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전북행이 드디어 확정되면서 다음 시즌 K리그 판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시즌 득점왕 김신욱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공격수이자 울산의 에이스였다. 울산은 김신욱과 함께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K리그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호로 군림했다.

하지만 울산은 2014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조민국 전 감독이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데 이어 지난해는 윤정환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렸고 급기야 상위 스플릿 진출에도 실패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김신욱으로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해였다. 브라질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잇달아 출전했고 병역 혜택도 받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 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으로 장기간 재활을 거치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특히 패스 위주의 조직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던 윤정환 감독과는 전술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았다.

윤정환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김신욱을 벤치로 돌리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팀내에서도 입지가 애매해지면서 김신욱은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도 한동안 멀어졌다.

김신욱이 초반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체력 및 경기감각 저하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탓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윤정환 감독이 김신욱을 중심으로 한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축구 스타일을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신욱 활용법'을 둘러싼 딜레마는 그를 가장 잘 활용했다는 김호곤 전 감독을 제외하면 모든 울산과 국가대표팀 사령탑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하지만 윤 감독의 변화는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울산이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한 이후에는 다시 김신욱 중심의 전술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신욱은 교체 멤버에서 다시 선발을 오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시즌 1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돌파 시도하는 김신욱 지난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김신욱은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 원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 울산에서 이룰 것은 모두 이룬 김신욱은 새로운 도전을 필요로 했고 기왕이면 아시아팀보다는 유럽행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김신욱이 만족할 만한 유럽팀의 제안을 들어오지 않았다. 높은 연봉을 제시한 중국이나 중동측의 제의도 있었지만 김신욱이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K리그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전북이 김신욱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당초 울산이나 김신욱 모두 K리그 팀내 이적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아름다운 결별을 택했다. 최강희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김신욱을 핵심 선수로 중용한바 있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전북의 야심도 김신욱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기 충분했다.

울산은 김신욱이라는 에이스를 떠나보냈지만 부산으로부터 또다른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을 임대 영입하며 이미 빈 자리를 메웠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오른 이정협은 아직 김신욱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뛰어난 전술 소화와 연계 능력을 바탕으로 윤정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스타일에 부합하는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최근 대표팀에서 포르투 석현준이 새로운 주전 원톱 자원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정협도 이제 2부가 아닌 K리그 클래식에서 주전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윤정환 감독은 울산 부임 2년차를 맞이하여 김신욱 활용법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수 있게 됐다. 윤정환 감독에게 그동안 김신욱은 쓸 수도 안쓸 수도 없는 양날의 검이었다.

올해 울산은 김신욱과 함께 골키퍼 김승규도 고베로 이적하며 전력 누수가 커보이지만, 대신 이정협을 비롯해 서정진, 박성호, 김인성, 서명원, 이기제 등 윤정환 감독의 컬러에 부합하는 즉시 전력감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명재, 김승준, 김민규 등도 다음 시즌 울산에서 주목해야 할 유망주 자원들이다. 그동안 단순하지만 묵직하고 효율적인 역습 위주의 '철퇴 축구' 이미지가 강했던 울산으로서는 새로운 팀컬러로의 변화를 뿌리내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김신욱을 영입한 전북도 K리그 3연패와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올 겨울에만 무려 11명에 이르는 외부 영입을 통하여 전력을 끌어올린 전북이지만 무게감 있는 한 방이 아쉬웠다. 노장 이동국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원톱 자원이 절실했다. 김신욱은 외국인 공격수를 제외하고 전북이 K리그 내에서 영입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2선과 측면에 뛰어난 자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전북은 김신욱의 능력을 극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최강희표 닥공'를 완성하는 마침표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K리그와 ACL를 병행해야하는 빡빡한 일정에서 이동국과 김신욱은 로테이션을 통한 공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신욱은 아시아 최고의 팀을 꿈꾸는 전북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ACL 무대에도 복귀하고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려서 다시 해외 진출과 국가대표팀 복귀도 노려볼수 있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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