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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와 관련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안에 대표직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와 관련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안에 대표직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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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새정치민주연합의 하락, 더불어민주당의 상승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1야당 붕괴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듯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호남 의원들이 탈당하기 시작했고, 수도권과 서울에서도 몇몇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계 정당이 정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예측들이 나왔다.

그러나 10만 온라인 당원 가입과 표창원 영입, 그리고 당명 변경 이후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은 위기를 수습하고 지지율 하락세를 막았다. 또한 더민주는 김종인 영입과 문재인 대표의 사퇴 예고, 박영선 의원의 더민주 잔류 유력 등 지지율 상승요인을 많이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더민주는 최근 '잘 나간다'.

위의 정국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여론조사는 그 구성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나타나지만, 1월 19일 기준으로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당이 10% 초반 선을 기록한 반면 더민주는 20% 초중반 선을 기록했다. 안철수 의원에서 시작된 제1야당 붕괴 시나리오를 종결지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II. 더불어민주당이 넘어야 할 마지막 난제 '공천'

더민주의 지지율 및 언론보도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보면 더민주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그러나 그 상승세에는 몇 가지 난제가 남아 있다. 더 넓게 보자면, 더민주 외에도 새누리당은 굳히기를, 국민의당은 정국전환을, 정의당은 홍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것이 바로 '공천'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공천은 꽤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전국적 명성은 가지고 있지만 지역에 스며들지 못한 영입인사를 위해서, 혹은 중앙당 차원에서 복귀를 희망하는 중진 정치인을 위해서 특정 지역에 해당 정치인들을 공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꽤나 위험한 시도임을 필자는 다른 글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관련 기사 : '철새' '낙하산'... 그래도 '전략적 재배치'는 필요하다).

물론 4년 만에 인구의 절반이 바뀌는 서울 지역에서는 그 반대폭이 크지 않다. 그러나 지역 조직을 가지고 있거나,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자영업자 및 노인계층에서는 중앙당 차원의 공천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낙하산', '철새' 등의 정치인 비하 표현이 그러하다.

새누리당은 그 시작이 '삐끗' 했다. 험지 출마를 요구받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종로 출마를 굳혔고, 안대희 전 대법관은 마포갑 지역에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역 활동에 전념해왔던 강승규 전 의원과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김무성 대표 역시 상향식 공천을 그동안 천명해왔기에 영입인사들을 위한 공천 배려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영입 난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III. 더불어민주당 공천 실패의 추억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정세균 의원과 유세를 하고 있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전남 순천 동부상설시장에서 정세균 의원과 유세를 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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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는 곧 공천과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전략공천은 20% 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탈당한 의원들 지역구에는 전략공천이 예상된다. 또한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이 겹치는 호남에서는 전략공천이 없을 것이라고 문재인 대표가 밝혔다.

영입인사를 통한 흥행에 성공한 더민주의 경우, 이번 공천과정과 결과에 따라서 국민의당과의 야권 경쟁에서 승리하고, 정의당과는 선거연대 논의를 신속히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민주의 공천을 통한 20대 총선 판세 뒤집기 전략은 결국 '공천'이 마지막 장일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며, 기회도 곧 위기이다. 과거 더민주의 전신이었던 정당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공천을 통해서 여러 번의 기회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재보궐 선거에서의 공천 실패와 그 결과들이 정확한 사례다.

2010년 7.28 은평(을) 재보궐 선거는 뼈아픈 공천 실패의 추억이다. 앞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MB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재오 의원은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표와의 대결에서 40.8% 대 52%로 패배했다. 한나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국이었기에 11%p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국현 의원이 비례대표 관련 비리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이재오 의원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2010년은 야권에게 유리한 정국이었다. MB 정권의 실정에 국민들은 지쳐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은 7.28 재보궐 선거에서 58.3%를 득표하며 대승을 거둔다.

그 패인은 당시 민주당의 '공천'에 있었다. 장상 전 총리서리는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문제, 부동산 투기 및 위장 전입 문제, 학력 허위 표기 문제로 총리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정치인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은평(을) 재보궐 선거에 장상 전 총리서리를 투입했고, 결과는 대패였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더 나아가 이겼어야만 하는 선거에서 공천 실패는 다른 지역구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민주당은 유리한 정국이었음에도 한나라당 5석, 민주당 3석으로 패배했다. 결국 7.28 재보궐 선거는 공천이 정국마저 거스르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민주당에게는 뼈아픈 '추억'이 되었다.

더 최근의 사례는 2014년 7.30 재보궐 선거가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기동민-허동준-노회찬의 동작(을) 공천 사태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의 사지(死地)라고 볼 수 있는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서 당선된 것 역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실패에서 기인한 사태다.

서갑원 전 의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치인이었다. 당시 정국이 세월호 사태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대화되었던 시점이었으나 야당의 심장부인 순천-곡성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패배하게 되었다.

위의 두 사례를 보았을 때, 공천에 따라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더 나아가 이겼어야만 하는 선거를 패배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지역구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IV. 20대 총선, 그 화룡점정 '공천'

많은 전문가들은 선거가 공천과 동시에 승부가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전체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가 곧 공천인 것이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 돌입하는 더민주는 현재까지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더민주는 이제 대역전극을 시작했음을 밝혔다. 현재까지의 정국을 보자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민이 반대하는 낙하산 공천'과 '판세를 뒤집는 신의 한 수'는 결국 한 끗 차이이다. 그리고 위의 결과는 이번 영입인사들의 공천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 수위조절이 더민주의 20대 총선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태그:#공천,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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