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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33 개월, 곧 유치원에 간다. 많이 자랐다. 애교쟁이다. 둘이 있을 때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요" 하다가도 엄마가 오면 엄마가 최고다고 말 한다. 상황을 잘 판단한다.
▲ 콩콩이 손녀 33 개월, 곧 유치원에 간다. 많이 자랐다. 애교쟁이다. 둘이 있을 때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요" 하다가도 엄마가 오면 엄마가 최고다고 말 한다. 상황을 잘 판단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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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 거야!"
"아니야, 할아버지 거야."
"엄마, 내 거 아니라고 해요!"
"…."

지난 2일, 장난감을 손에 든 생후 33개월 손녀가 엄마에게 이른다. 언니인 콩이를 육아할 때 콩이는 "할아버지 집에 가"라는 말을 잘하곤 했다. 키워주고 놀아주었더니 기껏 하는 말이 "집에 가, 내 거야"라니.

입에는 물고 손에는 들고 욕심꾸러기다. 언니에게 지려고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에게도 집에 가서 먹으라며 주지 않는다.
▲ 콩콩이 입에는 물고 손에는 들고 욕심꾸러기다. 언니에게 지려고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에게도 집에 가서 먹으라며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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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마…."
"…."
"우리 거야, 할아버지 집에 가서 먹어!"
"…."

콩콩이가 또 나선다. 이거 영 아니다. 꼬맹이가 간섭이 심하다. 벌써 소유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독차지하려 한다. 하기야 도서관에서 또래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다. 움켜쥐고 나눠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입에는 물고 양손에 들고, 기분이 최고다.

직장에 있을 때다. 나른한 여름날 오후 마감 시각이 가까워지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날쌘 동료 직원 사다리 타기 선택을 강요한다. 간식 시간이다. 통닭이나 빵을 먹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아이스크림과 수박을 먹는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한 손엔 아이스크림, 한 손에 수박 한 조각 들고 있다. 양 손에 들고 먹으면 그 맛이 최고다. 

언니 콩이도 그랬다. 생일 때 선물, 새 옷, 친구들과 나눠 먹는 과자 등도 마찬가지였다. 요즈음은 유치원에 갈 때마다 입을 옷 때문에 고집을 부린다. 친구 생일 축하 파티날, 공주 옷을 입겠다는 딸과 주인공이 아니니 다른 옷을 입으라는 엄마의 실랑이를 보면 실로 웃음이 나온다.

모처럼 놀이터에 가자고 보챈다.  날씨가 무척 춥다. 전에 놀던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피면...
▲ 콩콩이 모처럼 놀이터에 가자고 보챈다. 날씨가 무척 춥다. 전에 놀던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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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 신기하고 흐뭇하다. 어느 아이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요즈음 뜨는 삼둥이처럼 우리 아이도 신통하다. 지나간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조금 달리 보이지만 당시에는 대단했다. 천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다.

꼬맹이 공주, 욕심쟁이 공주가 집에 가라고 쫓아도 먹을 걸 주지 않아도 사랑스럽다. 난 '바보' 하부지다.


태그:#콩이, #하부지의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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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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