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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正史)와 야사(野史)는 서술 시점이나 방식이 대체로 다르다. 정사는 전지적(全知的) 서술자의 조감(鳥瞰) 시점을 따른다. 새가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체를 한눈으로 관찰하듯 역사를 기술한다. 야사에서는 특정한 관점을 가진 서술자가 특정한 서술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를 서술한다. 정사가 종합적이고 전체적이고 포괄적이라면 야사는 분석적이고 부분적이고 특정적이다.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겉표지.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겉표지.
ⓒ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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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아래 <한반도 삼국지>)는 '정치 야사'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역사 교수나 교사와 같은 정통(?) 역사학자가 아니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참여했고,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오가며 노동자 생활을 했다. 한때는 정당인으로 살기도 했다. 이 책을 쓰는 시점에는 귀촌한 '야인(野人)' 신분이었다.

특정 관점과 특정 서술 대상에 초점이 맞춰진 점도 이 책을 야사로 보게 하는 주요 근거다. 저자는 이 책의 서술 범위인 한국 현대사 70년을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부제) 관점에서 보았다.

김일성(1912~1994)의 공산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경제모델과 적화통일론, 박정희(1917~1979)의 근대화 혁명과 재벌 경제체제론과 멸공통일론, 김대중(1924~2009)의 민주주의 혁명과 대중경제론과 평화통일론에 입각해 현대 한반도의 세 주인공과 정치사를 묘사했다.

'마치 삼국시대처럼 이들은 지역적으로 자신의 홈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김일성은 북한, 박정희는 대구·경북, 그리고 김대중은 호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이들이 20세기 후반 한반도에 세 개 혁명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주인공이며, 살아서뿐 아니라 죽어서도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11쪽)

역사 교과서를 흥미진진하게 읽은 경험이 있는가. 역사 교과서의 역사 기록은 일종의 정사로 볼 수 있다. 정치사와 경제사, 문화사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서술의 대강을 차지한다. 종합선물세트에서는 대체로 눈에 띄는 특징을 찾기 힘들다. 역사 교과서에 심정적으로 이끌리기 힘든 이유다.

<한반도 삼국지>는 재미있다. 일견 딱딱해 보이는 한반도 현대 정치사를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이라는 세 주인공의 일생과 상호 쟁투사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격렬하게 투쟁하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점도 흥미롭다.

최종적으로는 '실록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귀결되었지만 "한반도에 존재하는 세 개의 세력을 마치 소설 속의 등장인물처럼 그리"(11쪽)려 했던 저자의 최초 서술 전략이 어느 정도 주효한 듯하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세 가지를 1950년 6.25 전쟁과 1980년 광주 시민 학살 사건과 1987년 민주주의 혁명으로 꼽았다. 6.25 트라우마는 보수의 출발점으로, 광주 항쟁 정신은 진보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6월 혁명은 민주공화제의 출발점이었다.

'강력한 맹주 정치의 자장 속에서 6월 민주주의 혁명은 점차 역사 속의 이벤트로 박제화 되는 신세가 됐다. 6월 민주혁명의 정신과 가치는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까? 강력한 기득권과 기반을 가진 김일성 세력과 박정희 세력에 대해 민주주의 세력은 스스로를 혁신하여 한반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의 세 영웅이 주름잡았던 한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그들이 시작한 혁명의 소용돌이는 아직도 한반도를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지도자와 대안이 나타나지 않고 '유훈 통치'만 지속되고 있다. 과연 어지러운 난세에 어떤 지도자와 어떤 세력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21쪽)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가 회자되고 있다. 천하삼분지계는 나관중의 연의소설 <삼국지>에 나온다. 제갈공명이 삼고초려를 한 유비를 받아들이면서 제시한 전략으로, 조조의 위와 손권의 오에 맞서 촉을 근거지로 확보한 뒤 천하통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반도 남쪽의 정치가 천하삼분지계론의 자장 아래 놓일까. 저자는 박정희 정권 18년과 전두환 정권 7년, 노태우 정권 5년을 합쳐 한국 사회가 일종의 강고한 신분제 사회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든 제도와 문물이 박정희가 깔아 놓은 초석 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보았다.

천하삼분지계가 들어서기에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성장한 관료, 사업가 등 기득권 출신과 영남 군벌 후예들의 정치적 힘이 압도적으로 세다.

현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 권력의 출발점인 박정희의 직계 혈족이다. 콘크리트층만으로 30퍼센트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가오는 4.13 제20대 총선 구도가 현재 흐름 대로 간다면 집권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넘어 개헌이 가능한 200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 한편에서 보수 우익 정권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분석도 나온다.

유훈 통치를 지적하며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강조하는 저자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박정희의 후광을 받아 안은 후예들의 힘은 넓고 큰 반면에 김대중의 짙은 그늘 아래서 성장하고 파생된 범야권이나 진보 진영은 분열의 도미노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탁월한 지도자의 통찰력과 민중의 열망이 결합될 때 혁명의 에너지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올해 총선과 내년 대선이 향후 30년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민중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불세출의 지도자도 그런 배경 속에서 출현하지 않을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흥미진진한 <한반도 삼국지>를 읽으며 정치 감각을 가다듬어 보기 바란다.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이충렬 지음 / 레디앙 / 2015.11.20. / 383쪽 / 1,6000원)

덧붙이는 글 | 정은균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렸습니다.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

이충렬 지음, 레디앙(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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