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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참사 현장입니다' 단원고등학교 졸업식인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실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교실 존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 '단원고 교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참사 현장입니다' 단원고등학교 졸업식인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실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교실 존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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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16 이후 변한 것은 416 교실뿐이다'라는 글을 페북에서 읽은 적이 있다. 416 이후 그렇게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며 모두가 부르짖었고,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이야기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학생들의 교실만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정말 세월호 참사 이후 무엇이 변했을까?

우리는 직감적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랬는지, 적어도 어떤 코스프레를 했는지라도 확인해야 했기에 참사 6개월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안전대책을 찾아보았다.

교육부는 ▲ 체험위주 교육훈련 강화 ▲ 교원양성기관에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2회 이상 실시 ▲ 재난위험시설, 노후시설 체계적 관리 시행 ▲ 대학내 연구실·실험실 및 시설 등 평가 시행을 중요내용으로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었다. 이 사례는 정부, 특히 교육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대책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례 1 : 교육훈련]oo초등학교 3학년인 김oo양은 2015. 3월부터 학교 근처 종합체육관에서 무료로 수영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 잠깐 수영을 배운 적이 있지만 물에 빠졌을 때 나오는 법, 친구를 구하는 방법을 배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에는 학교에 안전체험버스가 와서 지진이나 화재가 났을 때 대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1~2학년 때부터 수업시간에 안전사고가 났을 때 대피하는 방법을 배워 왔지만, 이번에는 직접 불을 꺼보는 체험도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사례 2 : 교원] oo교육대학교 1학년인 이oo군은 2016년 5월 학교에서 실시하는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졸업 전까지 2회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교육에 임하고 있다. 이 교육은 교사 자격증 취득 시 반영되는 교육이다.

즉, 교육부가 바라보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학생과 교사들이 '수영교육'과 같은 생존교육을 받지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므로 체험위주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 따르면 희생된 교사와 학생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한 무능력자가 된다.

컨트롤 타워, 안전시스템의 부재로 이유도 모른 채 구조받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죽은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수영교육이나 심폐소생술을 열심히 받으라 한다. '국가는 없었고 이제는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참사의 교훈 아닌 교훈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개정 교육 과정에서 초등학교에 '안전교과'를 신설하여 수업시수가 1시간이나 증가했다. '안전'을 '학습'하기 위해 학교에 주당 1시간씩 더 '가만히 있으라'하는 것이다.

이것은 참사의 현장을 포함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산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상담과 치유'이다.

12. 안산교육 회복을 위한 지원

121. 상담과 치유를 위한 지원체제 구축
단원고 교육력 회복을 위한 현장 지원체제 구축 운영
안산지역 학생, 학부모, 교직원 치유 프로그램 운영
학생중심, 현장중심 교육

122. 추모사업 및 교육공동체 지역 네트워크 구축 운영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물 수집, 관리, 운영과 백서 제작
지역 주민, 유관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지원
- 경기도 교육청 <2015 경기교육 기본계획> 중

진실 규명의 실체에 접근하지도 못했는데 이미 교육청의 사업은 추모 모드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이 문제가 외부의 명확한 사건으로 발생한 트라우마인 만큼 "진상규명 없이 온전한 치유도, 살 길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진상규명으로 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현장인 교실을 없애고, '추모관'으로 옮기려는 시도만 보더라도 국가 개조를 외치던 이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또다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는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애도일까?

세월호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수많은 노란리본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인양을 촉구하는 노란리본이 걸려있다.
이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참사 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인양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과 실행 계획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인양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정상적 출범을 위해 오는 30일부터 416시간 집중농성을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에 대한 발목잡기와 직무유기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정부가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모든 역량과 모든 힘을 모아 행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 세월호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수많은 노란리본 지난해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인양을 촉구하는 노란리본이 걸려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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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에서는 4월에 1주기를 추모하며 '안전과 인권'에 관한 대토론회를 열었고, 다음과 같은 취지로 학교별로 이러한 토론회를 하도록 지시하였다.

