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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얼어붙은 직탕폭포.
 한탄강, 얼어붙은 직탕폭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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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겨울 추위가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철원이나 화천 같은 지역은 한때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에 육박하고, 대관령 같은 일부 지역은 영하 20도를 넘어섰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체감 온도는 그보다 훨씬 더 낮다. 찬바람이 얼음처럼 날이 서 있어, 한데에 나가 있으면 얼굴이 갈라지는 것처럼 아플 지경이다. 그야말로 '살을 에는 날씨'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앉으면서, 강원도 지역을 흐르는 강들도 꽁꽁 얼어붙었다. 세계 4대 축제 중에 하나로 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잔뜩 얼어붙은 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축제 현장인 화천강이 30cm 이상 되는 두꺼운 두께로 얼어버렸다. 겨울 날씨가 예상 외로 훈훈해 강이 제대로 얼어붙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은 완전히 날려 버렸다.
산천어축제, 화천강을 뒤덮은 사람들 일부. 하늘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이상, 축제장 전체를 한꺼번에 눈에 담을 수 없다.
 산천어축제, 화천강을 뒤덮은 사람들 일부. 하늘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이상, 축제장 전체를 한꺼번에 눈에 담을 수 없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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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맨손잡기 체험,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을 하고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사람들.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을 하고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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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강을 새카맣게 뒤덮은 사람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강은 올해도 어김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23일 차를 타고 화천읍내로 들어서는 순간, 화천대교 난간 너머로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화천강을 새카맣게 뒤덮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진풍경이 따로 없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산천어축제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매서운 날씨에도 축제 현장 여기저기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화천강은 물론이고, 화천읍내 전체가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그로 인해 주차장은 어딜 가든 거의 모두 '만차' 상태다. 축제 주최 측은 주차장으로 학교 운동장은 물론이고 군청과 경찰서 앞마당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화천을 찾는 차량들을 모두 다 수용하기가 버겁다.

산천어축제, 앙증맞은 눈조각.
 산천어축제, 앙증맞은 눈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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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읍내가 외지에서 온 사람들과 차량으로 북적대는 것도 평소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화천 전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채 3만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주말인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은 날엔, 하루에만 무려 15만 명이 넘은 관광객들이 화천강을 찾고 있다. 화천읍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화천은 지금 영하 20도 가까이 추락한 날씨가 무색할 지경이다.

사실 이때가 되면, 화천은 화천읍을 비롯한 전 지역이 겨울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파로호에서 가까운 간동면 유촌리에서는 '바로파로 겨울축제'가 열린다. 산천어축제가 군청 차원에서 진행되는 큰 축제라면, 바로파로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주최가 돼서 열리고 있는 작은 축제다. 축제 규모가 작다가 얕볼 게 아니다. 규모는 작아도, 필요한 시설은 다 갖춰놓고 있다.

화천의 한 작은 산골마을에서까지 얼음낚시터와 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산골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바로파로축제는 '동네 축제'를 지향한다. 이 축제는 어릴 적 동네 하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바로파로축제는 규모는 작지만, 산천어축제보다 훨씬 더 '정감'이 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화천 바로파로축제 현장. 한가한 풍경이 정감 있다.
 화천 바로파로축제 현장. 한가한 풍경이 정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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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파로축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산천어축제가 거대한 인파와 수많은 프로그램들로 매우 복잡하고 바쁘게 진행되는 반면에, 바로파로축제는 그와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실제 이 축제에는 산천어축제 현장을 찾았다가 화천강을 뒤덮은 수많은 관광객들에 놀란 사람들이 차를 돌려 되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찾아올 때도 한다.

한탄강 승일교 아래, 강 위를 걷는 사람들.
 한탄강 승일교 아래, 강 위를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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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를 태연히 걸어다니는 사람들

철원 한탄강에서도 한겨울 강 위에서 펼쳐지는 진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한탄강에서는 강물이 꽝꽝 얼어붙는 이맘때가 되면, 고석정에서부터 직탕폭포가 있는 곳까지 '얼음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온다. 래프팅용 고무보트를 타고 지나다녀야 하는 물길을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 다니는 풍경이 매우 이채롭다.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승일교 아래, 등산배낭을 매고 등산스틱까지 손에 든 사람들이 거울처럼 반들반들한 얼음 위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일부는 절벽 아래 물이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저러다 얼음이 갈라져 사고라도 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걱정은 그저 우려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올 겨울 한탄강에는 예년보다 사람들이 적게 찾아오는 편이다. 한탄강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얼음이 얼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한탄강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얼음트레킹'이 얼마나 가능할지 가늠을 하기 어려웠다. 대한을 지나면서 지금은 한탄강이 여느 때만큼이나 단단하게 얼어 있다.

한탄강 송대소, 절벽 아래 강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한탄강 송대소, 절벽 아래 강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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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문양을 보여주고 있는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
 기묘한 문양을 보여주고 있는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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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송대소 위로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맹추위가 몰아치는 한겨울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송대소는 이곳 얼음트레킹 코스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 중이다. 평소 배를 타야만 접근이 가능한 주상절리 절벽을 강 위에 서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묘미 중에 하나다.

강추위는 웬만해선 잘 얼지 않는 '직탕폭포'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폭포수가 흘러 떨어지는 모양 그대로 강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며 길게 얼음벽을 만들어놓고 있다. 직탕폭포는 멀리서 보면, 그 풍경이 무척 왜소해 보인다. 폭포라는 이름이 낯설기까지 하다. 하지만 얼어붙은 강 위로 걸어 들어가 가까이에서 바라다보는 직탕폭포는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얼어붙은 직탕폭포처럼 장관을 연출하는 폭포도 흔하지 않다. 직탕폭포는 겉은 얼었지만, 안쪽으로는 여전히 폭포수가 흘러내리고 있다. 그 소리가 상당히 요란하다. 그 와중에 폭포 한쪽은 채 얼음이 얼지 않았다. 그쪽으로 얼음만큼이나 차갑고 단단해 보이는 물이 마치 봇물이라도 터진 것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광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길게 얼음벽을 만들고 있는 직탕폭포.
 길게 얼음벽을 만들고 있는 직탕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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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이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붙었다고 해도, 강 위를 걸어 다니는 게 불안하다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얼음이 언제 녹아내릴지도 알 수 없다. 그럴 땐 강변이나 강변 절벽 위에 개설돼 있는 보행로를 이용하면 된다. 보행로에서 바라다보는 한탄강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다. 강 위를 걸을 때도 위험 표지판만 벗어나지 않으면 사고를 당할 일은 거의 없다.

산천어축제와 바로파로축제는 공식적으로 이달 말까지 열린다. 바로파로축제는 경우에 따라서 축제 개최 기간이 설날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오래간만에 고향 마을을 찾아오는 귀성객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할 겸, 굳이 정해진 날짜에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탄강에서 얼음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은 오로지 '하늘'에 달려 있다.


태그:#얼음트레킹, #산천어축제, #바로파로축제, #철원,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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