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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히 10년은 된 듯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호주를 1년 다녀왔다. 열심히 일하고 영어를 공부한 다음, 열심히 놀려고 했다. 그 모든 게 다 내 평생 다시 없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주에 온 다음 날, 하늘에 뜬 비행기를 보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적응도 채 하지 못한 채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던 것 같다. 낯선 땅이 아닌, 낯선 자유가.

큰 기억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설픈 느낌만 남았을 뿐이었다. 자유인지 고독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었다. 2년 뒤 다시 외국에 나갔다. 이번엔 중국으로, 많은 이들과 함께. 오히려 그곳에서 자유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한국인들과 함께 있는데 자유를 느끼는 것인가. 그것도 자유는 아니었나?

생각해보니, 나에게 자유는 고독과 다름 아니었던 것 같다. 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에겐 자유보다 울타리 안에서의 안정이 더 맞다. 장소가 아닌 사람이 중요한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그래서 자유를 알고 자유를 외치고 자유를 만끽할 줄 아는 사람이 부럽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아래 <몰타>)는 내가 참으로 먼 이야기지만, 정녕 부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나라에 가서 살 생각을 하다니. 그곳에서 자유롭게 사는 걸 그렇게도 잘 즐길 수 있는지. 나라면 못할 거다.

아무도 모르는 세계 최고의 파라다이스 '몰타'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표지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표지
ⓒ 책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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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은 되뇐다. 벗어나고 싶다고. 돈 많이 모아서 나중에 세계 여행을 떠날 거라고.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20대 때 여기저기 다녀왔으면 된 거 아니냐고 자문하면서.

<몰타>의 저자가 나랑 다른 건, 후자의 생각을 애써 무시했든 점점 줄여나갔든 전자의 생각을 선택했다는 거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처지임에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자신을 잘 알고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해본 게 아닌가 싶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생각하자고.

그렇게 선택한 게 '몰타'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이나 위치를 나름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타는 잘 알지 못했다. 이름만 어설프게 들어 보았을 뿐, 나라의 위치도 동남아시아 쪽으로 알고 있었고 나라가 아닌 조그마한 휴양 도시 쯤으로 잘 못 알고 있었다.

몰타는 유럽의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상에 위치한 섬나라다. 나라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연영방에 속하는 나라라서 영어가 주요 언어 중 하나이다. 저자가 몰타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인데, 저렴한 물가에 영어공부를 하며 유럽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몰타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건지, 저자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몰타와 저자이기 때문이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거겠지. 저자는 몰타라는 파라다이스를 제대로 만끽한다. 기가 막힌 자연과 문화유산이 선사한 선물에 술과 파티가 빠져선 안 되겠지. 그리고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시에스타(낮잠 시간)가 몰타에도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이다. 내가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던 '좋은 장소보다 좋은 사람'. 몰타에는 '좋은 분위기'도 만연해 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장소와 사람과 분위기가 일체 되어야 하겠는데, 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다른 두 개 또한 존속하기 힘들다. 저자는 운이 좋은 건가? 나는 운이 나쁜 거고? 나도 나름 좋은 장소의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도?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저자가 중요시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몰타라는 파라다이스를 제일 중요시 했을까? 그곳에서 만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중요시 했을까? 파라다이스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린 그 시간과 분위기를 중요시 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것들도 중요시 했지만, 정작 그가 중요시 했던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던 것 같다. 나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간 여행이었으니까. 내가 그곳에 있다는 거, 내가 그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거, 내가 그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게 중요한 거다.

전 세계의 누군가는 한국이 평생 잊지 못할 자유와 청춘의 중요 기착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소가 그렇게 중요할까? 아니다. 1순위는 아니다. 다만 '몰타'라는 곳은 특별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통상적으로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을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가고자 하는 곳은 다른 사람에 눈에 비치는 내가 아닌 그냥 나일 수 있게 해주지 못하는 데 반해, 이런 곳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몰타가 아니더라도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해봤을 것 같은 일들이다. 그래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것보단 저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접하는 게 더 중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몰타 같은 파라다이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곳이 아니어도 나쁠 건 없다. 어딜 가든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생각을 잘 알아,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정수지 지음, MIROUX 그림, 책미래 펴냄,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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