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개막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모인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응원 문구가 담긴 종이를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1월 27일 개막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모인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응원 문구가 담긴 종이를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우려하는 영화계의 비판 여론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융성'을 외치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현 정부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국제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산영화제 사태가 세계 영화계와 부산시의 대립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월 27일 개막한 로테르담영화제에 참석한 해외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를 지지하는 문구가 쓰여 있는 종이를 들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퍼포먼스에는 베로 베이어(Bero Beyer) 집행위원장과 헤르빈 탐스마(Gerwin Tamsma)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로테르담의 스태프와 영화산업 관계자들 50여 명이 참석했다. 로테르담의 퍼포먼스는 부산영화제 사태를 우려하는 해외 영화계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국제적인 영향력이 높은 주요 영화 매체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부산영화제 탄압이 세계 영화계의 주요 화두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로테르담에 가 있는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애정에 감동하는 한편으로, 이런 상황에 대한 슬픔과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전했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해외 영화인들의 행동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베를린영화제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논란이 시작됐을 때 집행위원장이 서한을 보내 우려의 뜻을 나타냈었다.

유럽의 36개 국가 영화진흥기구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유러피안필름프로모션(EFP)도 부산영화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EFP는 부산영화제 초창기부터 협력 관계를 구축한 후, 유럽영화를 아시아에 알리는 데 부산영화제를 활용하고 있다.

암 투병 평론가 "죽는 날까지 부산영화제 지지"

 암 투병 중인 네덜란드의 세계적 평론가 피터 반 뷰렌이 보내온 부산영화제 지지 메시지

암 투병 중인 네덜란드의 세계적 평론가 피터 반 뷰렌이 보내온 부산영화제 지지 메시지 ⓒ 부산국제영화제


암으로 투병 중인 네덜란드의 피터 반 뷰렌 평론가가 보내온 지지는 부산영화제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인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는 "죽는 날까지 부산영화제를 지지한다"는 글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내 왔다. 피터 반 뷰렌은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세계 영화인들로 구성된 사교모임 '타이거 클럽'의 멤버이기도 하다.

부산영화제 측은 해외 영화인들의 자발적인 응원에 고무된 듯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라며 결의를 다지는 분위기다.

해외 언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명 해외 영화인들은 기고를 통해 부산영화제 탄압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영화평론가이자 학자인 장 미셸 프루동은 "터키와 대한민국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프랑스의 한 매체에 기고했다. '부산시의 부산영화제 탄압사태'와 터키 이스탄불영화제에 대해 쓴 글에서 장 미셸 프루동은 박근혜 대통령을 "전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 표기하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도쿄신문>도 지난 1월 28일 자 신문에서 "영화제, 압력과 싸우다"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부산영화제 사태를 비중 있게 전했다. 이 신문은 국내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사태는 "정권의 퇴행적인 자세가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씨네21>에 보낸 특별 기고문에서 "이용관 위원장을 사퇴시킬 경우 부산국제영화제를 아껴온 전 세계의 동료들은 영화제를 보이콧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산시의 미련하고 고집불통의 정치 술수를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이 과거를 향해 퇴행하고 있는 듯하다, 말 그대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라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사태를 개탄했다.

서병수 시장 덕에 치솟는 헬조선의 국격

 3일 열린 한국영화감독조합 총회에 참석한 감독들이 부산영화제 지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3일 열린 한국영화감독조합 총회에 참석한 감독들이 부산영화제 지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한국영화감독조합


국내 영화인들도 개인 또는 단체 단위로 부산영화제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지난 3일 정기총회를 하고 부산영화제에 대한 지지를 결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원로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이준익, 봉준호, 최동훈, 류승완, 변영주, 정윤철 감독 등 약 80명 정도가 참석했다.

20년간 비약적 성장을 이룬 부산영화제를 서병수 부산시장이 한순간에 망가뜨리고 있다며 비판도 거세지는 추세이다.

부산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부산시의 고발은 철회되어야 하는데 시청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서 시장의 잘못된 행동이 힘들게 쌓아온 부산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해외 영화인들이 단체로 위기에 처한 부산영화제를 지지했다고 한다, 서병수 시장 덕에 나날이 치솟는 헬조선의 국격"이라며 부산시장의 행태를 비꼬았다.

오는 25일 예정된 부산영화제 총회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끝까지 밀어붙이려 할 경우, 영화계의 반발과 저항이 더욱 강하게 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시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부산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이용관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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