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축구 유럽파의 대세는 석현준(포르투)이다. 올 겨울 비토리아에서 포르투갈 최고명문 FC포르투에 입단한 석현준은 이적 후 5경기 만에 첫 골을 터뜨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현준의 포르투는 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바르셀로스에서 열린 비센테와의 2015-2016 포르투갈 FA컵 4강 1차전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이 경기에서 석현준은 포르투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4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포르투 유니폼을 입고 첫 득점을 신고했다. 비록 리그 경기 득점은 아니지만 이적 후 득점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것은 반가운 일이다.

비토리아 시절을 포함하면 올 시즌 벌써 12호골이다. 석현준은 경기 후 발목 부상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석현준은 해외파 중 1년 사이에 그 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높아진 선수로 꼽힌다. 10대 시절 네덜란드 아약스 소속으로 잠시 주목받았지만 이후 부침을 거듭하며 잊혀지는 듯 했던 석현준은 해외리그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 차근차근 경험과 기량을 쌓아갔고 유럽에서도 중상위리그에 속하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인정받는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갔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도 어느덧 주전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름값이나 재능에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을 통하여 밑바닥에서부터 성공한 '자수성가형' 해외파라는 점에서 팬들은 석현준의 성공을 더 뿌듯하게 여긴다.

석현준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최근 리우올림픽을 대비한 와일드카드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석현준에게 올림픽이 절실한 이유는 병역 혜택과도 무관하지 않다. 91년생인 석현준은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다. 올림픽(동메달 이상)이나 아시안게임(금메달)에서 메달을 수상하지 못할 경우, 상주 상무나 경찰청 축구단에 입단해야 하는데, 지원 자격은 국내 리그에서 활약하는 만 27세 이하 선수로 제한되어 있다. 포르투와 2020년까지 계약이 되어있는 석현준은  병역 혜택을 받지못할 경우, 계약을 다 채우기전에 2018년까지는 국내 구단으로 이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물론 병역 혜택과 상관없이 석현준은 지금의 기량이라면 충분히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뽑힐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은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23세 이하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최전방 공격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현-진성욱-황희찬으로 구성되었던 공격진은 경험과 세기에서 아시아보다 수준 높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맡기기에는 다소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A매치 데뷔골 축하 받는 석현준 한국 축구대표팀 석현준(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56분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석현준(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9월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56분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 등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석현준과 함께 또다른 와일드카드 후보로 꼽히는 것이 바로 손흥민(토트넘)이다. 유럽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활약 중인 손흥민은 A대표팀에서도 이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을만큼 한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손흥민도 석현준과 마찬가지로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미 리우올림픽 본선행이 확정되면서 손흥민도 와일드카드 0순위로 꼽혀온 바 있다. 석현준과 손흥민이 동시에 와일드카드로 차출된다면 올림픽팀은 그야말로 A대표팀 못지않은 공격진을 구축할 수 있다.

문제는 올림픽팀 사정상 와일드카드에 그리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올림픽팀은 지난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도 이번 와일드카드 선택 시 수비 보강에 무게를 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3장의 와일드카드 중 2장 정도가 수비 자원에 활용된다고 했을 때 공격진에 남은 1자리 정도를 놓고 석현준과 손흥민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둘다 포기하기는 아까운 카드다. 올림픽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포지션, 소속팀의 동의 여부, 부상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서 속단하기가 어렵다.

이름값이나 국제 경험, 스타성 등은 확실히 손흥민의 우위다. 하지만 현재 올림픽팀의 선수 구성상 2선 공격진은 비교적 풍부한 반면, 최전방 원톱 자원이 더 아쉬운 게 사실이다. 손흥민이 토트넘 이적 이후 확실히 자리를 잡지못하고 있는 반면, 올 시즌만 놓고보면 석현준의 활약과 컨디션이 더 빼어나다는 것도 변수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팀 차출을 놓고 소속팀의 허락을 받는 것이 관건이다. 24세 이상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의무차출 대상이 아니다.

물론 두 선수가 모두 나란히 와일드카드로 차출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올림픽팀 와일드카드 우선 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수비자원들(홍정호, 장현수, 김영권, 박주호 등)이 대부분 해외파이거나 병역을 이미 해결한 선수들이라서 올림픽 차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확실하게 검증된 수비 자원을 뽑지못할 바에야 아예 동기부여 및 기량이 확실한 석현준-손흥민 같은 선수들을 동시에 뽑아서 공격력을 더 강화하는 계획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두 선수가 나란히 올림픽 무대에 출전하는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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