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 포스터

<검사외전> 포스터 ⓒ 쇼박스


정초부터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스크린 독과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검사외전>은 개봉 4일 차인 지난 6일 1631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한국영화 기록인 <명량>의 1581개를 가뿐히 넘어섰다. <검사외전>은 이어 7일 스크린 수 1701개로 1700개를 넘어섰고 8일에는 1773개를 차지하며 한국영화 스크린 독과점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모습이다. 8일 상영횟수는 무려 9225회에 달해 1만 회에 다가섰다. 최고 기록은 지난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1843개인데,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매출액 점유율 75% 육박..다양성 사라진 상영관

 <검사외전>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한 멀티플렉스 극장

<검사외전>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한 멀티플렉스 극장 ⓒ 성하훈


덕분에 극장에서 다양성은 사라졌다. 거의 모든 상영관이 <검사외전>으로 도배됐고, 관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극장이 선택한 영화를 봐야 했을 뿐이다. 1위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이 75%를 기록했고, 2위 <쿵푸팬터3>과 합칠 경우 90%를 넘긴 상태에서 그 외의 영화들은 오전 시간대와 심야시간대 상영으로 밀려났다. 하루 1천 회 이상 상영된 작품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연휴 때 1천 회 이상 상영되는 작품이 5편 이상 됐던 것과 비교해보면 다른 영화들은 들러리 역할을 한 모습이었다.

다양성 영화의 경우 연휴 특수에도 불구하고 하루 1천 명을 넘기는 작품이 없이 초라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예술영화 중에는 칸 영화제 수상작인 대만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자객 섭은낭>이 분투하고 있으나 상영관은 고작 50개에 불과했고, 상영 횟수는 70회에 못 미쳤다. CGV 아트하우스가 배급한 <캐롤>이 200개 이상 스크린에서 500회 안팎 상영된 것과 비교되는 숫자다.

새해 초반부터 기세를 드높이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은 무기력한 한국영화의 현실을 철저히 비웃는 모양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 스크린은 계속 증가해왔지만 제대로 제동이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크린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말의 성찬만 있을 뿐 행동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치적 수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가 1773개다.총 스크린 수 2300개에서 거의 70% 수준이다. 이러니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세기의 매치>나 대니 보일의 <스티브 잡스>같은 영화는 죄 뒷전일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오 평론가는 또한 "개인적으로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을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 협동조합 시스템의 새로운 배급 라인과 대안의 상영 공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영화인들이 베를린(영화제)에 가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사 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로 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CGV, 다른 작품 예약했더니 취소됐다 하더라"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 ⓒ CGV


일부 멀티플렉스에서는 예매율이 떨어지는 작품을 취소하고, <검사외전>을 상영하려다 관객의 항의에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CGV의 한 극장은 다른 영화를 예매한 한 관객에게 상영관에 문제가 있어 취소됐다며 다른 시간대 작품의 관람을 권했다. 하지만 이 관객이 전후로 예매한 영화 시간 조정이 불가능해 난색을 표명하고 항의하자 결국 상영을 원래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글을 올린 관객은 "처음 전화를 받은 이후 이상해서 예매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저녁 시간대 이전의 모든 아이맥스관 시간표가 <검사외전>으로 바뀌어 있었다"며 "상영관 문제라는 게 아마 예매율 문제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검사외전>은 거의 나가는 반면 다른 영화 좌석은 300석 이상씩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객은 "담당 직원과 통화하면서 화를 냈는데 이후 예정대로 상영이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애먼 사람한테 화냈다는 사실이 또 가슴 아프기도 해서 전화해 주신 매니저분께 사과문자까지 보냈다"고 적었다.

이어 "기존 예매한 고객 일정까지 전부 무시하고 다 취소시켜가며 <검사외전>으로 스크린 바꿔가는 CGV가 괘씸해서 화가 나고, 정작 이런 일을 저지르는 작자와는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는 게 참 웃기다"면서 "고객의 소리에 글 남겨봤자 결국 아르바이트하는 분께 애꿎은 소리만 할까 봐 더 이상 글쓰기도 뭐하고 여기에 넋두리 글이나 남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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