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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재년 액막이 제물로 사용된 부젓가락입니다. 사진 왼쪽처럼 고급품도 있고,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것도 있습니다.
 삼재년 액막이 제물로 사용된 부젓가락입니다. 사진 왼쪽처럼 고급품도 있고,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것도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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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입춘 전날을 세츠분(節分, 절분)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절분과 입춘 때 행하는 여러 가지 풍습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여러 가지 민속행사가 있지만 한 마디로 잡귀를 쫓고 복을 불러들이는 행사입니다. 이제 추위가 점점 사라지고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봄에 씨를 뿌려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세츠분 절분에 행하는 행사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액막이 풍습이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삼재가 든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삼재를 중요시하여 절이나 신사에서 삼재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식이나 부적을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시가현(滋賀県) 구사츠시(草津市) 야바세(矢橋) 마을에서는 지금도 삼재가 든 사람을 위한 야쿠요케(厄除) 액막이를 합니다. 보통 일생에서 가장 큰 삼재를 일본 말로는 야쿠도시(厄年)라고 합니다.

이 야쿠토시는 남자는 42세, 여자는 33세입니다. 야바세 마을에서는 야쿠도시에 해당하는 남자 집에 마을 사람들이 아침 5시 반 쯤 찾아가서 가미타나(神棚)라고 하는 신단 앞에 부젓가락, 술, 모찌떡, 말린 오징어 따위를 놓고 절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삼재 든 사람이 무사히 액막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삼재 액막이 제물로는 부젓가락뿐만 아니라 모찌떡이나 말린 오징어, 다시마 따위도 사용됩니다.
 삼재 액막이 제물로는 부젓가락뿐만 아니라 모찌떡이나 말린 오징어, 다시마 따위도 사용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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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3일 야바세 마을에 사는 오쿠다(奥田博司)씨 집에는 아침 60여 명이 찾아와서 신단 앞에 재물을 올리고 액막이 의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이 액막이 의식은 가족이나 친척들이 아니고 주로 마을 사람들이 합니다. 삼재가 든 사람은 집 문만 열어놓고, 안내나 아무런 대접을 하지 않습니다.

일본 입춘 풍습으로 부젓가락을 재물로 올리는 의식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번 시가현 야바세 마을에서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시가현이나 그 밖의 지역에서도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어졌는데 이곳 시가현 구사츠시 야바세 마을에서는 1천여 년 전부터 행해 왔다는 야쿠요케 액막이 풍습을 지금도 행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시가현 구사츠시 야바세 마을은 비와코 호수 동남쪽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오래전 비와코 호수를 통해서 일본 동쪽과 서쪽으로 물자를 운반할 때 이곳이 비와코 동남쪽 포구였다고 합니다.

            오쿠다 씨 집 다다미방에 천장 아래 있는 가미타나 신단입니다. 가미타나 신단은 씨족 신을 모신 곳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비와코 호수 일부입니다. 비와코 호수는 둘레가 약 230 킬로미터쯤입니다.
 오쿠다 씨 집 다다미방에 천장 아래 있는 가미타나 신단입니다. 가미타나 신단은 씨족 신을 모신 곳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비와코 호수 일부입니다. 비와코 호수는 둘레가 약 230 킬로미터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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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물자가 모여들어 서쪽 교토로 물건들을 실어 보내고, 여러 곳에서 실려 온 물건을 팔고 사는 장이 열렸던 곳입니다. 그래서 야바세 마을은 오래전부터 돈과 물자가 풍부한 곳이었습니다. 이 풍요와 더불어 여러 가지 풍습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42세 야쿠토시 액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 부젓가락을 재물로 사용합니다. 부젓가락은 쇠로 만듭니다. 따라서 쇠와 불과 관련된 풍습입니다. 해에  따라서 불길하다고 여기는 해에 쇠로 만든 부젓가락을 신에게 재물로 올리며 액막이를 기원합니다. 거의 사라져 버린 풍습이 이곳 시가현 야바세 마을에 남아 있었습니다.

일본 역시 출생률 감소와 이농현상으로 오래전부터 행해온 풍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쇠와 불과 관련된 부젓가락 속에 담긴 인간의 상상력과 처음 불을 사용하여 쇠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인식은 우리 상상력 속에도 남아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삼재년, #액막이, #액년, #야바세 마을,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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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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