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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으로 입당한 이용빈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이사장(왼쪽)이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4일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으로 입당한 이용빈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이사장(왼쪽)이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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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과 광주의 정가가 잠시 들썩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용빈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이사장을 '인재영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져서다. 이 소식을 들은 조국 교수는 SNS에 '진짜가 나타났다'며 반색했다. 이용빈,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광주에선 매우 친근한 이름이다. 대체 그는 누구길래 그의 정치권 영입 소식이 화제가 됐을까.

이 이사장은 가정의학과 의사다. 근데 그냥 보통 의사가 아니다. 그는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를 만들어 10년 세월이 넘게 무료 진료를 계속 해오고 있다. '나 홀로 선행'을 실천한 것이 아니라 약 20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활동'해왔다. 판사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의사가, 한 두 명도 아니고 약 200명이나 '꾀어내' 10년 넘게 무료진료를 해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는 또 '틔움키움네트워크'나 '광주비정규직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리와 건강, 문화를 돌보고 있다. 그래서 이 이사장은 스스로 '마을공동체 주치의'라고 한다.

그의 한 지인은 "이 이사장은 의사가 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성형외과나 내과 등을 선택하지 않고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라며 "평소에 저소득층 가정과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컸던 그인지라 가정의학을 해야 특정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의료상담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이사장이 입당 기자회견에서 "마을공동체 주치의에서 국민 전체의 안전과 행복, 건강과 살림을 보듬는 국가공동체 주치의로 삶을 이전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것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이 이사장은 광주지역에서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에 참여해왔다. 지역 청년들과 의기투합해 '청년정책 플랫폼' 모델을 만드는 데 함께 했다. 또한 광주의 30, 40대들이 주축이 돼 준비하고 있는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모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이사장이 정치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4년 만들었던 새정치연합 창당발기인 374명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본격적인 정치 행보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하는 기류가 많다.

그는 이렇듯 제도정치권 밖에 있었지만 늘 정치와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에 있었다. 이 이사장이 "풀뿌리 활동에서 축적한 정의로운 신념을 정당정치 영역에서 유능한 실력으로 헌신하겠다"라면서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들고, 좋은 정당이 좋은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정치와 정당의 무게를 실감한다"라고 고백한 것은 자기실천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의 정치권 영입이 화제가 된 것은 그가 걸어온 삶이 스스로 내세워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공동체에서 늘 있는 듯 없는 듯 제자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광주 이용빈'을 인재로 영입한 것은 몇 가지 큰 의미가 있다.

'광주 이용빈' 인재 영입의 의미 세 가지

더불어민주당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는 이용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는 이용빈 이사장.
ⓒ 더민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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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광주출신 서울사람'을 영입한 것이 아니라 '진짜 광주사람'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더민주가 앞서 진행한 '호남 인재영입'은 '호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출세한 사람' 위주였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들은 주 활약 무대가 서울인 '서울사람'들이다. 이들은 서울의 교통환경과 시장경제는 알아도 광주의 교통환경과 살림살이엔 밝지 못하다. 광주가 이용빈의 인재 영입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던 까닭은 한 시민사회 활동가 얘기처럼 "광주에서 우리와 부대끼며 성장해온 진짜 광주사람을 모셨기 때문"이다.

둘째, '동네 명망가'가 아닌 '낮은 곳에서 함께 해온 사람'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여의도 정치권이 지역 인재를 영입하던 경로는 단조로웠다. '서울사람이 아는 지방사람'만 골라 온 것이다. 여기엔 서울은 '중앙'이고 광주 등 지방은 '변방'이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중앙'이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인재'는 있다. 다만 그것을 모르는 이들이 자신들과 '사교'하는 '동네 명망가'를 '인재'로 착각할 뿐이다. 이용빈은 서울과 사교하지 않고 지역의 낮은 곳에서 아픈 이들과 함께 살아온 활동가다. 지역과 더불어 성장했고, 공동체와 더불어 '내공'도 깊어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셋째,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인사가 아닌 민심이 환영하는 영입을 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못된 버릇 중 하나가 민심이 아닌 언론을 상대로 정치한다는 것이다. 언론은 민심으로 가는 경로 중 하나일 뿐이다. 이용빈의 영입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살아온 광주의 외국인 노동자들,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 공단 경로당의 어르신들에겐 간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기쁜 소식이었다.

'광주 이용빈'은 입당 소견도 남달랐다. 그는 "살림은 서울에서 하면서 선거 때만 '호남의 아들'이니 '광주의 딸'이니 하며 광주시민을 투표기계로 취급하는 정치를 거부한다"라고 선언했다. 10년 넘게 낮은 곳에서 아픈 이들과 몸과 마음을 일치해온 이의 혼이 배어있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미련을 기약하는 따위의 말 한 마디 남기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사람 정치하더니 사람 변해버렸네'라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라며 "제가 정치인으로 살면서 똑같은 욕을 먹게 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라고 했다.

간만에 '진짜 광주사람'이 정치권에 영입되는 것을 지켜보는 광주사람들 기대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노인이 폐지를 줍게 하는 정치, 청년이 꿈을 접게 하는 정치, 보육과 교육에 삶을 저당 잡히게 하는 정치, 그런 정치는 결코 정치가 아니다"라며 "단 한 뼘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라고 한 그의 다짐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태그:#이용빈, #더민주, #DJ, #총선,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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