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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이어지는 방법으로 담근 전통고추장
▲ 고추장 4대째 이어지는 방법으로 담근 전통고추장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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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하나를 담그는 데 그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줄 정말 몰랐다. 흔히 고추장을 담그는 것을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저 누구나 간단하게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추장을 가져다 먹으면서도 그저 '맛있는 고추장을 담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우리 집 고추장은 담그는 법부터 달라요. 들어가는 재료도 상당히 많고요. 거기다가 장 담그는 데만 48시간 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예전에 어른한테 배운 방법 그대로 고추장을 담그는데 아마 제가 손을 떼면 이제 누가 이런 고추장을 담가 먹을지 정말 걱정이 돼요. 아마 저에서 그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편치 않아요."

새해에 장을 담근다는 연락을 받고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호에 사는 고성주씨의 집을 찾아갔다. 집안에 들어가니 무엇을 끓이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한마디로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표현했지만, 연신 불 위에서 끓고 있는 뭔가를 젓고 있었다.

고추장에 들어갈 육수를 내기 위해 무, 생강, 마늘, 사과, 배 등을 넣고 7~8시간을 끓인다
▲ 육수내기 고추장에 들어갈 육수를 내기 위해 무, 생강, 마늘, 사과, 배 등을 넣고 7~8시간을 끓인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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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를 내기 위해 끓인 재료를 걸러낸 2차육수
▲ 걸라낸 육수 육수를 내기 위해 끓인 재료를 걸러낸 2차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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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을 담그는 데 40년 묵은 씨간장을 사용한단다
▲ 씨간장 고추장을 담그는 데 40년 묵은 씨간장을 사용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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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재료가 혼합된 우리 전통고추장 재료

커다란 들통 안에서 끓고 있는 것들이 뭔지 궁금하다. 한두 가지 재료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무, 양파, 생강, 사과, 배를 넣고 끓이고 있단다. 고추장을 담그는 데 과일까지 재료로 사용한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그것을 7~8시간을 저으면서 끓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만 넣고 끓이는 것이 아니라 40년 묵은 집에서 담근 조선간장을 풀어 끓이는 중이라고. 그뿐만이 아니다. 집에서 찹쌀을 이용해 담은 조청만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7~8시간 끓이면 안에 집어넣은 내용물들이 다 녹아 짜기 좋은 정도가 돼요. 그러면 걸망에 걸러 낸 다음 걸러낸 국물을 달인 간장과 마늘 찧은 것, 도라지와 더덕 가루를 낸 것을 함께 넣고 7~9시간 정도 졸입니다. 그러면 그 맛이 약간 달작지근하게 변해요. 그때까지 쉬지 말고 저어줘야죠."

1일 오후에 시작한 고추장 육수 만드는 작업이 계속된다. 저녁시간이 돼도 육수를 젓는 작업은 그칠 수가 없단다. 그렇게 고추장에 들어갈 육수를 만드는 시간만 꽤 오래 걸렸다. 육수 끓이기를 그친 시간이 오전 3시는 됐나 보다. 한 마디로 고추장을 담그는 데 이렇게 대단한 정성이 들어가는 줄은 정말 몰랐다.

다양한 재료를 넣고 끓인 것을 채로 걸러내고 있다
▲ 걸러내기 다양한 재료를 넣고 끓인 것을 채로 걸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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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장을 만들기 위해 30년 묵은 씨된장을 풀고 있다
▲ 된장풀기 좋은 장을 만들기 위해 30년 묵은 씨된장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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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빻은 고춧가루도 채로 걸러낸다
▲ 고춧가루 걸러내가 곱게 빻은 고춧가루도 채로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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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고추장 담는 방법, 선대로부터 이어받아

밤새 달인 고추장의 육수에 고춧가루만 넣고 젓는 것이 아니다. 2일 아침 고추장을 담을 사람 몇몇이 모였다. 고성주씨의 고추장은 그 맛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플라스틱 통 200개 정도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 안에 고추장을 넣은 후 15일 정도만 숙성을 시키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모두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아침 일찍 전날 끓여놓은 육수에 무엇인가를 풀어 젓는다. 30년 이상 묵은 씨된장을 푼다. 이 집 고추장이 매운맛이 나기보다는 그냥 밥을 비벼먹어도 맛이 나는 비법은 바로 이렇게 많은 재료와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가 생각해본다. 그렇게 씨된장까지 다 풀고 나서 그 안에 곱게 빻은 고춧가루를 집어넣고 젓는다.

고춧가루를 풀 때도 젓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뭉친 것을 다 풀어준다. 고추장을 담그는 데 걸리는 시간만 48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을 통에 담아 햇볕이 잘 드는 창가로 옮겨 놓는다. 그래야 숙성이 잘 된다고 한다. 정성이 가득한 고추장 맛을 본 사람들은 그 고추장을 한 통만 달라고 한다.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니 고추장을 담는 통도 해마다 늘어난다.     

고춧가루를 넣은 후 뭉쳐진 것은 손으로 비벼 풀어준다
▲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은 후 뭉쳐진 것은 손으로 비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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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 200여 개의 통을 준비한다
▲ 통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 200여 개의 통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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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 되는 곳에 놓아 숙성시킨다
▲ 숙성 햇볕이 잘 되는 곳에 놓아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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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될 때까지는 담가야죠. 그 전에 누군가 이 전통고추장을 담는 비법을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이대로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고추장 담그는 법이 끊긴다면 너무 안타까워요."

고성주씨가 50년 가까이 이어온 전통고추장 담그는 법. 남들이 그 방법을 배워가기 위해 많은 애를 쓰지만 쉽게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한다. 고추장을 담가 '돈 버는 방법'으로 이용이 된다면 그 또한 슬픈 일이기 때문이란다. 전통은 지켜질 때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의 '1년 농사'라는 고성주씨의 고추장. 그 맛이 색다른 고추장이 오늘따라 더 귀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통고추장, #담기, #고성주, #수원,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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