 그곳을 일궜던 이들 중 다수는 변두리로 이전을 해야하는 악순환 같은 것이다.
통인시장 아직은 쌀쌀한 날씨, 호떡집에 불이 날 것 같다. 줄지어 기다리는 손님들로 호떡집 사장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 김민수
어떤 장사가 잘 된다고 하면 유사한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원조에 진짜 원조 혹은 여기가 진짜 원조 등등 유사 간판들이 판을 친다.

제주도 탑동에는 유명한 갈치조림을 하는 식당이 있는데 장사가 잘 되어 분점을 냈지만 이내 분점을 철수하고 본점만 영업을 한다. 이유는 유사 간판을 단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상도의가 지켜지지 않아 생기게 되는 부정적인 단면이다.
통인시장 구입한 엽전으로 음식을 사는 사람들, 명절 이후의 시장은 한산하기 마련인데 통인시장은 북적거린다. 재래시장들마다의 특색을 잘 만들면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김민수
통인시장, 거기에도 이런 모습들이 없지 않았다. 엽전의 유통을 통해서 통인시장을 젊은이들이 찾는 재래시장으로 만들어갔던 것처럼 상인들이 지혜를 모아 이 문제도 잘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재래시장이나 오일장을 좋아해서 나름 관심을 갖고 많이 찾는 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어느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이나 특색이 없고 거기서 거기라는 데 있다. 더군다나 물건도 대형마트에 비해서 싸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면 굳이 불편하게 재래시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터이다.

그래도 통인시장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음식들도 제법 맛있었고, 재래시장 치고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통인시장 북적거리는 통인시장에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고, 젊은이들도 많았다. ⓒ 김민수
광화문, 경복궁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코스다. 자연스럽게 북촌과 서촌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통인시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십명 가량의 중국 관광객들이 서촌의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서촌에 유명한 식당들도 많은데 단체관광객들을 받는 식당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의아하다. 내국인 같으면 찾지 않을 식당, 단체 관광객들만 대상으로 하는 식당인 듯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음식 맛이 없다고 불평이 많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식당인 듯 했다. 이익을 덜 남겨도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떤 것이 이익일까? 싸구려 음식보다 차라리 이들에게 통인시장에서 유통되는 엽전을 나눠주고 일정한 시간을 주고 음식을 골라서 사 먹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통인시장 줄 서있는 손님들 덕분에 손길이 분주하다. 이렇게 신나게 장사하는 이들을 보면 보는 이들도 한결 마음이 가볍다. ⓒ 김민수
아무튼 통인시장은 대부분 활기찼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맛이 끔찍하다는 평이 있었던 가게의 음식도 그날 그런 평을 한 블로거의 입맛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났다.

명절 전에는 북새통을 이루다가도 명절연휴에는 한산한 재래시장만 봐오다가 명절연휴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북새통을 이루는 재래시장을 보니 기분이 좋다.
통인시장 어묵을 파는 가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니 쌀쌀한 날씨에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 김민수
통인시장 통인시장의 어물전, 설 명절이 끝난 뒤라 다소 한산하다. 주로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점포에 손님들이 많이 몰린다. ⓒ 김민수
물론, 어떤 가게는 여행객들이나 젊은이들이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그런 곳들은 이곳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통, 그래야 장사가 잘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니 오늘 장사가 안 된다고 속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장사라는 것은 오랜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요, 단골손님들이 매출을 책임져 주는 것이니까.
통인시장 통인시장에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된다.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손님들을 유혹한다. ⓒ 김민수
그렇게 통인시장을 구경하고, 출출한 배도 채우고 서촌골목길도 한바퀴 돌았다. 가게들마다 특색있게 예뻤기에 날씨가 따스할 때 다시 찾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서촌에서의 마지막 행선지는 그곳에서 제법 유명한 대오서점이었다. 그런데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이제는 핸드폰 사진 외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이제는 책 판매는 하지 않고 옛날 책들을 전시해 놓고 카페로 운영하고 있단다. 그리고 카페 안을 구경하려면 최소한 엽서세트(2,500원)를 사야만 한다. 서점이 작으니 이해가 되면서도, 건물 외벽에 덕지덕지 붙은 사진촬영금지 스티커는 대오서점이 이미지를 상쇄하고 있었다.

내막은 다 알지 못하지만, 이것이 대오서점을 위한 대책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사진을 찍어서 많이 알리고, 많은 이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서촌산책을 마치고 나오면서 두 가지 생각이 뒤엉켰다.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지속가능하려면, 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그 마음을 잘 읽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서촌을 일궈가는 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야할 일일 것이다. 나는 그곳이 지속가능하길 바란다.
태그:#통인시장, #재래시장, #엽전, #대오서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