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0일 오후 3시 7분]

대한민국 누리꾼 지정 공식 '19금돌', 스텔라(Stellar)가 컴백했다. 스텔라는 지난 18일 미니앨범 <찔려>를 발표하고 같은 날 서울 서교동 홍대 롤링홀에서 쇼케이스를 개최, 동명의 타이틀곡 '찔려'의 무대를 선보였다.

신곡의 콘셉트는 여전히 '섹시'이지만 이번엔 '단순한(?) 섹시'가 아니라고 한다. 이번 앨범의 섹시미는 "친근한 섹시"이며 "아침의 섹시"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무슨 소리인지는 잘 와 닿지 않지만, 뭐가 됐든 콘셉트의 영향을 받아 그녀들의 의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전작들에는 주로 강한 스모키 화장과 속살을 부각하려는 듯 어두운색 계열의 상·하의와 망사 스타킹을 신었던 이들. 이번에는 하얀 긴팔 상의와 오렌지색 양말까지 신는 정성을 들였다. 특유의 '팬티에 가까운 하의'와 '하반신을 돌려대는 안무'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그룹 스텔라(Stellar) 스텔라의 새 미니앨범 <찔려>

▲ 그룹 스텔라(Stellar) 스텔라의 새 미니앨범 <찔려> ⓒ 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하지만 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스텔라는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변화를 주었다고 강조하는 이들에게 누리꾼들은 이들이 전작을 발표했을 때와 같은 패턴의 반응을 보였다. "인제 그만 좀 벗어라", "결국은 또 벗었네"라는 비난이다.

일단은 이들의 뮤직비디오부터 보자. 스텔라 소속사 관계자는 "'찔려'의 뮤직비디오가 '섹시코드'를 훔쳐보면서 동시에 욕하는 대중들의 이중적 잣대를 역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뮤직비디오 전반에 걸쳐 멤버들의 살결 위에 앉은 무당벌레와 남자사진사 등의 장치를 넣었다"고 설명이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영상의 60% 이상이 지나치게 멤버들의 하반신에 집중돼있다. 허벅지 사이로 손을 끼우는 동작, 가터벨트를 하고 하이힐을 신은 하반신에 집중한 장면 등 전형적인 선정적 코드를 여럿 집어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과 다른 섹시"를 외치고, 대중의 이중잣대를 비판한다고 해도 그 목소리에 설득력이 적은 게 사실이다.

스텔라는 과거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섹시 콘셉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한 멤버는 무대영상을 본 부모님 반응을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힌 적도 있다. 그런 그녀들이, 아직도 섹시코드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형 기획사가 유명 걸그룹을 배출할 유일한 출구, '섹시'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 레드벨벳의 첫 번째 앨범 <Dumb Dumb>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 레드벨벳의 첫 번째 앨범 ⓒ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아래 SM엔터)의 레드벨벳, JYP엔터테인먼트(아래 JYP엔터)의 트와이스는 데뷔 이전부터 이미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혹은 앞서 데뷔한 기획사 선배 가수의 피쳐링 등 각종 수단을 통해. 이들은 멤버별로, 혹은 그룹으로 자연스레 명성을 얻었다. 이미 이때부터 그들의 팬이 돼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도 존재했을 정도다.

이런 그룹의 콘셉트에 굳이 섹시코드를 심어 넣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미 이름을 알린 이들은 다양한 콘셉트 도전까지 가능하다. 실제 레드벨벳은 양 볼에 주근깨를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표방한 듯, 아티스틱한 콘셉트로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이들의 신선한 모습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평단의 평가도 좋았다. SM엔터 출신의 이들은 본인들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데뷔와 동시에 대중과 평론가 모두를 만족하게 했다.

