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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햄프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어린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의 뒤로 아내와 아이들이 앉아 있다.
 뉴햄프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 후보가 어린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의 뒤로 아내와 아이들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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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얘기하길 우리나라에 빚이 많다고 해요. 그래서 나는 내 방에 TV를 놓고 싶지만 못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빚이 많은 건가요?"

손을 드는 수많은 어른들 틈에서 두 번째로 질문 기회를 얻은 행크라는 아홉 살 어린이는 종이에 적어 온 질문을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읽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중하게 이 예비 유권자의 얘기를 들은 남자는 좋은 질문이라며 문제는 바로 "정치"라고 했다. 정치를 잘해야 빚도 갚고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몇 가지 지표를 인용하며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방에 TV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는지 아홉 살 행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타운홀 미팅 다음 질문을 위해 여기 저기서 손을 들었다.

이민 2세대들의 희망 vs. 짝퉁 오바마

2월 7일 일요일, 뉴햄프셔 주 남쪽 작은 동네 베드포드에 있는 맥클레이브 학교 강당엔 500여명의 주민이 아침 일찍부터 모였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가족들과 함께 준비된 단상에 올라선 이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지난 주 아이오와에서 열린 첫 당원대회(Caucus)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첫 예비선거(Primary)장소인 이 곳 뉴햄프셔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공화당 후보이다.  71년생 마흔 넷, 제일 젊은 후보답게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팬케잌 미팅을 마치고 달려 온 참이다.

루비오 후보를 단상으로 소개한 이는 갓난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섯 아이를 둔 젊은 가장이었다. 자신은 이탈리아계 가난한 이민자 아들이고 아내는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딸이라 했다. 지금은 엔지니어로, 자랑스런 미국인으로 아내와 일곱 식구가 행복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며 자신 같은 이민자들의 젊은 아들 딸에게 마르코 루비오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민자에 적대적인 트럼프나 '금수저'의 상징인 젭 부시 같은 타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루비오의 강점이 도드라지는 소개 연사였다. 쿠바계 이민 2세로, 청소 노동자의 아들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능력이 핸디캡에서 지금은 대중에게 사랑 받는 그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초기 공화당 토론회 당시, 자신의 출신과 경륜에 관해 공격을 당당하게 받아쳐 이미 합리적 보수 유권자들의 점수를 얻어 놓은 상태다. 더 이상 '공격거리'가 되지 않게 만든 것이다.

 루비오의 타운홀 미팅이 진행되는 밖에는 루비오를 짝퉁 오바마라고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잠시 후 그 시위대를 조롱하는 또 다른 시위대가 그들을 따라 다녔다.
 루비오의 타운홀 미팅이 진행되는 밖에는 루비오를 짝퉁 오바마라고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잠시 후 그 시위대를 조롱하는 또 다른 시위대가 그들을 따라 다녔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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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공화당 3차 토론회 당시, 수세에 몰렸던 젭 부시는 루비오의 일천한 경력을 강조하며 그를 공격했다. 한 때 정치적 스승이었던 부시에게 루비오는 차분히 대꾸했다.

"누군가에게 날 공격해야 도움이 된다고 조언 받은 듯합니다. 하지만 난 대통령에 출마한 것이지 당신에게 맞서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닙니다"

토론회 직후 부시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고 루비오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동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소박한 모습의 마크 루비오는 결혼 17주년이 된 아내와 두 딸, 두 아들을 소개하며 보통 사람들과 같은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한다.  저녁에 열릴 풋볼 챔피언 전 슈퍼 볼 경기와 병을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 학자금 융자 얘기 속에 미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웃음과 환호, 박수와 농담이 오가는 30여분의 연설을 마무리하고 즉석에서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미팅은 타 후보나 인종, 젠더, 계급에 대한 혐오나 비난이 없는 합리적이고 무난한 언사들로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준비 안 된 후보'라는 멍에

현재 루비오는 공화당 주류가 미는 합리적 후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는 이들의 얘기처럼 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초선 상원의원이라는 짧은 정치 연륜과 경험 등에 대해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의 경우를 들며 상황을 모면한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를 비롯한 공화당이 지적하는 현 정권의 문제에 대해선 자신이 뜯어 고치겠다고 단언한다. 초선 의원에서 대통령이 된 유색인종 오바마는 그에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유용하게 쓰이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공화당 뉴햄프셔 후보 토론회에선 그 '오마바'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버락 오바마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허구는 떨쳐버려야 합니다. 그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CBS This Morning 자료 화면)

비슷한 오바마가 얼마나 영악하게 대통령직을 처리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 말을 그는 네 번이나 똑같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발언한다.  경쟁자 중 하나인 크리스 크리스피 뉴저지 주지사가 토론 중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것 봐. 달달 외운 저 25초짜리 답변"이라면서. 그간 그를 위기에서 구해줬던 매끄러운 말들이 모두 외웠던 문구로 의심받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며칠 사이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치면 Robot이라는 말이 연관 검색어가 될 정도다.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던 루비오의 인기가 토론회 하나로 흔들리는 이 상황, 초선의 젊은 대통령 후보가 어떻게 헤치고 나갈지. 화요일(9일) 펼쳐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일명 '마르코 로봇’ 발언 다음 날인 지난 7일, 루비오를 조롱하는 로봇 코스프레를 벌이는 뉴햄프셔 주민들
 일명 ‘마코 로봇’ 발언 다음 날인 지난 7일, 루비오를 조롱하는 로봇 코스프레를 벌이는 뉴햄프셔 주민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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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시민 기자. 현 오마이뉴스 북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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