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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발 조선족 이슈가 한국에 난무하고 있다. 조선족을 받아들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언 이후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권에 조선족을 배정한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김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런 일들은 중국 동포에 대한 우리나라의 편견과 무지가 얼마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상황을 보는 중국 동포들은 대부분은 "니들 스스로나 걱정하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국 동포는 이미 국제화된 시대에 가장 잘 준비된 인재풀과 어떤 세파도 헤쳐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노마드(유목민)들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이라는 표현부터 틀렸다

우선 중국 동포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리는 '조선족'이라는 표현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족'이라는 표현은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온 한민족을 부르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우리 교포들을 '한국족'으로 부르지 않는데, 중국 동포들만 '조선족'으로 부르는 것은 이질감이 있기 때문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과 한국에서 중국 동포들을 두고, 명칭 논란이 있었다. 나중에 명칭은 '중국 동포', '중국 교포'로 압축됐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국 동포'로 부르는 것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조선족'이라는 단어가 사회나 언론에서 쓰이면서 여당의 대표까지 '조선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 동포는 과거 동북3성을 중심으로 거주했다. 2010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조선족 인구'는 183만 명 가량이다. 특히 1952년 자치구로 성립되어, 1955년 자치주로 승격된 '옌볜조선족자치주'에는 80만 명의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현재 217만 자치주 인구 가운데 절반도 차지하지 못한 중국 동포들이 '조선족 자치주'를 이룰 수 있는 것은 항일운동 과정에서 조선인 지도자인 주덕해와 임민호 등의 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혁명 1세대들과 깊은 교분을 나눈 주덕해 조선족자치주 초대 주장은 교육과 문화를 바탕으로 중국 동포 사회를 응집했다.
▲ 조선족 자치주를 세운 주덕해 기념비 중국 혁명 1세대들과 깊은 교분을 나눈 주덕해 조선족자치주 초대 주장은 교육과 문화를 바탕으로 중국 동포 사회를 응집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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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들에게 1992년 한중수교는 기회이자 위기였다. 한국인들이 들어오는 산동지역이나 베이징, 톈진, 상하이 등 대도시로 근거지를 옮겨 돈벌이에 나섰다. 친족이 연결되는 등 기회가 있는 이들은 한국으로 옮겨가 고향에서보다 휠씬 많은 돈을 벌었다.

대신에 원래 근거지인 옌볜자치주나 선양 등에 있던 조선족 자치지역들은 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말로 교육하던 '조선족 학교'들은 차례차례 폐교됐고, 이제 극히 소수의 학교만이 '조선족 자치학교'로 운영됐다.

가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한중 수교는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모가 집을 비우면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거주하는 특수한 환경으로 살아야 했다.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는 부모의 따듯한 정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혼선이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곧 노마드로 살아야 하는 숙명을 인지하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한국 사람들과 같이하는 여정은 다양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동업과 결별 등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동포들은 대체적으로 그 기회를 살리면서 독자적인 성공 DNA를 갖게 됐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중 교류 속에 중국 동포들이 자리했다.

가장 뚜렷한 곳이 여행업계다. 수교 이후 급증하는 방중 한국 관광객을 현지에서 안내하는 여행사(일명 랜드사)의 대부분은 중국 동포들 소유였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여행업계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 파트를 개척했고, 자본도 축적해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598만명에 달한 중국 관광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중국 동포 여행사들이다
▲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598만명에 달한 중국 관광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중국 동포 여행사들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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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증가하자 중국 동포들은 이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제주도에서 중국 관광객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강동우 사장은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 시장의 80% 이상은 중국 동포들이 점유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라며 "서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시장에 대한 적응력이 탁월한 탓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동포들의 거주 거점은 서울 구로구 대림동 중심이지만, 그 무대도 서울과 인천 사이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인천 부평 등 서울과 인천을 잇는 거점도시에서 이제 양꼬치나 중국 전문 식품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중국 동포들의 주요 거점은 중국을 경험했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여행업뿐만 아니라 무수천 개발에 베이징에서 여행사로 성공한 북진그룹 김의진 회장, 정병호 사장 등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1차 개발을 추진하는 등 굵직한 부동산 개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중국성 개발'로 부리는 이 사업은 300여 채를 짓는 1차 사업이 완성단계이고, 2차, 3차 개발을 위해 토지매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중국 동포들은 현실감 없는 인식에 끌탕을 찰 수밖에 없다. 지난 25년여 간 매년 20% 가량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대중국 시장에서 중국 동포들은 막강한 경쟁력을 가졌다. 그런 상황에서 마치 중국 동포들을 연민하는 듯한 한국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에 그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걱정 말고, 니들 스스로나 걱정해"라고 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그:#조선족,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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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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