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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
▲ 강릉가는 버스 강릉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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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스물 한 살이 된 나는 소녀와 어른 사이에 방황하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어릴 적 수없이 어른들께 들었던 말 "공부가 제일 쉬운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해서 사회에 나와 보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말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내가 보는 사회는 매우 이기적이며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스물 한 살인 내가 받아들이기에 힘든 부분이 꽤 많다. 이런 내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 풀면 좋을까 하다가 든 생각이 바로 '여행'이다.

무작정 고속버스사이트에 들어가서 버스표를 예매했다. 처음으로 혼자 타 보는 버스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그 찾기 쉬운 게이트도 못 찾아서 할아버지들께 여쭤보며 우여곡절 끝에 강릉으로 가는 버스 안으로 내 몸을 실었다.

여행 갈 적 마다 기차를 이용했는데 고속버스를 타보니 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라는지 알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니 높은 빌딩들이 많은 서울에서 나무가 많은 강릉으로 도착하기까지 따뜻한 버스 안에서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신사임당과 율곡이이가 태어난 곳
▲ 오죽헌 신사임당과 율곡이이가 태어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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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오천원권의 배경지
▲ 지폐 오천원권의 배경지 지폐 오천원권의 배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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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면 제일 먼저 가 보고 싶었던 곳 바로 '오죽헌'이다. 지폐 오천원권의 주인공 율곡이이와 오만원권의 주인공 신사임당, 이렇게 대단하신 두 분이 사셨던 이곳 '오죽헌'을 안 궁금해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죽헌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곳, 구 지폐 오천원권의 배경지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여기가 바로 구 지폐 오천원권의 배경지이다. 이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담으니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이곳은 인기촬영지였다. 사진을 한두 장 찍으니 내 뒤로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몇 장만 카메라에 담고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신사임당이 고향에 홀로계시는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
▲ 신사임당 시 신사임당이 고향에 홀로계시는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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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서울 시집에 있을 때 고향에 홀로 계시는 친정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시다.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을 할 수 있을까"라는 구절은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애틋한 마음이 강하게 들어오는 구절이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말은 바로 '어머니'이다. 이 시를 읽고 있으니 강릉으로 여행 간 딸 때문에 하루 종일 걱정하시고 계시는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나를 애지중지 키우시며 넘치는 사랑을 나에게 주시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은 말 "허여사님 딸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습니다".

오죽헌에서 경포해변으로 바로 이동했다. 경포해변에 도착해서 바다가 보이는 순간 제일 먼저 뱉은 말 "바다다!"를 외치며 신발에 모래가 잔뜩 들어가도 신경 안 쓰고 전력질주했다.

내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는 경포해변
▲ 경포해변 내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는 경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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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앞에 도착하니 우렁찬 파도소리가 제일 먼저 들렸다. 파도소리는 내 마음에 있는 답답함 덩어리를 내 가슴 속에서 빼앗아가서 파도가 삼켜주는 소리같았다. 시원해진 마음으로 바다를 보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가 떠올랐다.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어른이 된다는 건 말야. 모두 너와 같은 마음이야 힘을 내보는 거야."
"널 기다리는 세상을 기대해봐. 다시 달려가 보는 거야."
-제이레빗 요즘너말야 가사 中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내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쉬운 일은 아닐 거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니 다 같이 힘내서 세상을 뒤집어보자! 이번 여행은 소녀와 어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조금 더 어른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준 여행이다. 고마워 강릉.


태그:#강릉 당일치기, #강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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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희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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