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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성소수자 혐오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제목으로 첫 연재 글을 송고한 이후, 많은 분께서 분노어린 댓글과 쪽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연재에 앞서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심한 내용이더군요. '에이즈 확산의 주범', '성 윤리의 문란', '가족의 해체', '변태성욕'…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과 어긋난 인식들이 창을 가득 메웠습니다. "어떻게 그런 이들의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말씀도 많았습니다.

갈 길이 너무나도 멀고 험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것이 이 연재를 시작한 제가 걸어야만 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여 오늘은, 여러분들께서 말하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해서는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에 대해 반박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제게 말씀하신 동성애와 '에이즈'에 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동성애 막기 위해 거리로 나온 기독교인들 9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바른 성문화를 위한 한국교회 대연합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신도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동성애 막기 위해 거리로 나온 기독교인들 9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바른 성문화를 위한 한국교회 대연합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신도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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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 에이즈'의 공식은 성소수자 혐오 단체들의 거듭된 주창으로 이젠 너무나도 견고한 것이 됐습니다. 성소수자 혐오를 '막연한 공포'에서 '정당한 분노'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공식이죠.

지난 글을 맺으며 에이즈에 대해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내용의 제 글에 대한 반론으로, 에이즈를 언급하는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 예상했던 것이죠. 예상은 안타깝게도 적중했고, 수많은 분이 통계자료까지 첨부하시며 해당 기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 더 나아가서 '에이즈 확산의 주범인 만큼 혐오의 대상이 되어도 좋다'로 정리되는 많은 분의 주장을 자세히 한 번 뜯어봅시다. 저는 세 가지 관점으로 이 주장의 한계점과 오류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하나,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다

우선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문장부터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그냥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보수단체 등의 성소수자 인권 반대 집회에서, 단순 '동성 간 성관계만으로 에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적지 않음을 직접 목격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이즈는 HIV 감염인과의 혈액 교환 등을 통해 감염되며, 동성 간 성관계 자체는 감염 원인이 아닙니다. 물론 HIV 감염인인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와 콘돔 없이 성관계를 맺는다면 감염으로 이어질 순 있겠죠. 하지만 이는 이성애자 간에도 마찬가지죠.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엔 이성 간 성관계인 '콘돔 없는 질내사정'이 콘돔착용 후 항문성교보다 감염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에이즈 길라잡이' 참고).

에이즈를 근거로 성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혐오이기도 합니다. 에이즈도 그저 질병일 뿐이고, 감염인들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성소수자가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것과 별개로, 에이즈 감염인들이 사회에서 성소수자 또는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역시 있어서는 안 될 일임을 함께 적어둡니다.

둘, 에이즈 감염인구 비율은 차별의 근거 될 수 없다

다만, '동성애자 인구 중 에이즈 감염인구의 비율이 이성애자에 비해 높다'는 주장은 통계에 따라 가능합니다. 많은 분께서 제게 댓글과 쪽지로 보내주신 내용도 그런 것들이었고요. 하지만, 성소수자와 에이즈 전파의 상관관계가 사회 통념과 달리 매우 느슨함을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통계 역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몇 번의 검색으로 수백 건의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에이즈와 동성애'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저는 '이 통계를 저 통계로 반박하는' 소모적 논쟁을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논점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논의는 어디까지나 '에이즈 감염인구의 비율이 성소수자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에 있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 이런저런 반박 통계를 굳이 제시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동성애 막기 위해 거리로 나온 기독교인들 9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바른 성문화를 위한 한국교회 대연합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신도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동성애 막기 위해 거리로 나온 기독교인들 9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바른 성문화를 위한 한국교회 대연합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신도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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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에이즈는 혐오의 이유가 아닌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단일민족 국가'인 것을 '자랑거리'로 가르칠 만큼 우린 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사례를 제시하는 대신 다른 선진국의 상황에 비유하는 것이 좀 더 전달이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다민족 국가인 어느 나라에서 특정 전염병이 특정 인종의 사람들 중심으로 전파된다면, 상식적인 국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엄연한 '시민'인 이들의 건강권을 위해 지역사회와 국가가 질병 퇴치와 복지 정책 추진에 나서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만약 이들의 복지보다 이들 인종에 대한 혐오 여론이 앞선다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회라 보기 어렵겠지요.

에이즈와 성소수자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성 간 성행위가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는 주장 자체도 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이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국가에 복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제한할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에이즈 감염인, 안아주세요..'  세계 에이즈의 날(12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14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한 시민이 '나는 에이즈 감염인, 꼭 안아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프리허그를 요청하고 있다.
▲ '나는 에이즈 감염인, 안아주세요..' 세계 에이즈의 날(12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14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한 시민이 '나는 에이즈 감염인, 꼭 안아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프리허그를 요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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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에이즈 감염인들을 보듬는 데 쓰이는 국가 예산을 '혈세 낭비'라 외치는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복지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권리입니다. 한센병 환자를 맨 손으로 어루만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라면 더욱 힘주어 외쳐야 할, 지극히 타당한 권리 말입니다.

이제는 '동성애 = 에이즈'의 단단한 사회 인식을 끊어내고, 성소수자의 건강권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을 다룰 예정입니다. 바로 성소수자와 성 윤리 문제입니다. 동성애가 '수간', '아동성애', '근친상간' 등과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으셨던 분들이 계실 겁니다. 또는 동성애가 그러한 폭력적 성관계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다음 기사에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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