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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미국과 협의한다는 한국 정부의 공식발표에 대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한국 제재뿐 아니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결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7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 초치해 '한미 사드 배치 협의' 발표에 대해 항의하고 곧바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 사안에 대해 연일 비판 논평을 내고 있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역시 8일 사설에서 사드가 북한만을 감시 대상으로 하며 중국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설명에 대해 "이 같은 해석은 무기력하다"며 "전략적 단견"이라고 일축하면서 강력 비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 소장(자료 사진).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 소장(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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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얼마나 출구전략을 숙고하고 사드 배치 논의를 발표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닥칠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참혹한 역사로 기억되는 병자호란과 같은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며 "마늘파동 같은 조치로도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고 우려했다. 단순한 경제 관련 조치만으로도 한국경제를 휘청이게 할 수 있는 중국인데,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고 사드배치 논의를 시작했느냐는 지적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사드 배치 문제로 초점이 옮겨 가게 된 상황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문제의 본질은 핵실험을 한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도록 하는 게 첫 단계다. 하지만 갑자기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체재로 들어가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몸을 던져버리는 상황이 돼, 한반도 정세 자체가 우리 손을 떠나게 된다"며 "사드 논의가 이 상태로 계속 진전되면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규정되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우리가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2000년 마늘파동 잊었나? 중국은 다양한 제재 수단 갖고 있다"

- 중국은 그동안 관영매체나 외교부 논평을 통해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한국이 사드도입 논의를 공식화하자마자 김장수 주중대사를 초치했다. 더 이상 말로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읽힌다. 
"이제는 그런 단계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중국이 지금껏 '자국의 안보를 위해 타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대응한다'는 얘기를 해 왔고,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국가 정체성이 발전도상국에서 강대국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강대국으로서 위신을 지키고 국가 이익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하는 얘기를 무시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닥친 실질적인 상황으로 이해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행동을 할 때는 중국의 대응을 예상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참혹한 역사로 기억되는 병자호란과 같은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 마늘파동 같은 조치로도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지 않는가(2000년 한국 정부가 마늘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마늘에 높은 관세를 매기자 중국은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했다. 1999년 기준 중국산 마늘 수입액은 898만 달러, 한국산 휴대전화 수출액은 4140만 달러, 폴리에틸렌 수출액은 4억7130만 달러였다. - 기자 말).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고, 향후 상황 진행에 따라 중국이 이 같은 수단들을 하나하나 사용할 텐데, 우리 정부가 너무 빠르게 한중관계를 대립과 갈등관계로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 지난 1월 13일 신년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25일 한민구 국방장관이 비슷한 발언을 했고, 이제 논의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중국으로서도 놀랄 만한 속도인 것 같다.
"사드 배치 논의가 왜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1월 6일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있었고 대통령 담화가 13일에 있었다. 왜 이렇게 빠르게 발표했는지,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하게 된 과정, 논의 발표를 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출구전략을 숙고하고 발표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사드 문제를 우리가 진전시키면서 북핵 문제 자체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략경쟁 구도 속으로 우리 스스로 들어가는 수순인 것 같아서 걱정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7일 광명성 4호 발사장면을 사진으로 내보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7일 광명성 4호 발사장면을 사진으로 내보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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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실험 직후 국내 보수 언론은 '이젠 중국이 북한을 혼 내 줘야 한다'거나 '그동안 한국이 잘해 준 것에 대해 중국이 보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 결정자들도 그런 시각으로 사드 배치 논의를 언급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현재 상황에 대한 좌절감, 절박함, 중국에 대한 서운함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이렇게 조급한 정책 결정이 나왔다고 본다. 우리가 중국을 여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변화하는 여러 정세 속에서 중국이 취하는 옵션과 중국의 국가 이익, 또 우리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합치시킬까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고자 마치 개인과 개인의 거래처럼 우리가 이렇게 잘 하고 있으니 중국도 잘 해줘야 한다고 일방적인 기대치를 높였다.

