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첫 방영한 tvN <배우학교> 한 장면

지난 4일 첫 방영한 tvN <배우학교> 한 장면 ⓒ CJ E&M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 만큼, 연기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 학원, 선생님만 해도 상당하다. 오히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이유로 전국의 있는 연극영화과들이 정원 축소 및 통폐합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연기를 가르친다는 또 하나의 학교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학교의 교장이 배우 박신양이고, 그에게 연기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은 제법 이름있는 연예인들이다. 그중에는 이원종처럼 오히려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야 할 것만 같은 중견 배우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그보다 2살 어리지만, 배우로서는 선배인 박신양에게 연기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지난 4일 처음 방영한 tvN <배우학교>는 예능임에도 예능 같지 않은 예능을 보여 준다. 박신양이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상황이 프로그램의 주요 골자인 만큼, <배우학교>에서 전면으로 내세우는 소재는 '연기'다. 그런데 TV 드라마를 틀면 늘 보이는 '연기'가 유독 예능에서는 낯설게 다가온다.

연기 그리고 진심

 지난 4일 첫 방영한 tvN <배우학교> 한 장면

지난 4일 첫 방영한 tvN <배우학교> 한 장면 ⓒ CJ E&M


물론, 리얼을 강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자에게도 어느 정도 '연기'가 필요하므로, 연기는 드라마·영화뿐만 아니라 세상 대부분 프로그램에 알게 모르게 필요한 덕목이다. 비단, 방송, 영화 출연을 업으로 삼는 연예인들뿐이겠는가. 언제부터 인가 연기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속하는 정치인이 되는데 있어서도 탁월한 연기력이 필수가 되어버린 듯한 세상이다.

일단 연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개념은, 가상의 캐릭터를 배우의 육체, 목소리를 빌려 형상화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해야 하는 연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해 보인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 학교를 찾아온 학생들에게, 박신양은 자기가 누구이고,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를 정의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하여 학생들을 전원 멘붕에 빠트린다.

막상 어렵게 발표 시간을 갖은 이후에도, 박신양의 질문 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학생들의 발표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박신양의 주된 지적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교적 말을 잘하는 축 이었던 유병재 또한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지 못한다. 연기를 배우러 온 학생이기 이전에, <배우학교>라는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으로서 그 속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야 하고,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 하는 생각들이 정작 그의 진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

<배우학교>가 연기말고도 가르치는 것

 지난 4일 첫 방영한 tvN <배우학교> 한 장면

지난 4일 첫 방영한 tvN <배우학교> 한 장면 ⓒ CJ E&M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 좋은 연기자, 엄연히 말하면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어렵게 <배우학교> 문턱을 두드린 학생들은 첫 관문에서부터 자신이 알던 연기의 정의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박신양의 교육법에 충격을 받는다. 이는 <배우학교>에 참여한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그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지점이었다. 연기 교습을 주제로 한 새로운 예능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진지하고도 솔직한 자세를 주문하는 <배우학교>는 상당히 놀랍고도 불편하다. 특히나 연기를 배우지 않았다 해도, 교수와의 면담, 취업을 위한 인터뷰 등에서 박신양의 수업방식과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이들이라면, 박신양의 거듭된 질문에 어쩔 줄 모르는 학생들의 모습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박신양은 자기소개를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내려놓고, 그동안 숨겨 왔던 자신의 욕구와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낼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최근 방송 트렌드가 '리얼'을 넘어 '쌩리얼'을 추구한다고 한들, 진짜 자기 이야기를 방송에도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말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각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기 보다, 세상이 이미 정해놓은 틀 안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최선의 삶으로 꼽히는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그런데 박신양은 세상 그 어떤 행위보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연기 수업을 앞두고, 자신이 누구이며, 왜 연기를 배우려고 하는지, 자신을 증명하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솔직해지는 것. 연기를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라고 하나,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획일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기면서, 타인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자신의 개성을 찾는 데 애를 먹는 사람들에게, 그간 감추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돌아보고, 그 속에서 스스로 나를 찾아보게 하는 진짜 학교가 드디어 우리 곁에 찾아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배우학교 박신양 이원종 유병재 연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