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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 <응답하라 1988>(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응칠'과 '응사' 못지 않게 '응팔'의 인기도 뜨겁다. 드라마 '응팔'이 승승장구 하는 가운데 또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킨 '응팔'이 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개성있는 배우들의 캐리커처가 응팔 팬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증명사진'과 '캡처대전'으로 불리는 응팔 배우들의 캐리커처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가량 지속적으로 SNS에 퍼져나갔다. 정환이(류준열)네, 덕선이(혜리)네, 택이(박보검)네, 선우(고경표)네, 동룡이(이동휘)네 가족들은 물론, 덕선이 담임 선생님(손산)과 쌍문여고 단짝 친구인 자현(이세영)과 미옥(이민지)까지 등장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응팔 캐리커처' 주인공들은 모두 19명. 거기에다 인상적인 드라마 장면도 여러 컷 일러스트로 만들어졌다.
박소리씨가 그린 <응답하라 1988> 등장인물 캐리커처. ⓒ 박소리
작가가 궁금했다. 수소문 끝에 응팔 배우들 캐리커처를 그린 작가가 '얼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블로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본명은 박소리. 나이는 서른 둘. 잠시 만화 출판회사를 다녔다. 지금은 피아노 과외와 행사 연주를 하면서 주로 밤 시간대에 작품 활동을 한다고. 지난 토요일(9일) 밤에도 응팔 일러스트 작업을 하느라 18회는 본방사수를 못했다.

박소리씨는 "그냥 평소같이 그림 그리고 놀았을 뿐인데, 태어나서 처음 (인터뷰 요청을) 받아보니 무척 떨리고 두렵기까지 하다"라면서 살짝 당황스러워 했다. 그리고 첫 언론 인터뷰를 승낙했다. 일요일(10일) 정오께 넘겨진 질문은 세 시간도 채 안돼 답변서로 돌아왔다. 그의 목소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그렸다는 캐리커처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결과는 어떨까. ⓒ 박소리
- '얼개'라는 블로거 이름은 언제부터 썼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개인 블로그에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는데 사정이 생겨서 닫았다가, 다시 해보고 싶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지난 2009년에 블로그를 다시 만들고 '얼개'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얼개가 굉장히 어려운 뜻이었어요. 처음부터 정확한 뜻을 알았다면 쓰지 않았을 겁니다. '얼개'라는 단어를 그냥 형태, 즉 '꼴'이라는 뜻으로 알고 이름을 썼어요. 그런데 사전에는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라고 나와 있습니다."

-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나요? 아니면, 전업 그림 작가인가요?
"(전업 작가는 아닙니다.) 초보자들을 상대로 피아노 과외와 행사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 언제부터 그림 작업을 했고,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때부터 TV에 나오는 가수들을 그렸고,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는 친구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 연재했습니다. 직장이나 알바하는 곳에서는 직원들의 캐릭터를 그려줬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늘 누군가를 그려주고 있었습니다."

- 블로그에 보니 캐리커쳐 외에 만화 습작들도 있던데요. 작품은 주로 블로그를 통해서 외부에 알리고 있는 건가요?
"저를 알리는 공간은 블로그밖에 없고, 1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같이 시작했습니다."

- 응팔 팬인가요? 응사·응칠·응팔 세 드라마 가운데 어느 게 가장 재미있나요?
"응팔 모든 시리즈의 팬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응팔이 제일 재밌습니다."

- 응팔 인물별 캐리커쳐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응팔) 드라마를 보다보니 너무 좋아서 충동적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심장이 뛰었습니다."

- 응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거나 인상 깊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덕선이입니다. 언제나 힘이 넘치고 활기차서 바라만 봐도 제가 긍정적이 힘을 얻게 됩니다. 만화 같은 표정, 몸짓, 먹성은 만화 '원피스'의 루피와 비교할만합니다. 주변을 살피고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 받았습니다."
박소리씨가 그린 <응답하라 1988> 캐리커처. 왼쪽에서부터 덕선이 담임 선생님(손산), 쌍문여고 단짝 친구 자현(이세영), 미옥(이민지). ⓒ 박소리
"덕선이 담임이 제일 닮은 것 같아요"

- 본인이 그렸지만, 응팔 배우들 캐리커쳐 가운데 가장 실제 인물과 닮은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 그림들을 제가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굳이 꼽자면, 덕선이 담임 선생님이 제일 닮은 것 같습니다."

- 응팔 배우들 캐리커쳐를 그리면서 가장 어려웠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노을이가 생각납니다. (덕선이네) 삼남매부터 그리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잘 안 그려지니까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다 망하겠구나, 모두 못 그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를 넘기고나서 '닮게 그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습니다."

