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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바디>라고 번역 아닌 영어 제목이 그대로 책 제목으로 쓰였다. 한국어 번역이 마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드'는 '단단한'이라고 옮기고 '바디'는 '몸, 체'로 옮길 수 있다. '단단한 몸'인 것이다. 남성성을 표현하는 직유이자 은유로도 쓰였다. '국체'와 같은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의 '단단한 몸'은 마초맨 레이건을 가리키는 동시에 미국의 '국체'를 뜻했다. 레이건 보수 혁명기 미국의 정치와 표상을 말하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때의 미국은 일종의 보수혁명을 한다. 정치적으로 신보수주의이고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인 레이건 혁명기이고, 그 시절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의 일정한 정향, 경향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남성성으로 읽어내고 있다.

신보수주의 미국에서의 영화들에서 보이는 중요한 경향의 하나가 '가족의 가치'다. 가족을 중심에 놓은 중산층들의 삶이고 그것은 영화에서 배경이나 설정으로 자주 등장했다. 가족을 수호하고 자식을 지키려고 목숨을 거는 경찰관, 정부 요원이 등장하는 것이다. 대개 그들의 임무는 국가의 수호이지만 그것은 가족의 수호와도 겹친다.

가족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통해 국가의 수호와 자기 자신의 조직의 수호조차 병행하며 그들은 몹시 치열해진다. 미국형 영웅이 등장하는 것이다. 레이건 보수 혁명기에는 그러한 영화 속 현상이 몹시 두드러졌다. 폭탄이 터지고 불이 나고 사람이 저격되는 현장에서 그들은 자신의 아내나 자녀를 찾는 통화를 한다.

신자유주의 미국이라고 할 때 그들의 핵심적 가치의 하나는 외교의 중요성이요, 타국에 대한 일정한 간섭과 영향력 행사다. 외교를 대등한 국가들간의 주고 받는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그 핵심은 상호평등과 주고 받음이다. 레이건 혁명기의 외교는 일방적 간섭으로도 비친다. 그러한 외교상의 세계관이 영화들에도 수시로 등장하는 것이다.

외국의 테러리스트를 응징하기 위해 타국의 법규, 영토, 가치관을 무시로 침입하고 파괴하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하드 바디'의 영화들이다. 흔한 배역 설정인 정보기관원은 임무를 영웅적으로 수행하지만 그 환경은 예사롭지 않다. 초토화되고 무참하게 파괴되는 다른 나라의 영토와 국민들이 항상 존재한다.

궁극적으로 저자 수잔 제퍼드가 확인하려고 한 것은 그러한 긴장 속에서의 남성성이다. 전형적이고 폭군적인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남성성이 당대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폭넓게 재현되고 그것이 사회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가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영화적 경향 속에서 남성주의와 남성상을 확인하는 일종의 증명 작업의 이 책의 대다수의 논제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상과 미국민의 삶, 더 나아가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서의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예리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일단은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중요한 소재들은 일단은 할리우드 영화이다.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서 사회와 역사와 정치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수잔 제퍼드, 이형식, 하드 바디, 동문선



하드 바디 - 레이건 시대 할리우드 영화에 나타난 남성성

수잔 제퍼드 지음, 이형식 옮김, 동문선(2002)


태그:#하드 바디, #수잔 제퍼드, #레이건, #헐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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