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웹상에서 화제였던 드라마 <퐁당퐁당 러브>가 설 특집극으로 돌아왔다. 윤두준과 김슬기가 주연한 이 드라마는 웹에서 먼저 10회 분할 공개된 후 MBC에서 2회의 본방송으로 방영됐다.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나머지 드라마는 DVD로 발매되기도 했다.

'쓸모'없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 조선 시대에 떨어져 세종을 만나 세상을 바꾸고 사랑하는 이야기는 웹 드라마의 좋은 '쓸모'를 보여줬다. 화제성, 재미, 작품성, 메시지까지 모든 것을 잡은 <퐁당퐁당 러브>가 한복이 어울리는 설에 재편성된 것을 반가워하며, 드라마의 '쓸모' 몇 가지를 짚어보았다.

쓸모 하나, 상큼한 사극 연애물의 재발견

<퐁당퐁당 러브> 스틸 컷 <퐁당퐁당 러브>는 수능 당일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고등학교 3학년 소녀 단비와 세종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 <퐁당퐁당 러브> 스틸 컷 <퐁당퐁당 러브>는 수능 당일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고등학교 3학년 소녀 단비와 세종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 MBC


'상큼'이라는 단어를 사극 드라마 수식어로 쓰기에는 어색한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두준과 김슬기의 궁합은 상큼하다. 발랄하면서도 진지할 줄 알고, 사극물과 연결 짓기 힘들었던 김슬기의 파릇파릇한 외모와 성격 덕분에 드라마는 오히려 신선해졌다. 특히 세종의 발명과 철없는 고삼의 공부생활 패턴을 재치 있게 연결한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이 드라마의 설정을 시작하게 한 '고삼'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의 조선 시대 속 의미부터가 그렇다(조선 시대의 고삼은 거세한 사람을 의미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시작해 측우기와 해시계를, 그리고 한글 창제의 아이디어까지 제공한 고삼은 당대 장영실의 임무를 수행한다. 고삼이기에 여자여도 내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개연성, 그리고 남과 여의 경계를 묘하게 오가는 주연 배우의 궁합, 현대의 삶을 조선 시대에 맛있게 버무린 설정들이 모두 성공적이었다.

쓸모 둘, 잘 만들어진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 스틸 컷 MBC 창사 54주년 특집 웹 드라마로 제작된 <퐁당퐁당 러브>는 전체 재생횟수 880여만 건을 기록했고, DVD로도 제작됐다.

▲ <퐁당퐁당 러브> 스틸 컷 MBC 창사 54주년 특집 웹 드라마로 제작된 <퐁당퐁당 러브>는 전체 재생횟수 880여만 건을 기록했고, DVD로도 제작됐다. ⓒ MBC


<퐁당퐁당 러브>는 MBC 창사 54주년 특집 UHD 드라마다. 보통 창사 특집 드라마는 긴 시리즈물과 거대 기획으로 제작되기 마련인 데 비해 <퐁당퐁당 러브>는 웹 드라마, 단막극, 특집극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만큼 투자 대비 눈에 보이는 수익은 못 얻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화제성과 호평, 가능성을 얻었다.

잘 만든 드라마는 몇 번이고 재생산, 재방영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부분도 크다. 웹 드라마 전체 재생은 880만을 달성했고, 단막극 본방송과 설 특집극 편성을 하면서도 시청자들의 꾸준한 호응을 받았다. 기사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DVD 제작까지 해냈다. 성공적인 편성 패턴은 앞으로의 드라마 제작 및 편성 방식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마디로 <퐁당퐁당 러브>는 쓸모 있는 웹 드라마로써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쓸모 셋, 청년에게 보내는 희망과 설렘의 메시지

<퐁당퐁당 러브> 스틸 컷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설 특집극으로 편성됐다.

