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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눈이 다시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북한이 지난 2일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이달 중 지구관측용 위성 '광명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정부는 이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고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수소탄')과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국제 갈등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과연 '광명성'은 인공위성일까, 장거리 미사일일까?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사이에 기술 차이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발사체에 위성을 실으면 위성 발사체고, 핵탄두를 실으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발사 주체가 바로 한달 전 핵 실험을 마친 북한이라는 것이다.

[팩트체크①] 인공위성은 허울,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실험?

2012년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에서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모습.
 2012년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에서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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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주개발 역사는 짧지만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11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국이 됐습니다."(박근혜 대통령, 2015년 10월 14일 NASA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중)

바로 3년 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 자력 발사에 성공하며 이른바 '스페이스 클럽'에 10번째로 가입했다. 2013년 1월 나로호 3차 발사에 성공한 한국보다 한발 앞선 것이다.

'스페이스 클럽'이란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자국 위성 발사에 성공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주 강국을 말한다. 다만 한국은 발사체 핵심 장치인 '1단 로켓'을 러시아제로 사용해서, 북한은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지상과 교신이 이뤄졌는지 불투명해 가입 자격을 의심받고 있다.

실제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 기술은 발사체 기술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허울일 뿐이고 실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아직 고도의 광학 장비들이 들어가는 인공위성을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고 광명성 3호도 위성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위성은 핑계일 뿐이고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실험"이라고 지적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위성 대신 핵탄두만 넣으면 핵무기가 되는 것"이라며 "1월에 핵 실험을 한 뒤 바로 다음 달에 미사일을 쏘겠다는데 누가 의심하지 않겠나"라고 따졌다.

다만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에서 발표한 1, 2단 로켓 낙하지점이 지난 2012년 광명성 3호 발사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이번에도 위성을 발사하는 걸로 추정된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로켓을 개발하기 때문에 미사일로 간주한다는 것이지 실제 미사일 발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재진입 기술'까지 보유했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아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위성 발사체냐, 탄도 미사일이냐는 '손바닥 뒤집기' 차이로 기본적인 기술은 같다"면서도 "위성 발사체는 우주로 나가기만 하면 되지만 미사일은 지구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북한이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진체에서 벗어난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하려면 고온 고속 주행 상황에서 검증이 필요한데, 실험실에선 어렵고 반드시 비행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성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유사성은 북한에 면죄부가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위성 발사조차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의심하게 만든다. 현 시점에서 이번 북한 로켓에 위성 대신 탄두가 실릴 가능성은 높지 않고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증거도 없다. 정확한 사실은 광명성 발사가 실제 이뤄진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광명성 발사를 둘러싼 두 가지 관점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마이팩트는 '논란'으로 판단했다.

[팩트체크②] 광명성 논란, 한국형 발사체에도 불똥 튈까?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 추진기관시험설비 전경. 왼쪽부터 엔진 고공연소 시험설비, 연소기 연소 시험설비(가운데 녹색 골뚝 건물), 엔진 지상연소 시험설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 추진기관시험설비 전경. 왼쪽부터 엔진 고공연소 시험설비, 연소기 연소 시험설비(가운데 녹색 골뚝 건물), 엔진 지상연소 시험설비.
ⓒ 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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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도 지난 2012년처럼 우주 개발 목적의 인공위성 발사까지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금지한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했다고 문제 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괜찮은 걸까? 한국도 오는 2020년 발사를 목표로 2조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개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오는 2020년 한국형 발사체로 달 탐사선을 발사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북한이 내세우는 중장기 목표도 달 탐사라는 점에서, 마치 1960~70년대 옛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을 떠올린다.

남북한 발사체 기술도 비슷한 점이 많다. 보통 장거리 미사일은 저장성이 좋아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고체 연료 엔진을 사용하는데 광명성 3호를 우주로 실어 나른 은하 3호는 액체 연료를 쓰고 있었다.

북한은 항공유로 쓰는 '케로신(등유)'과 산화제인 '적연 질산'을 결합할 때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돌려 추진력을 얻는다. 한국형 발사체도 케로신의 일종인 '제트A-1'을 쓰지만 산화제로 극저온 냉각된 액체 산소를 사용한다. 액체 산소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효율도 높지만 발사 전에 주입해야 하는 반면, 질산은 독성이 강한 대신 미리 저장해 두고 쓸 수 있다. 

2020년 발사 목표인 3단형 한국형 발사체(가운데)와 지난 2012년 12월 광명성 3호를 싣고 발사된 은하 3호(왼쪽), 나로호(오른쪽) 크기 비교
 2020년 발사 목표인 3단형 한국형 발사체(가운데)와 지난 2012년 12월 광명성 3호를 싣고 발사된 은하 3호(왼쪽), 나로호(오른쪽) 크기 비교
ⓒ 항공우주연구원·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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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환 항우연 본부장은 "최근 대형 미사일도 고체 연료보다 유량 조절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액체 연료를 쓰는 추세"라면서 "북한 은하 로켓은 독성이 강하지만 저장성이 있는 '적연 질산'을 추진제로 써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지만, 한국형 발사체는 발사 전에 극저온 액화산소와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등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무기로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도 "대부분 국가가 탄도 미사일을 먼저 개발하고 상용 위성 발사체를 개발하지 그 반대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더구나 극저온 액화산소를 쓰는 한국형 발사체 기술로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만들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진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핵 실험과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하나의 패키지"라면서 "북한의 위성 발사체를 장거리 미사일로 보는 것도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방부가 지난 2013년 (은하 3호) 1단 추진체를 분석했을 때 500kg 탄두를 1만km 이상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번에 북한이 발사대를 증축한 걸로 봤을 때 더 강력한 추진체를 사용해 더 무거운 위성이나 탄두를 더 멀리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관제센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관제센터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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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국제 사회에서 당장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없다. 다만 한국은 위성 제작 기술은 북한을 크게 앞서는 반면 발사체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당장 75톤급 엔진 시험 발사가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010년부터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추진기관 시험 설비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말 3단 로켓에 들어가는 7톤급 액체엔진 1기를 개발해 연소 시험을 진행했고, 75톤급 엔진은 아직 개발 중이다. 앞으로 7톤 엔진은 14기, 75톤급은 40기까지 만들어 각각 160회, 220회 정도 시험해야 한다.

우선 내년 12월 1단 로켓을 뺀 2단형 로켓 시험 발사로 75톤급 엔진 성능을 점검한 뒤, 2019년 12월 3단형 로켓 시험 발사를 거쳐 2020년 6월 600~800km 고도에 1.5kg급 실용 위성을 실어 보낼 예정이다.

조광래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나로호 1, 2차 발사가 실패한 것처럼)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33~34% 정도"라면서 "내년 12월 시험 발사에도 의구심이 있는 건 알지만 이렇게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시스템 개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전적인 목표를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광명성, #한국형발사체, #은하3호, #나로호, #달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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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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