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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집에 남겨두기엔 너무 미안한 나의 강아지, 고양이. 기나긴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홀로 집에 남겨두기엔 너무 미안한 나의 강아지, 고양이. 기나긴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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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면, 명절 전후엔 어떨까? 안타깝게도 '아이를 찾습니다' 전단지가 가장 많이 붙는 시기라고 한다. 남한테 맡겼다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홀로 집에 남겨두기엔 너무 미안한 나의 강아지, 고양이. 기나긴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강아지 '유리'는 시댁에 가야 하는 엄마를 뒤로 하고 애견 호텔로 쓸쓸히 걸어 들어갔다. 차멀미를 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낯선 이들을 최소한으로 마주칠 수 있게 엄마가 엄선한 곳이다. 예전에 묵었던 호텔에선 처음 보는 강아지들이 너무 많아, 유리는 침을 흘리며 먹는 것을 거부했다.

주눅 들어있는 유리의 동영상을 보고 엄마도 멀리서 속이 엄청 상했다.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유리는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성 발진이 생기기도 했다. 때로는 설사를 하거나 엄마에게 집착이 심해지기도 한다.

'돌순이' 아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전문 기관에 안전하게 맡기긴 했으나 돌순이의 눈에서 엄청난 슬픔을 읽었기 때문이다. 보호소에서 입양된 돌순이는 또 버려지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 가족 여행이건 모임이건 꼭 돌순이를 데려간다. 다행히 돌순이는 이동하는 차에서 얌전히 자 준다. 장소에 도착하면 아빠 무릎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해 조금 난감하지만, 아이가 혼자 울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똘이' 언니도 똘이를 어디든 데려간다. 모든 어린이들이 민족의 대명절에 친척을 보러 따라나서는데 똘이라고 빼놓을 수는 없단다. 엄연한 가족이거늘, 따돌리듯 집 지키고 있으랄 수 없다는 데에 온 가족이 동의를 한 덕이다. 똘이도 이에 대단히 협조적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고 행동하며 언니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선재'와 '버디'는 나이가 많아 외출에 동행할 수 없다. 때문에 가족 중 한 명이 꼭 곁에 머문다. 물론 연휴 전에 건강검진을 받는 건 기본이다. 노령견은 병원이 쉬는 날, 안 아프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설엔 큰오빠가 남기로 했다. 종양을 앓고 있는 선재를 위해 시간마다 약을 먹이고 백내장이 온 버디를 위해 수족이 되어준다. 이 아이들이 젊고 건강했을 때 큰오빠는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얻었기에, 더한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을 거란다.

 '까미'와 '까꿍이' 엄마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이 지내는 곳을 옮기기보다는 '지인 초대 찬스'를 쓴다.
 '까미'와 '까꿍이' 엄마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이 지내는 곳을 옮기기보다는 '지인 초대 찬스'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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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보통 2박 3일은 혼자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건강상에 큰 무리가 없다는 거지, 정서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까미'와 '까꿍이' 엄마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이 지내는 곳을 옮기기보다는 '지인 초대 찬스'를 쓴다. 냉장고를 식료품으로 가득 채우고 숙박을 권장하며 돌아올 때 선물을 챙겨준다. 물론 초대할 지인은 까미, 까꿍이가 평소 인사하고 지냈던, 고양이를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선정한다.

나의 경우는 외출은 하되 외박하지 않는 1인이다. 가을이는 실내 배변을 하지 않아 하루에 세 번 이상 산책을 나가야 한다. 또 이가 약해 사료를 갈아 물에 개어 줘야 한다. 그리고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기에 적절한 약도 밥에 첨가해야 한다. 매사에 경계가 워낙 강해 마음을 여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라, 한 번은 지인에게 맡겼다가 가슴 줄이 풀리며 혼자 도망친 적도 있다. 이런 아이를 누구에게 부탁할 수 있겠는가. 필수 전달사항만으로도 어지간한 암기과목이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긴 연휴, 반려동물은 어떻게?
 긴 연휴, 반려동물은 어떻게?
ⓒ 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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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 유기견 보호소의 운영진으로 봉사중인 '유유'님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보자.

"5년간 일하면서 이맘때가 되면 늘 두려워집니다. 이름표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구조되어 온 아이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런 경우 가족을 다시 만나기가 참 어려워요. 연락처가 적힌 목걸이를 잊지 마시고, 인식 칩을 했다면 그 정보도 맡기는 곳에 알려주세요.

낯선 곳에 맡겨진 아이는 예기치 않은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얌전하던 아이도 잠시 열린 문틈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키가 크다면 문을 직접 열어 나가기도 하죠. 산책 중에 끈을 잠시 놓은 경우, 스스로 고집을 부려 끈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과의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생소한 사람과 지내야 하니 사소한 환경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비단 연휴뿐 아니라, 결혼식, 장례식 때문에 아이를 맡기는 경우, 병원에 데려가려고 외출에 나선 때에도 보호자가 놓치기 쉬우니 주의해주세요. 그래서 평소에 규칙적인 산책을 하고 가족과 소통, 교육이 잘 이루어져 있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반려동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잘 돌보고 싶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만큼 이 애들을 잘 알지는 못한다. 내 고양이가 왜 변기 커버 위에서 내려오질 않는지, 내 강아지가 왜 배설물을 먹으려 하는지, 왜 눈을 안 마주치는지, 왜 계속 우는지 그 속을 어찌 알겠는가. 알 수 없으니 도와주기도 힘들다. 사랑하는 마음이면 다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부디 이번 설에는 모두가 무사하기를 빈다.


태그:#애견호텔, #펫시터, #반려동물과여행, #강아지고양이맡기기, #반려동물호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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