▲ <퐁당퐁당 러브> 스틸 컷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설 특집극으로 편성됐다. ⓒ MBC


2016년의 명절을 보내는 청년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치에 가까워졌다. 명절에 가족을 만나기 두려운 청년들을 위한 '명절 대피소'를 학원들이 마련했을 정도다. 어쩌면 청년들이 설날 당일 오후 열두 시에 팔자 좋게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경우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설 당일 모처럼의 짬을 내 TV 앞에 앉은 청년들이 있었다면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희망과 설렘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주인공인 고등학교 3학년생 단비(김슬기 분)는 드라마 초반 현실의 많은 청년이 말하는 대사들을 차지게 표현한다. 자신이 세상에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 수능 당일에도 압박감을 못 이겨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 그녀는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통해 조선 시대에 빠지게 되는데, 수능 시험 당일 압박감을 못 이겨 학교 앞에서 도망친 상황이었다. 마침 가뭄으로 인한 기우제를 지내는 한양 궁궐에 떨어진 단비는 이 상황을 사극으로 착각한다. "헐" "대박"과 같은 용어를 늘어놓는 그녀는 자신을 고삼이라 소개한다. 그리고는 졸지에 내시 후보로 점찍히게 된다.

고삼(내시) 단비는 그동안 스쳐 지나가듯 배운 모든 지식을 활용해 세종(윤두준 분)의 친구가 된다. 고삼을 살린 건 세종의 말 한마디였다.

"너 참 쓸모 있구나."

현대의 상식이 혁명과도 같은 조선에서 천재나 다름없는 고삼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녀는 국사에서 문자로만 배운 일들을 직접 실현한다. 세종과 고삼은 벗이 되고, 서로의 삶에 스며들면서 가까워진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꿈을 꾸는 것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다.

금수저 중의 금수저를 문 세종도 사실 대신들의 눈치를 보는 왕이었다. 하지만 고삼 덕분에 그는 꿈을 실현할 동력을 얻는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문자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실현해낸다. 하지만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던 측근 대신이 고삼을 살해하려 하고, 훈민정음을 불로 태워버린다. 사건을 문책하는 상황에서 드라마의 핵심 중에 하나로 여겨질 대화가 나온다. 문자가 보급되어 백성들이 생각할 능력을 갖추게 돼 자신들의 쓸모가 없어질까 두렵다는 대신의 말에 세종은 경종을 울리는 대사를 한다.

"사람이 쓸모가 좀 없으면 어때, 사람인데. 아직 오지 않은 날들 때문에 오늘을 버리고 가지 마라. 세상에서의 쓸모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사람이 좀 쓸모 없으면 어떠냐, 사람인데"

<퐁당퐁당 러브>의 스틸 컷 <퐁당퐁당 러브>는 절망에 빠져 사는 청년들에게 "세상에서의 쓸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던진다.

▲ <퐁당퐁당 러브>의 스틸 컷 <퐁당퐁당 러브>는 절망에 빠져 사는 청년들에게 "세상에서의 쓸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던진다. ⓒ MBC


사람이라는 것 자체로도 쓸모 있다는 것. 세상에서의 쓸모에만 골몰하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 메시지와 함께 세종은 훈민정음을 완성한다. 소실된 훈민정음 원본은 단비가 수능 공부를 위해 챙겨둔 교과서를 통해 복원된다. 그리고 단비는 비 오는 날 현재로 돌아와 수능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조선 시대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으로, 마지막엔 세종과 다시 만나는 것으로 드라마는 해피엔딩 결말이다.

사실 꿈같은 이야기다. 아니 꿈이다. 그런데도 드라마가 청년들에게 유의미했던 이유는 우리의 피폐해진 생각들에 다시 한 번 유쾌한 위로를 건넸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힘들지? 힘내"가 아닌 "세상의 쓸모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건넸다.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의 힘을 건네주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사랑스러운 궁합, 이야기의 시작과 끝, 역사와 현재를 모두 자연스레 연결하는 센스는 덤이었다. 한 마디로 기분 좋은 드라마였다.

지난 8일 발표된 국립국어원의 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수고했다"는 말이라고 한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 말은 <퐁당퐁당 러브>에서 세종이 건넨 말, "너 참 쓸모 있구나"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 모두 쓸모 있는 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를 통해 배운 여유를 이번 명절에 주변에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건희 시민기자가 속한 팀블로그(byulnight.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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