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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 서강대학교, 디지털사회연구소, <블로터>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청년들과 함께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실험으로 핵심 키워드는 '처음'입니다. 10대∼20대를 대상으로, 모바일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그 도전의 현장을 소개드립니다. [편집자말]
오이지팀과 우석훈 교수의 대화는 <응답하라 1988>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됐습니다. 자연스레 '현재의 덕선이, 즉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더군요.
▲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오이지팀과 우석훈 교수의 대화는 <응답하라 1988>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됐습니다. 자연스레 '현재의 덕선이, 즉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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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덕선이와 닮은, 2016년의 덕선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의 한 카페에서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오이지 팀과 우석훈(49)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마주 앉았습니다.

우석훈 교수는 책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는 2007년에 발행됐지만, 지금도 언론이 청년 문제를 다룰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책입니다. 우 교수는 지난 1월, 책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를 내놨습니다. '오이지'(Oh!Easy)팀은 경제적인 요인이 청년의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 교수와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어색한 첫 만남, 오이지팀과 우 교수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화를 텄습니다. 알고 보니 우 교수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청하고, 분석까지 한 마니아더군요.

<응답하라 1988>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된 대화는 '현재의 덕선이, 즉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수당', 성남시의 '청년배당' 그리고 '청년 비례대표'에 대한 우 교수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게 '보통'인 시대

우석훈 교수(49)는 책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 교수도 '응답하라' 시리즈 애청자더군요.
▲ 오이지팀과 이야기를 나눈 우석훈 교수 우석훈 교수(49)는 책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 교수도 '응답하라' 시리즈 애청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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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집필한 책,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가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궁금하다"는 내용(<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는 <응답하라 1988>이 종영하기 전 집필을 마침)이 있다. 덕선이의 직업은 스튜어디스다. 어떻게 생각하나.
"괜찮은, 논리적인 선택인 것 같다. 덕선이가 갑자기 공부를 잘하게 된다면 캐릭터를 바꿔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스튜어디스는) 일정한 신체적 조건이 필요하고, 덕선이는 성실하고 약간의 재주가 있다. 작가가 그런 덕선이를 전문직 여성으로 만든 건,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그런 길들이 지금도 열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2년 정도 교육받고, 자기 먹고사는 데 지장 없고, 부모들도 창피해 하지 않는 그런 직업이 좀 늘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덕선이라는 캐릭터는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의 여주인공들과 다르다. 이전 시리즈 여주인공들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전문성이 있었다. 하지만 덕선이는 공부도 못하고, 착하지만 자신만의 특성이 없다. 1988년의 덕선이는 대학을 가고 스튜어디스가 됐지만, '현재의 덕선이'들은 미래가 밝지 않은 것 같다.
"응팔의 시대는, 가난하지만 공동체가 남아있고 풍요로웠다. 정신적인 풍요와 관계의 풍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덕선이 같은 아이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없다. 덕선이를 보호해줄 공동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도 없다. (미래에 이 시대를 돌아본다면) 외형적으로 굉장히 화려했지만, 정서적으로 춥고 외로운 시대로 그려질 것 같다."

- 1980년대의 선택과 지금의 선택, 어떤 차이가 있나.
"1980년대는 풍요의 시대였다. 자기가 못해도, 친구가 잘 되면 얻어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뉴 노멀'(구조적 저성장시대)이라고, '가난한 게 보통'이라는 뜻이다. 한 번의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위험한 사회다. 그러니 당연히 쫄게 돼있다. 이 선택 잘못하면 대가가 크다. 그러니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뒤를 돌아 볼 여유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우석훈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 오이지 팀. 오이지 팀원들도 "다섯 살부터 선택을 강요한다"는 말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 우석훈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 오이지 팀 우석훈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 오이지 팀. 오이지 팀원들도 "다섯 살부터 선택을 강요한다"는 말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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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부터 선택이 강요되는 '미친 사회'

우 교수는 "지금 우리 시대에 (덕선이처럼) 그렇게 하면 '밥은 먹고 살겠느냐'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88만원 세대>를 쓸 당시 체감한 청년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88년도의 덕선이에게 주어졌던 '열린 선택의 기회'가 현재의 청년에게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 20대가 겪는 선택의 문제가 세대별 문제인가, 경제적 문제인가?
"영국의 경우, 의사라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벌지 않는다. 독일에서 변호사도 (다른 직종에 비해) 돈을 더 벌지 않는다. 그런 사회가 좋은 거다.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중요하지 무엇을 선택했는가, 어떤 직종인가, 어떤 회사인가 이런 것의 차이가 크지 않은 사회가 좋은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교 1, 2학년 때 선택이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직종도 어느 정도 결정되고, 레벨도 결정된다. 그 후에 무언가를 바꾼다는 건, 고시를 보는 것과 같은 몇 가지 방법밖에 없다. 청년에게 선택지가 너무 없다. 구조가 이상하다. 나이에 따라 쭉 내려가다 보면 결국 (이런 선택의 과정은)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된다. '미친 사회'다."