"안전 인권'은 학생의 권리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바라는 안전한 사회란 그저 살아있기만 한, 목숨만을 살려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모든 개개인이 안전한 가운데서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더 이상 학생들의 기본적 자유와 인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진행된 토론회의 내용 중 언론에 공개된 주요 내용을 보면

"서울 oo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015년 4월 16일 안전인권 대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학생들은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며 '안전은 우리 학생의 권리다. 교육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하였다. 학급토론 및 의견 수렴의 기간 동안(4월 7일~4월 15일)) 학생들은 학교생활 주변의  안전요소를 중심으로 직접 체감한 생활 속의 문제점을 학급에서 자유롭게 토의하였다...(중략)... 그저 뉴스 기사를 보며 눈물 흘리는 애도가 아닌 가슴 아팠던 사고를 잊지 않고 기억하여 안전한 교육환경으로의 변화로 나아가는 진정한 애도를 경험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학교 안전, 인권 토론회 주제였던 학교 주변 안전요소는 '교통안전/재난안전/폭력 신변 안전/약물 오남용/인터넷 중독 예방/응급처치/생활안전'이다. 이 중에 정말 세월호 참사에 진심으로 애도하며 직접 체감하여 토론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제안된 주제의 전제는 우리는 스스로 약물과 컴퓨터 중독을 조절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 이 세상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조심 또 조심하자는 것, 그래도 혹시 몰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응급처치나 수영 등의 생존기술을 익혀 두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애도였을까? 

이러한 토론 속에서 교사든 학생이든 슬픔의 주인이 아니라 객체로 전락한다. '사건도 슬픈데, 우리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을까? 우리가 다시 그 사건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계속 되짚으며 자책한다. 실제 세월호 참사 직후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나온 글에서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미안해'라는 말도 있었다.

사건에 대한 의문을 감추고,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애도 안에서만 허락받아야 하는 애도는 슬픔의 주체가 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슬픔의 주인이 될 권리는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로만 둔갑하고, 제대로 보호받기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자도생할 수 있는 생존술을 익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게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세월호 자원봉사자 발언에 울컥하는 영석 어머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선체인양, 시행령 개정 촉구 국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명운동 자원봉사자의 발언을 경청하며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이날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계속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거부하고 탄압으로 대신하려 든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여지없이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 세월호 자원봉사자 발언에 울컥하는 영석 어머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지난해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선체인양, 시행령 개정 촉구 국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명운동 자원봉사자의 발언을 경청하며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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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회적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토론회라면 학생들이 이 사건을 통해 가졌던 의문, '왜 구하지 않았을까?','왜 선장은 무책임했을까?', 참사 1년 후 '우리 사회는 무슨 책임을 져왔나? 어떤 변화가 있었나?'이런 것들이 이야기되어야 했다. 슬픔인지 찝찝함인지 답답함이진 불신감인지 모를 감정들에 대해 솔직히 토로하고, 그 감정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쏙 빼놓은 채 토론 주제를 선정하는 것부터, 학생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약물 오남용과 인터넷 중독을 안전요소로 지목하면서 학생을 대상화하고,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숨기는 것을 전제로 '토론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학교 건물의 균열로 인한 위험을 교육청에 알린 학생을 징계하려고 학교가 시도했었던 사건은 학생들이 영원히 안전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 당국은 안전교육을 강화하거나 말도 안 되는 토론회를 열면서 진상규명을 피해가고 피해자를 무력화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당국이 뭔가 했다는 코스프레 또는 알리바이 쌓기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있고, 재난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사실 별문제 없는 발언이었을 수 있다. '가만히 있으라'에 분노하는 이유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시스템이 없는 것'을 '실제 없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방송을 한 승무원도 몰랐을 것이다). 알 권한도 없는 사람이 마치 있는 것처럼 말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스템의 부재가 일찍 인지되었더라면 더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라는 기대가 우리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교육적 반성은 '각자도생'을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없는 것'을 '권한 없는 사람'을 통해 대신 짐 지우고 숨어버리는 권력을 무너뜨리고, 제대로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권력을 만드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학생들은 교사마다 다른 예의에 따라, 국가에 대한 경례를 하다 손부채질을 했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는다. 세월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교사는 명퇴가 취소되고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배에서든, 학교에서든 인간이 시스템을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 참사는 반복된다. 그런데 여전히 국가는 학생과 교사에게 그 시스템이 부당하든 부당하지 않든 그것을 따라 '가만히 있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저들이 허락한 안전에 대해서만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에 대해서도 우리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토론하고 이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이 목소리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이다.

학교와 교육과 학생들을 진짜로 위협하는 위험요소, 갈수록 심해져만 가는 입시경쟁과 해고 위협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숨어버리는 학생 인권의 문제를 일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당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사람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을 때 그나마 우리가 세월호 이후의 사회에 대한 첫발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조영선 시민기자는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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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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