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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품격> 겉표지.
 <인간의 품격> 겉표지.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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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Big)미와 리틀(Little)미. <인간의 품격>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과거로부터의 시대와 현대로 이어지는 인간의 변화를 이 두 단어를 통해 꿰뚫고 있다.

빅미는 자기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능력을 취우선시 하는 이 시대, 능력주의 시스템이 정의하는 이 시대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빅미에는 큰 결함이 있다. 아무리 큰 빅미를 성취해내더라도 인간은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취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자신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의 존재가 나타나는 순간, 불만족이 시작된다. 또한, 빅미만을 좇는 현대인들은 너무 쉽게 도덕적 능력을 잊어버리고 만다.

이에 반해 리틀미는 겸손과 절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인간을 '뒤틀린 목재'로 보는 그의 시선에는 결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배어있다.

인간의 삶이란 이러한 결함이 있는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리틀미가 사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외적 성공이 아닌, 내적 성공이 되어야 한다. 책 속에는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 줄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가 차례차례 등장한다.

다양한 사례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이른바 '마셜 플랜'으로 유명한 미국인 조지 캐를렛 마셜의 이야기다. 주지하다시피 마셜은 1947년 유럽의 자립계획에 미국이 재정지원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마셜 플랜을 위해 설립된 '경제협력국'을 통해 4년간의 경제원조로 유럽의 산업을 회복시키고 재정을 안정시켰으며 무역 신장을 도왔다.

이렇게 전후 유럽의 재건에 큰 기여를 한 마셜이라는 인물 속을 들여다보면, 그는 끊임없는 자기 정화와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참된 인간이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모두 마셜의 결정이라면 어떠한 사적인 이유도 없이 가장 공정하게 판단한 결정이라는 점을 맹신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기회 앞에서도 마셜은 끝까지 자신의 사적인 출세욕보다 전체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며 한사코 고개를 숙였다. 그야말로 데이비드 브룩스가 역설하는 리틀미의 절정을 보여준 것이다.

인생을 하나의 여정이라고 바라본다면, 그 안에는 위로 올라가는 성공의 사다리와 깊이 들어가는 겸손의 바다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성향을 가졌지만, 하나의 공통점으로 귀결된다. 성공의 사다리보다는 겸손의 바다에 기꺼이 먼저 발을 담갔다는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연합국의 승리가 미국 라디오를 통해 보도됐다. 손꼽아온 승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잘난 척을 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승리를 뽐내는 개선문을 세우려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들은 때로는 삼갈 줄 아는 인간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뉴스를 뒤덮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잘남'의 미학과 '성공'의 방정식이 박혀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최연소 기록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다른 사람들과의 격차를 좁히려 달려가고 있는 지금, 한 번쯤은 나라는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최종적이고 본질적인 삶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2015)


태그:#인간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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