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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조은비 예비후보 김무성 대표와 함께 '화이팅'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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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 :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굉장히 밉상을 산다. 약간 좀 모자란 듯 표정을 지으면 된다."

이번에도 소수자를 향한 정치인의 막말이다. 이번 타깃은 여성이다. 다만 여성을 향한 과거의 막말들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그 자신이 여성인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김을동 의원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여성예비후보자 대회에 '멘토'의 자격으로 참석해 70여 명의 여성 예비후보자들을 향해 이런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인간 심리가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모자란 표정을 지어야 하는 이유를 부연 설명했지만, 똑똑하지 않아야 하는 주체를 '여성'으로 못박은 그의 발언은 다분히 문제적이다. 그의 발언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뚜렷하게 개진하는 것은 오직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이 된다.

김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여성보다는 아줌마 이미지가 다정다감한 장점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것은 수없이 많은 미디어가 '아줌마'라는 단어에 부여했던 정형화된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발언이며, 동시에 이 발언은 아줌마는 여성이 될 수 없음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같은 장소에서 나온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 역시 여성에게 부과되어 온 조력자의 이미지만이 여성정치인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김 전 장관은 "우리 딸 같다, 우리 엄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여자가 가진 최고의 운동 방법이라고까지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이 아닌 여성은 자연스레 지워진다.

이들의 발언은 놀랍지만, 솔직히 말해 놀랍지 않다. 누군가는 이것을 여성을 향한 막말로 보지 않을 것이다. 여성이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여성성을 잘 발휘해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아마도 가족)를 사랑해 그들을 챙겨주고 그들을 위해 집안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성이 결코 아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성을 답습하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만 사회화되어왔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일상을 살아가며 김 전 의원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차별적 말들을 수 없이 마주한다. 그것은 청소년기의 여성에겐 "여자애가 쓸데없이 드세서 남자애들 기를 죽인다"는 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그리고 당연히 이성애 결혼을 할 것으로 전제되는) 여성에겐 "여자가 너무 잘나면 남자가 보기엔 매력 없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말한 여성이 여성성을 답습하도록 사회화되는 것의 구체적인 실례다.

방송에선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성'이 싫다는 발언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여당의 여성 의원이 "여성은 똑똑한 척하지 말라"고, 그것이 "최고의 운동 방법"이라고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회에서 그래서 여성대통령은 무의미하고 여성 상위시대는 가닿을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로만 남는다.

덧붙이는 글 | 고함20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을동,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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