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의 전북 현대는 K리그 역대 최강 팀이 될 수 있을까.

올 겨울 K리그의 최대 화두는 단연 전북의 폭풍영입이었다. 이미 리그 2연패를 이뤄낸 전북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일찌감치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돌입했다. 이종호, 고무열, 김보경, 로페즈, 김창수, 최재수 등 거의 전 포지션에 걸쳐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적생들로만으로 우승권 전력의 팀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북은 최근 국가대표 출신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호주 국가대표출신 미드필더 에릭 파탈루의 영입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규리그 18골·4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까지 오른 김신욱과 전북의 고질적인 약점이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메울 파탈루의 보강은 그야말로 '전북판 갈락티코'에 화룡점정이나 다름없다.

김신욱은 당초 올해 유럽 진출을 고려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아시아권내 타 리그 이적보다는 우승권 전력의 전북행에 더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기에는 김신욱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강력한 러브콜도 크게 작용했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이동국의 대체자이자 큰 경기에서 부담을 덜어줄 파트너로 김신욱의 영입은 신의 한수에 가깝다.

이로서 전북은 올 시즌 역대급의 공격진을 완성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10골 이상을 공격수만 무려 5명(김신욱, 이동국, 로페즈, 이종호, 레오나르도)에 이른다. 작년까지 부동의 주전었던 이동국이나 레오나르도 역시 올해는 주전 경쟁 혹은 로테이션이 불가피해졌다. 전북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닥공'에 어울리는 선수 구성이라고 할만하다. 

K리그에서 독보적 전력 구축한 전북

물론 '조합'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다음 시즌 전북의 전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특급 외국인 공격수 데얀을 복귀시킨 서울 정도가 그나마 대항마로 꼽혔지만 스쿼드의 양과 질에서 전북과의 격차는 뚜렷하다. 신인들을 제외하고도 전북이 올 시즌 외부 영입을 통하여 유니폼을 입히거나 입단 예정인 선수는 총 11명에 달한다. K리그 구단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K리그가 몇 년간  투자 위축과 스타 선수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폭풍영입을 단행한 전북과 타 구단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흔히 전북의 전력이 가장 강했던 시기는 지금까지는 2011시즌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전북은  정규리그 30경기에서 18승9무3패(승점 63)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은 무려 71골을 넣고 34골을 실점하며 경기당 2골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화력을 자랑했다. 또한 당시는 플레이오프 제도가 있었지만 전북은 울산과 펼친 챔피언 결정전 2경기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닥공의 위엄을 과시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사드(카타르)에게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것이다.

최강희 감독도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도 2011시즌의 전북이 가장 강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전북은 지금보다 젊고 물오른 골감각을 자랑하던 이동국을 중심으로 에닝요·루이스·로브렉·정성훈·이승현 등 쟁쟁한 멤버들이 공격 진용을 구축했다. 중원은 김상식과 정훈이 버티고 있었고 여기에 조성환-심우연-박원재-최철순 등이 구축한 포백도 탄탄했다. 당시 전북은 실제로 1골을 먹으면 2골을 넣으면 된다는 공격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최강희 감독이 추구하는 '닥공'의 완성형에 가장 근접했던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이후 최강희 감독이 갑작스럽게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전북은 1년간 공백기를 가져야했고 팀컬러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 감독이 복귀한 이후 2014년과 2015년에 연속으로 리그를 제패했지만 경기력의 완성도는 이전만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북 특유의 닥공보다는 실리 위주의 축구로 1골차 승부를 벌이며 꾸역꾸역 이겨서 승점을 챙기는 경기가 많았다.

특히 단기전인 챔피언스리그에서 고비를 넘지 못한 데는 고질적인 약점인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의 불안으로 인한 공수 밸런스 붕괴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최 감독이 작정하고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공언했던 이유다. 전북은 비록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기대했던 이름값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오지는 못했지만 토종 선수들만으로 이미 국가대표급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상당수가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시절 중용했던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널리 알려진데로 최 감독의 국가대표팀 시절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경기력과 잦은 구설수로 지금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못하고 있다. 당시의 주역들이 클럽 전북에서 다시 뭉쳐서 이루지못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흥미롭다.

역대 K리그에서 호화 군단을 구축하여 화제가 되었던 팀들은 종종 있었다. 김남일, 송종국, 이관우, 백지훈 등을 앞세워 2000년대 초중반을 호령했던 차범근 감독의 수원, 역대 K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고 차경복-김학범 감독의 성남 등이 한때 '한국판 갈락티코'를 표방하며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리그를 호령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전북의 선수 구성은 이를 뛰어넘는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비슷한 전력의 빅클럽들이 경쟁을 펼쳤던 2000년대까지와 달리 현재의 K리그에 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팀이 아예 없다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 정상 노리는 전북, '황사 머니' 넘어설 수 있을까 

이제 전북의 눈높이는 사실상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 사령탑 부임 초기이던 2006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오른바 있으나 당시는 말그대로 깜짝 우승이었고 전북의 위상이나 전력도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작 전북은 이후 K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클럽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정작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려 10년간 고비를 넘지 못하고 분루를 흘렸다.

챔피언스리그의 위상은 전북이 처음 정상에 올랐던 1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특히 막강한 황사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급성장으로 K리그의 지휘가 위협받는 등 대회의 난이도도 매우 높아졌다. 3~4년까지 ACL 무대에서 강세를 이어갔던 K리그는 2012년 울산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고 지난 대회에는 단 한 팀도 4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올 겨울에도 황사머니의 광풍은 매섭다. 최근까지 잭슨 마르티네스, 제르비뉴, 하미레스, 스테판 음비아, 프레디 구아린 등 당장 유럽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정상급 선수들이 전성기의 나이에 잇달아 중국행을 선택했다. 이제는 광저우만이 아니더라도 중국클럽들의 전력 상승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하여 전북의 폭풍영입은 철저히 '한국형 갈락티코'에 가깝다. 당초 기대했던 월드스타급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신 K리그에서 검증받거나 태극마크 경험을 있는 선수들 위주로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실속 있는 스쿼드를 구축했다. 선수단의 몸값을 전부 합쳐봐야 여전히 중국클럽들이 경쟁적으로 영입한 대형 외국인 선수 1~2명의 몸값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단지 이름값만 화려한 전력 보강에 주목하기보다 전북과 K리그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장면이다. 어느덧 자타공인 K리그 최강이자 한국축구를 선도하는 클럽으로서 전북의 사명감이 더 무거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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