오이지 팀은 우 교수에게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최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청년수당과 청년 비례대표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더군요.
▲ 우 교수에게 던질 질문을 준비하는 준영씨 오이지 팀은 우 교수에게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최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청년수당과 청년 비례대표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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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많습니다. 진로, 종교, 정치관 등.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온전히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는 일, 어떻게 가능할까요? 오이지팀은 우 교수에게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최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청년수당과 청년 비례대표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더군요.

- 최근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성남시는 '청년배당'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와 성남시, 기본적으로 두 개 다 시범사업이다. 법적으로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원을 할 수 있는 재정적인 근거가 없다. 청소년 관련 법 같은 것을 준용해 조례를 만든 건데, 청년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만들어야 사업을 키울 수 있다. 또, 두 사업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성남시는 기본소득을 염두에 두어, 특정 지역 사는 사람에게 얼마의 돈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핀란드에서 지금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전면화 시킨 곳은 미국 알래스카 주 밖에 없다.

서울시가 하는 것은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 구직활동을 하거나 교육, 훈련 등을 받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집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취업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나 (고민하는) 부조제도 같은 것이다. 두 제도 다 필요하지만, 아직은 전면화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 이와 같은 정책이 잘 시행되면, 청년의 꿈이 다양해질 수 있을까.
"규모가 문제다. (지원을) 20만 원 받아서 뭘 하긴 어렵다.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기존의 복지제도와 연동시킬 것인지, 복지를 줄이면서 기본 소득으로 갈 것인지. 디자인은 다양하게 가능하다. 아직은 작은 재원이라서 죽기 살기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비례대표에 청년을 할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가올 총선에 벌써 예비후보로 등록한 청년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이긴 하지만, 비유를 들자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당장은 조금 따뜻한 것 같은데 이 자체로 청년문제가 해결 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 문제가 저출산 문제와 비슷하다고 본다. 유럽에서 저출산 문제 푼 나라는 아직 프랑스 밖에 없다. 그런데 프랑스 학자들한테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말한다.

프랑스엔 어린이집도, 육아수당도 많다. (이런 여러 가지 정책을) 펴다 보니 어느 날 (여성  한 명이 출산하는 아이의 수가) 2.0명이 된 거다. 어떤 요소가 결정적이었는지 학자들도 모른다. 청년문제도 그럴 것이다. 풀린다고 하면 10년 후에나, 많은 (정책을) 던지다보면 누적적으로 효과를 일으켜서 개선이 되는 거지 '이거 하나 하면 된다'는, 단 하나의 솔루션은 없다."

청년들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이지 팀은 그간 여러 사람을 부지런히 만났습니다. 우 교수도 그중 하나이지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곧 공개됩니다.
▲ 우 교수와의 인터뷰를 촬영하는 경찬씨 청년들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이지 팀은 그간 여러 사람을 부지런히 만났습니다. 우 교수도 그중 하나이지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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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제, 단 하나의 정책으로 풀 수 없다

1시간 정도 이어진 만남 동안 오이지 팀의 질문은 쉼 없이 쏟아졌습니다. 열심히 답하던 우 교수에게 반대로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는 오이지팀에 "인생의 출발점에 서있는데, 앞으로 행복할 거 같은지" 물었습니다. "행복하고 싶다"(문준영), "행복할 거 같다"(강종구), "행복하려고 '노오력'하다가 안 행복해진다"(오원경). 각양각색의 답이 나오더군요.

2016년의 덕선이들은 어떨까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생각이 담긴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행복할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이지 팀은 그간 여러 사람을 부지런히 만났습니다. 우 교수도 그중 하나이지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곧 공개됩니다.

덧붙이는 글 | 김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구글 뉴스랩, #우석훈, #응답하라 1988,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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