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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공동투쟁본부, 최창동 본부장.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를 상대로, 이전에 동양시멘트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구속됐다.
 동양시멘트 공동투쟁본부, 최창동 본부장.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를 상대로, 이전에 동양시멘트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구속됐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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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다 기소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에게 법원이 의외의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해고노동자들에게는 검찰이 구형한 형량이 대부분 그대로 선고 형량으로 이어진 데 반해,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해고노동자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검사가 같은 형량을 구형했는데도 그중 누구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누구는 검사 구형 형량이 그대로 유지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동조합 탈퇴 조합원들과 남아 있는 조합원들의 양형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이번 판결을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는 의도된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지난 13일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동양시멘트 공동투쟁본부 최창동 본부장에게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하는 등 8명에게 검사가 구형한 형량을 대부분 거의 그대로 선고했다. 게다가 법원은 그때까지 불구속 재판을 받던 5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그에 반해 법원은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5명의 해고노동자들 중 3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사는 이들에게 애초 6개월 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6개월 형을 구형받은 노동자들은 이들 말고도 4명이 더 있다. 그런데 이들 4명에게는 검사 구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들은 모두 여전히 노동조합에 가입한 상태로 남아 있다.

해고노동자들이 구속되는 사건은 지난해 7월 말, 노동자들이 회사 측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회사 측이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현수막을 철거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해고노동자들이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때 최창동 본부장 등이 구속되는 등 노동자 1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앞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2월, 중부고용노동청 태백지청으로부터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 태백지청은 해고노동자들이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기는 했으나, "동양시멘트와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으므로 "동양시멘트는 해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각각 지난해 7월과 8월,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후 해고노동자들은 최근에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을 상대로, '정규직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동양시멘트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노동자 수는 모두 101명이다.

"법원이 법과 원칙, 상식에 모두 어긋난 판결을 내렸다"
 
이번 법원 판결과 관련해,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이하 민주노총)와 정의당 등이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성명에서 "이번 강릉지원의 판결은 철저하게 삼표 자본의 입장만을 대변한 편파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판결의 핵심은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회사에 복종하면 형벌의 양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자본의 불법과 탈법에는 관대하고, 힘없는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에는 과도한 처벌을 내리는 사법의 현 행태는 이미 상식과 정의의 선을 잃어버린 행위"로, "더 이상 사법부의 공정함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에 항의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번 판결은 강릉지원이 기업과 자본의 눈치만 살피며 철저히 그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임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 상식에 모두 어긋난 판결을 내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구속된 해고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이하 전공노)도 성명을 발표했다. 전공노는 14일 "(법원은) 한마디로 권력과 자본에 복종하는 노동자는 봐주고, 그렇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에겐 가혹할 정도의 판결"을 내렸다며 "(이번 판결은) 사법부 스스로 권력과 자본의 주구임을 선언한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서 전공노는 "경찰과 검찰, 사법부는 연일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과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전공노는 "강릉지원의 부당한 편파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는 동시에,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이 승리하는 그 날까지 연대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태그:#삼표, #동양시멘트, #강릉지원, #최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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