스텔라가 처음부터 찢어진 망사 스타킹을 신고, 우유를 가슴에 부은 건 아니다. 본격적으로 19금 콘셉트를 선보이기 이전 스텔라는 <로켓걸(Rocket Girl)> <UFO> <공부하세요> 등 다소 엉뚱하면서도 소녀적인, 귀엽고 새로운 느낌의 걸그룹 콘셉트를 지향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방송, 모바일, 라디오 등 전문적인 홍보수단이 부족했던 이들은 대중들의 기억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기나 긴 무명기를 가져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곡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지 않는 방송사와 언론매체만을 탓할 수도 없다. 하루에도 수백이 넘는 무명 뮤지션과 아이돌 그룹들의 밀려드는 캐스팅 요청과 홍보 요청에, 이들을 모두 홍보해주고 적극적으로 챙겨주다 보면 매체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이는 타 매체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방송사와 언론사 또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에 불과하다.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룹 스텔라는 '벗자마자' 성공했다. 그들의 첫 파격 노출 뮤직비디오 '마리오네트'의 발표 이후, 각종 포털 검색어에는 이들의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려는 누리꾼들의 호기심으로 가득 채워졌고, 직접적인 수익이 회사에 돌아갔든 아니든 스텔라라는 걸그룹을 세상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멤버 중 한 명이 과거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에 일반인으로 출연했던 소녀라는 것도 알려졌다. 소녀스러운 콘셉트를 버린 뒤, 벗고 비비고 흔들어대면서 스텔라는 유명해졌다.

자, 우리의 스텔라는 유명해졌고, 신예 걸그룹 반열에도 올라섰고, 공중파 무대에서도 이들을 환영하며 무대에 올린다. 이제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되었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후 이들에게는 '벗어야 사는 그룹', '에로배우 그룹'이라는 치욕적인 꼬리표가 붙었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반강제적 섹시코드

그룹 스텔라의 멤버 가영 <휴먼 다큐-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걸그룹 스텔라의 멤버 가영이 부모님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그룹 스텔라의 멤버 가영 <휴먼 다큐-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걸그룹 스텔라의 멤버 가영이 부모님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MBC


앞서 언급했듯 스텔라는 '마리오네트'의 차기작인 '떨려요'를 발표한 후 섹시코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멤버 중 몇은 눈물까지 글썽였으며, 다른 멤버는 부모님이 받았던 충격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이 뮤지션으로서의 철학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섹시코드를 밀고 나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이를테면, 마돈나의 'Like a Virgin'과 같은 역 페미니즘적인 발상이라든지). 신곡 '찔려'에서 섹시코드를 순화하고자 한 노력만 보아도, 아마 20대 중반의 이 여성들이 언제까지 특정 신체 부위를 카메라에 들이대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섹시코드가 별다른 고민 없이 소비만을 위해 설정되어도, 대중은 이에 '시각적 만족'을 할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을 감상했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이들은 스텔라를 향해 원초적인 공격을 퍼붓기까지 한다. "인제 그만 좀 벗어라", "실력이 없으니 벗기만 하는 스텔라는 에로배우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며, 스텔라를 뮤지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심한 경우 걸그룹의 반열에도 올려놓지 않는 이도 일부 있다.

하지만 섹시코드를 사용한 건 비단 스텔라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대세 걸그룹'의 반열에 올라선(SM엔터, JYP엔터, YG엔터 등 대형기획사 출신 제외) 걸스데이, AOA, 씨스타 등도 그룹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됐던 건 '섹시'였다. 각 그룹 나름대로 '건강한 섹시미', '소녀적인 섹시미' 등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들의 첫 성공작에는 기본적으로는 '섹시코드'가 깔렸었다.

걸그룹이 섹시코드를 내세우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대중에게 소비되는 아이돌 그룹은, 대중의 취향에 맞게 그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 섹시 콘셉트를 폄하하고자 한 건 아니다. 다만 옷을 벗고 춤을 추는 무대 뒤에서 흘리는 그녀들의 눈물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녀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중의 이중적 잣대가 계속되다 보면 예기치 않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역시 획일화될 수 있다.

과거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가수 고 유니(1981~2007)의 전례를 기억하자. 그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섹시 콘셉트를 회사에서 강요했으며, 이에 대한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요계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미디어와 기획사, 대중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아닐지 의문을 품어본다.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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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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