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병신년 설날인 8일 오후, 노래와 관련 두개의 프로그램이 30여분 차이를 두고 전파를 탔다. KBS2 TV에서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이하 <전국 아이돌 노래자랑>)을 오후 5시 10분에 MBC에서는 <듀엣가요제>를 5시 45분에 내보냈다.

방송 이후 화제성, 시청률, 재미 등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듀엣가요제>가 완승을 거뒀다. 일각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인 <듀엣가요제>의 정규편성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면이 두 프로의 극명한 차이를 만들게 했을까.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전국 아이돌 노래자랑>은 아이돌과 친인척, 지인들이 팀을 이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르는 시스템으로 진행되었다.

본 방송에서는 상당 부분이 예선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할애됐다. 앤디가 소속가수 업텐션과 예선에서 참가 하트춤을 추었고, 신혜성은 개그맨 이진호와 듀엣으로 나왔지만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시작하기도 전에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밖에 김소정이 소속사 주영진 대표와 박진영의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를 개사한 '대표님이 누구니'를 부르기도 했다.

문제는 예선 장면을 주로 방송하다 보니 정작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었야할 본선 장면들이 편집되는 등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여자친구 엄지의 경우 해병대 군생활중인 오빠 김보근씨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남매가 노래를 부르는데 방청석에 앉아 있는 여자친구 동료들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앞서 KBS는 방송 전 보도자료에서 김보근씨가 동생 엄지를 위해 준비한 애틋한 편지로 현장에 있던 모두의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아이돌 노래자랑'에서 멤버 엄지가 친오빠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갑자기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왔다. 보도자료를 날려버리는 어이없는 편집

'전국아이돌 노래자랑'에서 멤버 엄지가 친오빠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갑자기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왔다. 보도자료를 날려버리는 어이없는 편집 ⓒ KBS2


그런데 정작 방송에서는 노래하는 중에 방청석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내보내졌다. 생뚱맞게 편집된 것이다. 러블리즈 케이의 경우 언니와 함께 출연해 다양한 끼를 선보였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본 방송에서는 노래 장면조차 다 나오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산만했고 구성도 엉망이었다. 재미와 감동 모두를 놓치는 자충수가 된 것이다.

<듀엣가요제> 솔지 활용의 적절한 예

8일 EXID의 멤버 솔지는 <전국 아이돌 노래자랑>과 <듀엣가요제> 두 방송에 동시에 출격했다. 전자는 친오빠 및 친구와 함께했고 후자에서는 동갑내기 보컬트레이너 두진수와 듀엣을 이뤘다.

<전국 아이돌 노래자랑>의 정신없는 편집에 비해 노래에 제대로 포커스를 맞추고 방송된 <듀엣가요제>에서 솔지의 위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듀엣가요제'에서 솔지와 두진수가 '서쪽하늘'을 열창하고 있다.

'듀엣가요제'에서 솔지와 두진수가 '서쪽하늘'을 열창하고 있다. ⓒ MBC


솔지의 바로 직전 무대에서 학교 선후배인 지코와 19세 여고생 이소영이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여고생의 놀라운 가창력이 무대를 장악했다. 멋진 무대 뒤라 부담이 컸겠지만 솔지와 두진수는 이승철의 '서쪽 하늘'을 선택, 가창력에 승부를 걸었다.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고 폭발적 고음으로 관객들을 전율에 휩싸이게 했다. 결국 솔지-두진수 팀은 지코 팀의 점수를 넘으며 이날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출연자들의 사연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정은지와 함께 출연했던 김대수는 자신의 꿈을 접고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사정을 이야기했고, 그 절절함이 노래에 묻어났다.

그동안 보아왔던 냉혹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 비해 경쟁을 하면서도 모두가 웃으며 축하해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날 <듀엣가요제>는 보여주었다. 한날 서로 다른 두 가요 프로는 이렇게 품격을 달리 증명하며 끝을 맺었다.


듀엣가요제 전국아이돌노래자랑 솔지 지코 정은지 김대수 이소영 두진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