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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편의 서평을 본다. 그러며 생각한다. 서평은 뭘까. 10여년 전. 당시 정기적으로 서평을 쓰던 문학평론가 선배에게 물은 적이 있다. 서평이 뭐냐고. 대략 '읽은 책의 가치를 다른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거'라는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가치 '있는' 책을 소개하는 것이 서평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건 그때부터 였다.

실제 대부분의 서평이 '볼 만한 책'을 다룬다. 그러나 '로쟈'로 불리는 유명 서평가 이현우씨는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소개하는 것도 서평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왜? 책이 너무 많으니까. 그 모든 책을 읽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이씨가 "독서를 대체해 줄 수 있는 역할을 서평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나아가 "서평가는 책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뭘 잃을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평가는 '독자들의 길 안내자'라는 말이다.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서평가 이현우의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실.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서평가 이현우의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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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아간 글쓰기 현장은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서평가 이현우의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실. 20대부터 80대 어르신까지 40여 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 이날은 두 번째 강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강의를 들으러 온 직장인 이정원(32)씨는 "책을 읽고 잊혀지는 게 아쉬워서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그 방법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강의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서평이 뭐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사실 서평은 주관적인 기록이고 내가 느낀 것을 쓰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강의를 듣고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서평은 객관적인 글이라는 거다, 그런 기준이라면 나는 아직 서평이란 걸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 또한 이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평이 객관적인 글이라는 건 무슨 말일까. 강의 직후 이씨와 만나 '서평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

 황은성 교수는 "학자들의 논문이 공개되어 널리 읽히도록 하는 일은 진정 우리 학계의 학문적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서평가 이현우씨는 "잘 쓴 서평은 읽은 척 할 수 있는 글"이라고 말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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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은 주관적인 글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객관적인 글이라고 하는 말의 의미는 뭔가?
"다른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서평이다. 읽히지 않는 서평은 의미 없다. 독후감은 다르다. 독후감은 혼자 갖고 있어도 되는 글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글이기 때문이다. 서평은 독자에게 읽게 하거나, 읽지 않게 하거나, 읽은 척 하게 해줘야 한다."

- 그렇게 쓴 서평의 목적은?
"읽게끔 유도하는 것. 그것은 서평이 갖는 어떤 '추천' 기능이다. 읽게끔 하기도 하지만, 안 읽게끔 하는 기능도 한다. 이것은 희생적인 서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좋지 않은 책을 혼자 읽고 마는 거다. 그런 서평도 필요하다. 그 책 읽을 시간에 다른 것 읽으라는 거다. 우리는 한정된 자본과 시간 속에 산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으라고 '강추'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다 읽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읽은 척' 해야 한다. 그것도 의미가 있다. 언젠가 여력이 되면 읽을 수도 있는 거고."

- 일각에서는 서평을 너무 잘 쓰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책을 사 봐야 할 독자들이 외려 서평만 읽고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는 거다.
"그건 좀 다른 문제다. 열 권의 책이 나온다고 하면 1권 정도 읽을 수 있다. 나머지 책은 읽을 수 없다. 읽는 게 직업인 사람도 그렇게 읽을 수 없다. 서평은 대체 독서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논문도 그 많은 논문을 어떻게 보나. 그래서 논문도 두세 문단으로 정리한 초록을 보는 거다. 그걸 비난하는 건 난센스다."

- 간혹 서평 심사를 한다고 했는데, 고려하는 게 있다면.
"일반인 서평을 심사하다 보면 독후감과 서평이 섞여 있다. 이때 몇 가지 고려를 하는데, 우선 글쓸 때 누가 읽을지 고려했는가의 여부다. 또 독후감처럼 자기 느낌 위주로 글을 쓰면 분량 조절이 안 된다. 서평을 쓸 때 턱 없이 길게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너무 길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길게 쓸 거면 다른 책으로 2편, 3편 쓰라고 한다. 읽을 만하다는 걸 어필하려면 원고지 5매 짜리도 쓸 수 있다. 긴 분량의 글은 비평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 잘 쓴 서평은 뭔가.
"서평은 예술 작품이 아니다. 불멸의 서평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좋은 서평은 서평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글이다. 읽게끔 하거나, 안 읽게끔 하거나 읽은 척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중 제일 잘 쓴 서평은 읽은 척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 끝으로 강의실 밖에서 서평쓰기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독서력을 길러야 한다. 서평쓰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다.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필요조건으로 잘 읽고, 잘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 때도 말했지만 독서력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만드는 거다. 그래서 민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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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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