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미리 첫 영화, <귀향>의 위안부  일본군위안부 역할을 맡은 배우 서미지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에서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귀향>은 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배우 서미지 첫 영화, <귀향>의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 역할을 맡은 배우 서미지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에서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이희훈


2년 전 한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전 환경부장관이자 원로 배우 손숙은 "할머니들께 늘 죄송했고, 빚진 마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렇게 촬영을 시작했고, 2015년 가을 무렵 개봉을 추진하던 영화가 2016년 2월이 돼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그리고 4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 참석한 조정래 감독 이하 배우들은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영화의 의미를 전했다.

지난했던 과정의 극복

 신녀 역할을 맡은 배우 최리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귀향>은 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은경 역의 최리 신녀 역할을 맡은 배우 최리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그렇기에 섣불리 어루만질 수 없는 상처였다. 그런데도 얘기해야 했고, 진실을 알려야 했다. 지금까지 그 주체는 노인이 된 피해 당사자이기 일쑤였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번째 증언이 나온 이후 시민 사회에서 끊임없이 전범국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나.

지난 2002년까지 위안부 피해 여성 후원시설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조정래 감독은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을 보고 영화를 결심하게 됐다"며 "소녀들이 타향에서 외롭게 돌아가셨으니 영화에서만큼은 꼭 고향으로 모시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쉽진 않았다.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고, 배우 캐스팅 또한 난항이었다. 결국 <귀향>은 지난 2015년 4월에야 첫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손숙의 참여 이후 제작 진행이 급물살을 탔고, 총 7만여 명의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12억 원을 보탰다.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조정래 감독은 "손숙, 오지혜, 정인기 배우를 비롯해 주요 배우들이 모두 재능기부로 출연했다"며 "특히 일본군 역할은 자연스러운 현지어 구사가 관건이었는데 이를 위해 재일교포 분들이 대거 참여해주셨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영화 출연으로) 어쩌면 불리해질 수도 있는 여건에서도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오가신 분들"이라며 "일본인 분들도 자비를 들이면서 출연했는데 편집된 부분이 있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일본 정부의 회담 직후 급변한 정세를 조정래 감독도 인식하고 있었다. 양국의 위안부 합의가 국제인권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해당 청원을 언급하며 조 감독은 "아직 위안부 피해 여성 문제가 현재 진행이라는 사실에 안타깝다"며 "다만 위안부 문제는 정치문제가 아닌 홀로코스트 같은 세계 인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귀향>이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할머니 한 분씩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심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녀들

<귀향> 감독-배우들 '할머니들 힘내세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귀향>은 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최리, 조정래 감독, 배우 서미지.

▲ <귀향> 감독-배우들 '할머니들 힘내세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최리, 조정래 감독, 배우 서미지. ⓒ 이희훈


기성 배우들의 참여가 마중물이 됐지만, 무엇보다 <귀향>은 소녀 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진심이 녹아 있었다. 정민 역의 강하나와 은경 역의 최리는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 됐다.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할머니들에게 누가 될까 봐 조심스럽게 작품에 접근했다.

극 중 소녀들의 넋을 모시는 귀향 굿을 펼치는 은경을 위해 "지난 4년간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끼고 살았다"던 최리는 "너무 큰 역할이라 처음엔 거절하려 했는데 강일출 할머니를 만나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먹었다"고 운을 뗐다. 중앙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기도 한 그는 진혼 관련 자료 또한 찾아보며 역할을 준비해왔다.

최리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증언집을 보며 4년 내내 그 감정이 제 마음에 남아 있어 힘들기도 했는데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끌려간 그 어린 소녀들의 두려움과 슬픔을 감히 어떻게 헤아릴까 싶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작게나마 춤으로 위안을 드리는 것이었어요."

극 중 정민의 단짝 영희 역을 맡은 서미지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며 "꼭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배우로서가 아니라도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녀 배우들의 노력을 언급하며 조정래 감독은 "배우들과 틈만 나면 함께 나눔의 집을 찾았고, 촬영 내내 우는 게 일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언급했다.

답변하는 조정래 감독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귀향>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귀향>은 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답변하는 조정래 감독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 <귀향>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진심이 통했을까. <귀향>을 본 해외 관객 또한 반응이 뜨거웠다. 정식 공개에 앞서 미국에서 진행된 후원 시사회에서 수백 명의 대학생이 위안부 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울었다는 후문이다. 조정래 감독은 "미국에선 슬픈 영화를 봐도 울지 않는 게 미덕이라 들었는데 현지 시장은 물론이고 많은 분이 우셨다"며 "와세다 대학교 출신이라 소개한 한 일본 여학생은 행사 내내 날 따라다니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영화 <귀향>은 1991년과 1943년을 교차로 오가며 소녀들의 아픔과 짓밟힌 인권, 전쟁의 참상을 다뤘다. 개봉은 오는 2월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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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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