국가 간의 관계는 도의나 정의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국가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이건 기본이다. 각각 처한 지정학적 상황과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 정세를 신중하게 이해하고 단기적인 측면을 넘어 중장기적인 정세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현안 중심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은 핵실험을 한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도록 하는 게 첫 단계다. 하지만 갑자기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정세 자체가 우리의 손을 떠나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상황이 된다. 사드 논의가 이 상태로 계속 진전되면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규정되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우리가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북핵 제재 본말전도, 미-중 소용돌이에 스스로 몸 던지는 상황"

- 중국이 한국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는 구체적으로는 어떤 형태가 가능한가.
"대단히 많다. 비공식적인 제재라고 할 수 없는 비공식적인 불편함들을 많이 안겨주는 형태의 것들이 너무 많다. 제재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 자체로도 한국 기업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삼성이나 LG가 만들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을 바꿔 버렸다(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을 고시하면서 혜택 대상을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는 리튬인산철 방식 배터리를 쓴 버스로만 한정했다.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로 생각하는 LG화학과 삼성SDI를 사실상 배제한 것이다. - 기자 주). 비슷한 일을 두세 번만 당하면 이 경제가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유커(중국인 여행객)대상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의 여행회사는 대부분 국영이다. 중국 정부에서 '한국 여행 자제' 이런 식으로 조용히 통지 하나만 내려도 한국에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이 온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상에서 오가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불만들을 굳이 제재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반감 여론이 형성된다. 지금은 북한에 대한 반감이 훨씬 크고 한국에 우호적이고 그런 분위기지만, 사드 배치 문제에 따라 이게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이런 걸 중국은 아무 티 내지 않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불만을 갖고 있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중국의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에서 방공식별구역을 허가 없이 들어오면서 이미 한번 보여줬다. 이 일은 결코 우연으로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은 한국이 설정한 서해 해상경계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중국측이 목포 앞바다 쪽으로 넘어오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한중관계가 좋게 유지되고 있어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에 대해서 하듯이 이어도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북한 카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주 약간의 경제적 지원만으로도 북한 경제를 바꿔놓을 수 있다. 또 약간의 지원으로 북한군의 낙후된 재래식 전력도 확 바꿔놓을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S-400(나토 식별명 SA-21)이라는 대공 방어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이를 한반도의 사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북중 접경지대에 갖다놓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반도 유사시 한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게 항공작전능력의 우위인데, 북한과 동맹인 중국이 S-400 레이더망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면 항공작전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북한이 체제유지 용이한 냉전상태로 한국을 몰아갈 것"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광명서 4호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광명서 4호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보도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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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7일 논평을 보면 한국의 사드 배치 논의를 비판하면서 "중국은 이 지역의 긴장이 약화되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보여준 선의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은 중국이 북한에 충분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이고,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그동안 한국에 선의를 보여줬다는 반응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나.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거꾸러뜨리거나 붕괴되게 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중앙 정부 차원의 경제지원이나 군 현대화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해왔다. 김정일은 '남북한 간의 재래식 무기의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핵무장이 불가피한데, 이 낙후된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중국이 지원해주면 한반도가 안정될 것'이라고 요구해왔는데 이에 중국이 호응을 해준 적이 없다.

최근까지 중국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유지돼 왔다. SNS에서도 한국에 우호적인 내용이 넘쳐흐르고 심지어는 중국 군부에서도 한반도 통일에 대한 보고서도 나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하는 통일 관련 프로그램들을 베이징·상하이·옌볜에서 개최하도록 허용한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다. 중국이 북한보다 한국을 여러 가지로 배려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갖기를 원해왔고 중국 나름대로는 북한보다는 한국에 편파적으로 해줬다는 생각이 충분히 가능하다."

-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논의를 한다고 공식 발표를 해버려 없었던 일로 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수습을 할 수 있을까.
"우리 당국도 사드 배치 논의를 너무 급하게 진행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지금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는 북핵 위기에 대한 어떤 절박감 같은 게 있지 않나 생각된다. 사드시스템은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의 한 축인데, 여기에 끼지 않으면 우리가 한·미·일의 정보 공유의 축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또 이를 통해 북핵에 대한 미국의 적극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사드 배치 논의를 급진전 시키는 게 아닌가 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우리 돈으로 사드를 사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아직은 한미협정 상의 미국의 권리, 즉 주한미군에 대한 자기보호 차원으로 미국이 미국 돈으로 사드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게 현재의 논의 내용인 것 같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사드 배치를 멈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후의 북한의 움직임도 이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냉전상태로 가는 게 체제 유지에 유리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핵 우위를 앞세운 위협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한국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태그:#사드, #중국,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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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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