-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등 드라마 장면도 독자들의 추천을 받아 그리던데요.
"인물 증명사진은 일종의 캐릭터 프로필입니다. 드라마 장면이나 그 외 다른 그림들을 그리기 위한 가장 첫번째 설정집인 것이죠. 여기서 디자인과 색감이 확정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제게는 그 캐릭터 그림들이 준비운동이었습니다."

- 주로 언제 작업을 하나요? 구상부터 작품 완료까지 과정은요?
"주로 밤부터 새벽까지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인상깊은 장면이 나오면 눈에 정지화면처럼 잠깐 머물렀다 지나갑니다. 그 장면을 기억해뒀다가 감상이 끝나면 화면을 캡처한 뒤 그 캡처 사진과 제가 잡은 디자인 그림 두 창을 띄워놓고, 작업창까지 총 세 개를 열어 계속 보면서 작업합니다.

항상 최소 (컴퓨터에) 세 개의 창을 띄어놓고 그립니다. 프로필을 그릴 때 주로 하는 작업과정은 성형이 가장 많습니다. 닮았다고 느껴질 때까지 계속 고칩니다. 눈도 키웠다가, 턱도 깎았다가, 그러다가 그림 보기가 머쓱해지면 완성입니다. 진짜 그 사람같을 땐 제가 화면을 보기 부끄럽거든요. 하루에 보통 인물 한 명부터 세 명까지 그립니다."

- 블로그에 남긴 글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어남택'일 것 같다고 했는데요.
"저는 처음부터 택이와 덕선이 커플이 끌렸고, 처음에 성인 남자 역을 봤을 때 택이 같다고 느꼈습니다. (방송 초반에 나온) 인터뷰는 바둑 매체에서 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커뮤니티에서 바둑기사 최택 게시물을 접하고 응팔을 보기로 맘 먹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를 쭉 보다보니 덕선이는 누가 봐도 정환이와 감정 교류를 했고, 정환이가 또 굉장히 멋지고 누구 하나 미운 캐릭터가 없으니 택이와 덕선이 커플을 지지하는 제 입장에선 덕선이를 정환이에게 잘 보내주자는 맘의 준비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덕선이가 돌아서서 빛을 뿜으며 이 쪽(택이)으로 걸어오는 기분입니다. 기분은 황홀한데 '이건 뭐지? 이래도 되나? 저 빛을 쬐도 되나?' 이런 느낌이 듭니다."

- 응팔 팬으로서 응팔에서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바둑기사 최택입니다. 덕선이와는 다른 의미로 만화 같습니다."

"자석처럼 끌리는 사람들 그려... 캐릭터 이벤트 열고 싶어요"
박소리씨가 그린 캐리커처.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미쓰에이 수지, 김연아와 쇼트트랙 선수 이정수. ⓒ 박소리
- 예전에도 손석희 앵커부터 미쓰에이 수지, 김연아 등 연예인·스포츠 스타들의 캐리커쳐도 가끔 그리셨는데요.
"TV를 보다가 갑자기 좋아지고 자석처럼 끌리는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늘 '팬 아트(Fan Art)'라는 단어를 달고 팬으로서 그들을 그린다는 의사를 담았지만, 이젠 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많은 사람들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 응팔 배우들 캐리커처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그런 걸 느끼나요?
"친구들이 '누가 네 그림을 카톡 프로필로 썼다'며 보여주고, '이거 네 그림 아니냐'며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여줍니다. (그때 화제가 된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저도 이번에 모바일을 배웠습니다. 네이버 뿜도 알고 페이스북·트위터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익혔습니다."

- 혹시 응팔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들에게 캐릭터 그림을 선물할 계획은 없나요?
"제가 그려서 블로그에 올리는 그 자체가 그들에게 드리는 응원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그림이 어떻게 퍼지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주(김설) 친어머니 블로그에서 진주가 제 캐릭터 그림 속 주인공들을 모두 맞췄다며 그림과 함께 글을 써주셨습니다. 이럴 땐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 앞으로도 화제가 되는 드라마가 있다면, 이같은 캐릭터 캐리커쳐를 그릴 계획인가요?
"물론입니다. 방송뿐만이 아니라 여러 매체 속 사람들의 모습을 캐릭터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 작품 활동과 관련해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저는 캐릭터 이벤트를 열어서 제가 얼굴과 성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이를 조금씩 모아 블로그에 연재하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사진과 사연, 자신의 캐릭터에 붙여줄 이름과 할 말을 적어 제게 보내면 저는 그것을 보고 캐릭터를 그려드리는 것이죠.

마치 제가 외계인이고 지구인을 캐릭터로 변신시키자는 프로젝트를 발동하는 것이죠. TV에 나오는 공인들보다 이 쪽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제가 캐릭터를 캐치할 기회 자체가 굉장히 한정된 실험입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그림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응답하라 1988> 캐리커처로 사랑받고 있는 '얼개' 박소리씨. ⓒ 박소리
태그:#응답하라1988, #응팔, #어남류, #어남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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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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