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더러운 세상, 전쟁이나 일어났으면 좋겠다."

2016년 헬조선(Hell朝鮮)에서는 가끔 이런 소리를 진담처럼 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순진한(?) 우리 정부 탓에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사실은 전쟁영화 한두 장면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전쟁은 무수히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아픔이다. 하지만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아니, 어쩌면 극한 상황이기에 희망의 꽃이 피기도 하고, 노래와 연극, 시와 그림이 살아 숨을 쉬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드라마

영화 <오빠 생각> 포스터 배우 임시완과 고아성의 열연이 돋보인다.

▲ 영화 <오빠 생각> 포스터 배우 임시완과 고아성의 열연이 돋보인다. ⓒ NEW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꽃처럼 피어난 고아원 아이들의 노래와 그 속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사랑, 희망을 품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처절하고 참혹한 전투장면으로 시작된다.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도, 지켜야 할 동료도 모두 잃은 음악도 한상렬(임시완 분) 소위는 우연히 후방의 포로수용소로 전출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명령을 받은 곳에서 머물게 된 부대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전쟁고아들을 만나게 된다. 한상렬 소위는 고아원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자원봉사자인 박주미(고아성 분) 선생과 함께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 한가운데 놓인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형제, 친구를 잃었으며 누구도 희망을 바라볼 수 없었던 시기, 가장 비극적이고 참혹한 그곳에서 여리고 작은 아이들의 해맑은 노랫소리가 감동과 위로가 되어 울려 퍼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잃은 이들을 순수하고 맑은 음성으로 보듬으며, 격전의 전장과 군 병원 등지에서 위문공연으로 시작해 휴전 직후 미국 전역, 1960년대에는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순회공연을 이어갔던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다. 

전쟁터 한가운데서 가족과 동료를 잃고 홀로 살아남았지만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처로 괴로워하는 한상렬 소위. 영화는 아이들을 위하는 한 소위의 순수한 마음과 노래를 통해 비로소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전쟁의 비극속에 꽃 핀 사랑의 노래

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영화 <오빠 생각>을 이끌어가는 한상렬 소위는 배우 임시완이 맡았다. 그가 어린이 합창단을 만드는 과정이 극의 주요 서사이다.

▲ 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영화 <오빠 생각>을 이끌어가는 한상렬 소위는 배우 임시완이 맡았다. 그가 어린이 합창단을 만드는 과정이 극의 주요 서사이다. ⓒ NEW


한상렬 소위가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위험에 방치된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들만은 꼭 지키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이를 통해 척박한 전쟁터에서 희망과 웃음을 찾아가는 모습은 깊은 감동과 함께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여기에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잠시나마 노래를 통해 긴장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어드는 군인들의 모습은 총성보다 강한 노래가 불러일으키는 조용하지만 위대한 기적으로 진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린이 합창단 선발 자리에서 동구가 '고향의 봄'을 부르자 이를 듣고 있던 아이들이 저마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눈물 흘리는 장면이다.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음악에 젖어들어 자신의 감정에 따라 '고향의 봄'을 따라 부르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여 모두를 울게 만들었다.

아울러 한때 동네 친구였지만 전시 상황 속 서로 대립하는 사이가 된 동구와 춘식. 때문에 합창단 내에서도 서로 합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상렬이 노래 대결을 시키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니보이'와 '애니로리'는 서로 다른 두 곡이 하나의 화음을 이뤄가는 특별한 볼거리다.

위문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합창곡인 '나물 캐는 처녀' 또한 정감적인 귀를 사로잡는다. 순회공연을 위해 전쟁터를 오가는 아이들이 합창을 이어가는 장면에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경쾌한 톤의 오케스트라 반주를 통해 보다 풍성하게 완성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자아낸다.

배우 임시완과 고아성, 아역배우들과의 조화

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한상렬(임시완 분) 소위와 전쟁고아들이 어린이 합창단을 결성해 활동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드라마이다.

▲ 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한상렬(임시완 분) 소위와 전쟁고아들이 어린이 합창단을 결성해 활동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드라마이다. ⓒ NEW


주인공 한상렬 소위 역으로 합창단 책임자 및 지휘자로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섬세한 감정 연기와 묵직한 남성미로 소화해낸 임시완은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피아노 연주와 지휘 연습뿐만 아니라 군인 역을 위한 액션 연습, 체력 훈련 등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박주미 역의 고아성은 <오빠생각>의 합창단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보며 극에 밝은 활력과 온기를 불어넣는다. <괴물> <설국열차> 등을 통해 이미 연기파 20대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고아성은 특유의 당당한 모습과 더불어 가족 잃은 아이들의 너무나 착한 엄마 역할을 자처하는 인간적이고 강인한 면모로 진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한 소위와 아이들을 위협하는 인물인 '갈고리' 역은 영화 <해무>, 드라마 <전우치> <유나의 거리>를 통해 극과 극의 상반된 캐릭터로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입증한 한예종 연기과 출신의 이희준이 맡아 강렬한 연기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극의 마지막에 순이가 먼저 간 오빠를 생각하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부르는 '오빠생각'은 어린 순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 한 구절 한 구절로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청순한 순이의 목소리를 통하여 스크린 가득 울려 퍼지는 '오빠생각'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긴 여운을 전하며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희망과 감동이 담긴 명작이다.

오빠 생각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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