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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마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돼, 그동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철회를 요구해온 시민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 국책연구기관의 의견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승인이 사업자인 양양군이 제출한 부실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지난 2일, 심상정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검토 의견'에 따르면, KEI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자체의 타당성과 케이블카 입지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EI는 검토 의견에서 "사업 예정 지역은 환경적으로 민감한 곳에 해당되며, 사업 시행으로 영향이 지속적이고, 이로 인해 누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볼 수 있다"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입지의 적절성과 계획의 타당성 측면에서 미흡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KEI는 무엇보다 사업자인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동식물상 조사지역 허위 작성', '부실 조사', '백두대간 훼손 누락', '자료상의 오류' 등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KEI의 이 같은 지적은 그동안 시민환경단체들이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KEI는 또 환경영향평가서에 담긴 내용과 달리,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으로 환경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양군은 그동안 설악산 케이블카가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주장해 왔다. 그렇지만 KEI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산양을 비롯한 동물과 보전 가치가 높은 식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요 쟁점 중에 하나였던 '산양 서식지'를 인정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민환경단체에 유리한 의견이 제시됐다. 양양군은 그동안 케이블카 사업 대상지가 산양의 주서식지가 아니라 이동 경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하지만 KEI는 이번에 그동안 시민환경단체들이 주장해온 대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대상지가 "산양의 주서식지일 가능성"을 인정했다. KEI는 결과적으로 설악산 케이블 사업의 입지 적절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상류 정류장의 면적을 축소하는 등 사업 계획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KEI가 설악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그동안 시민환경단체들이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 중에 하나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갈등조정협의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이 협의회에 참석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협의회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KEI는 "본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의 여론도 적지 않은 바" 사업자인 양양군과 시민환경단체 사이에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 환경부가 책임져야"

이 같은 KEI의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을 접한 심상정 의원은 2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부의 컨설팅까지 받아가면서 추진"된 사실을 지적하고, "따라서 이번에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이 허위로 부실하게 작성된 것은 환경부의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환경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과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심 의원은 "KEI가 지적한 문제만으로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사업을 승인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진 것이지 확인된 것"이라며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서 원점에서 재심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EI의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환경영향평가법 28조)에 따라 KEI의 검토 의견을 수렴하도록 되어 있는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이 그 의견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렴할지는 의문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협의한 결과, 2일 양양군에 '멸종위기종 보호대책'을 강구하는 등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다시 보완해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3일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차 "부실하고 엉터리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반려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경영향평가서(초안)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전제 조건인 7가지 부대조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결과와 자연공원 삭도설치 운영가이드라인도 빠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라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설악산을 유원지로 만드는 일에 앞장선 원주지방환경청을 강력히 규탄"했다.


태그:#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심상정,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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