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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놀이터에서의 외국 아이의 모습
 실내 놀이터에서의 외국 아이의 모습
ⓒ 유투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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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난 지 4년이 조금 넘었다. 4년 동안 많은 것이 늘었다. 아이의 키도, 몸무게도, 추억도. 그리고 아이를 담은 사진의 장수도 늘어갔다. 4년이 조금 넘게 아이를 찍은 사진은 10GB에 육박했다. 나의 성장 앨범이 단 2권인 것에 비하면 참으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사진의 디지털화로 찍기 쉽고, 보관하기 쉽다는 점이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갖는 관심의 양적인 변화도 한몫한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키즈파크(어린이 실내놀이터, 유료입장)에 갔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 좋았다. 그것도 잠시 10분 뒤에 어린이집 원아들이 단체로 입장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좁은 실내놀이터가 북적북적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넘어진 아이들을 일으키고, 위험하게 노는 아이들을 달랜다. 보기 좋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부모처럼 챙겨주는 모습이 어린이집 학대사건을 지우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좋은 어린이집을 우리 딸은 왜 가기 싫다고 하는 건지 아쉬웠다. 사실 그 날 우리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눈썰매장에 갔다. 계속 가기 싫다는 딸이었다.

"딸, 왜 가기 싫은데?"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잖아."
"그건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위험하면 안 되니까 그러는 거지."
"그래도 난 가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하루 놀기로 마음먹고 실내놀이터에 온 것이다.

잠시 후, 어린이집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있었다.

"00아. 이거 타. 사진 찍어야 돼."

어린이들은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장난감 차를 타야 했다.

"선생님. 우리 반 아이들 사진 찍는 것도 좀 해줘요."
"아직 우리 반도 덜 찍었어요."
"00반 친구들, 우리 이제 저쪽에서 사진 찍을 거예요. 이리 오세요."

아이들은 트램폴린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편백놀이터로 이동했고, 소꿉놀이 놀이터로 이동했다. 키즈파크에서 마음껏 즐기는 아이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동하기가 바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하더니 '한 줄 기차 라인업'을 외치며 퇴장했다.

아이들에게 진짜 놀이를 영유케 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의 '놀이 결정권'을 존중하며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육아의 지론이다. 물론 그렇게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유아교육 전문가 임상진은 논문(2015)을 통해 유아교육기관에서 영아의 놀이는 영아에게 즐거움, 친숙함, 호기심, 성장 등의 내적동기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온 것처럼 사진만 찍어대고 가는 어린이집의 행태를 통해 아이들에게서 '진짜 놀이'를 빼앗고 있는 것을 봤다. 이것은 어린이집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한 35세 학부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얼 하는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고 싶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 그리고 행사가 있으면 어린이집 카페에 가서 꼭 사진을 보고 우리 아이가 예쁘게 나왔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바람대로 어린이집에서는 한 아이도 빠짐없이 예쁘게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줄을 세워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진짜 즐기고, 배워야 할 것들은 뒷전이 되고 있다. 그 날은 기자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신나게 놀았다. 그 날따라 우리 아이가 더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뭘까?

어른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에게 진짜 놀이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태그:#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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